우리나라는 ‘녹취록의 나라’?
며칠 전 『바른지역언론연대』에 실린 하승수 변호사의 「녹취록의 나라」라는 칼럼을 읽었다. 하 변호사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녹취록’이고, 공적 영역에서 녹취록이 아주 중요해진 이 현상에 대해서 공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공식적 회의나 시스템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 즉 비선이나 로비, 압력, 청탁 등의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공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지적한다. 그런 중에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회의록’의 실종, 그로 인한 정치나 행정의 후진성을 깨닫고, ‘녹취록’ 사태에서 우리 국가 또는 공적 의사결정시스템을 되돌아보라고 한다. 이제 우리도 기본이 충실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 방법을 제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모든 의사결정은 공적인 회의와 시스템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중략) 그리고 모든 회의와 의사결정과정은 기록되어야 한다. (중략) 마지막으로 모든 정보는 최대한 공개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논란과 갈등, 의혹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투명하고 책임있게 논의되는 나라, 국민들이 정부와 정치를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칼럼을 끝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요즘 몇몇 사람과 정치인 등이 엮인 숱한 녹취록이 사회적 이슈를 뒤덮고 있다. 하루하루, 오늘은 또 어떤 녹취록이 나올까 신경이 쓰인다. 선거 등 중요한 사회적 일들에서 몇몇이 주고받은 대화나 통화 녹취가 근거가 되어 이야기되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녹취록에 파묻혀 있으니 안타깝고 위태롭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녹취록의 나라’와 헤어지고 ‘회의록의 나라’로 가겠다는 결심을 할 때가 아닌가 한다. 하승수 변호사의 지적과 대안 제시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동의한다.
도서관계의 회의록 공개 상황은 어떤가?
칼럼을 읽고 나서 문득 도서관 분야 상황은 어떨까? 궁금했다. 물론 녹취록이 등장하거나 문제가 된 적은 없다. 뭐 그럴 정도가 아니라서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도 공적인 활동을 하는 도서관들도 공적인 논의나 의사결정 과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 결과는 회의록으로 작성되어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면, 우리 도서관들의 회의록 공개도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우리나라 국가 단위 도서관 정책을 입안하고 5년 단위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법적 책무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경우는 어떤지 확인해 봤다. 국가도서관위원회는 2007년부터 출범했으나, 제1기 당시의 자료는 홈페이지에 등재되어 있지 않고 2009년 출범한 제2기 때부터 현 제8기1차까지의 자료가 공개되어 있다. 그런데 공개된 회의 내용 대부분은 일부 사진을 첨부한 간략한 개요 정도이다. 그러나 2011년 8월 11일 제3기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회의1차, 제4기 전체회의3차. 2014.4.16., 제4기 전체회의7차, 2015.11.25. 경우는 속기록의 형태로 공개되어 있다. 각 기수별로 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두었고, 위원회도 여러 차례 회의를 개최하였는데, 역시 대부분은 회의록을 작성,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제2기부터 제7기까지는 각각 활동보고서도 작성해 공개하고 있는데, 보고서에는 각 회의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역시 회의록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국가도서관위원회 홈페이지 내 ‘위원회 활동’ 게시판 참고] 왜 어느 시기에는 속기록까지 작성하고 공개했으면서도 지금 또는 다른 시기에는 그러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현 제8기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회의결과를 공개해 주길 바란다. 마침 지난 11월 29일에는 국가도서관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17개 광역도서관위원회를 대상으로 ‘2024년 지역협력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회의 내용과 결과도 곧 공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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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9일 열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윤희윤 위원장과 유인촌 부위원장(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비롯한 위원들과의 기념사진 [국가도서관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
각 광역자치단체에는 광역도서관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현재 17개 시·도 중 강원특별자치도만 설치되지 않고 있다. 이들 광역도서관위원회도 매년 회의를 개최해 당해 지역 도서관 정책과 관련한 주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이 위원회들의 회의록결과 공개 상황은 어떠한가 궁금하다. 서울특별시의 광역도서관위원회 회의록은 시 ‘정보소통광장 > 원문정보’에서 검색해 볼 수 있다. 검색해 보니 2023년 10월 제18회 회의서면회의, 2023.10.5.~11. 결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결재문서본문만 공개되었고, 문서에 첨부된 의결서, 회의자료, 회의록은 비공개되어 있다. 공개된 문서 중에는 향후 계획으로 회의결과 및 회의록을 회의종료 후 10일 이내, 즉 10월 21일까지는 공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현재에도 회의록은 비공개로 되어 있다. 그 외 광역자치단체 경우에는 정부의 ‘정보공개’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았다.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등의 광역도서관위원회 관련 문건 몇 건은 등재되어 있으나 대부분은 본문조차 볼 수가 없다. 마침 부산광역시가 12월 2~6일 일정으로 서면으로 광역도서관위원회를 진행 중인데, 정보공개 사이트에서 위원 명단과 관련 심의자료를 공개했다. 회의 후 회의 결과도 잘 정리해서 공개할 것을 기대한다.
공립 공공도서관 경우에는 「도서관법」 제34조에 따라 도서관운영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구체적 사항은 각 자치단체별로 조례로 정해 운영하도록 한다. 위원회는 대체로 도서관 운영이나 개선, 발전에 관한 사항, 도서관 자료 선정 관한 사항 등 도서관 운영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검색해 볼 수 있는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 ‘도서관운영위원회 회의록’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74건의 조례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이들 조례 대부분은 운영위원회는 회의록을 작성해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정도다. 정보공개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공공도서관 운영위원회 회의결과도 대체로 비공개되어 있다. 그런 중에 광명시 경우 ‘2023년 하반기 광명시 도서관운영위원회 회의록’을 시 홈페이지, 밀양시립도서관 경우도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도서관운영위원회는 아니지만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강남도서관은 2024년 제8차 자료선정위원회와 관련해서 심의결과 자료목록, 참석자 명단 등을 포함한 회의 결과를 정보공개 사이트에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도서관계도 주요 회의의 결과회의록를 적극 공개해야
시민 입장에서 국가도서관위원회나 17개 시·도 광역도서관위원회, 각 공립 공공도서관의 도서관운영위원회의 심의 내용은 국가적 또는 지역적으로 도서관 활성화에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다루어지고 논의되는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 도서관계도 관련 주요 회의들의 회의결과회의록를 적극 공개해야 한다.
회의록 작성과 공개 관련해서 그 근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 근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법」이나 각종 조례에서 위원회 관련 규정을 고쳐, 모든 회의는 회의록을 작성하고 이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규정하면 좋겠다. 서울특별시 경우 광역도서관위원회 회의결과는 「서울특별시 각종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10조2(회의록 작성 및 공개)에 따라 시장 등은 회의록을 기록·보관하고, 시장은 회의 종료 후 10일 이내에 회의 결과와 회의록을 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물론 발언자 실명이나 법률이나 조례에서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경우에는 비공개할 수는 있다. 「진주시립도서관 설치·운영 및 독서문화진흥조례」 제19조(회의록) 제2항 “회의록은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와 공개될 경우 도서관 운영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회의의 회의록은 의결을 거쳐 비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도서관위원회나 광역도서관위원회, 공공도서관의 도서관운영위원회든 모두 자신들의 홈페이지 등에 모든 회의와 관련해서 회의 개최 관련한 자료와 회의 내용, 결과 등을 모두 공개하여 도서관의 생각이나 활동 내용, 향후 지향 방향 등을 적극 알려 시민들과 소통하고 시민들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시민들도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서관 관련 위원회 회의 운영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기대한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