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1,300개 시대가 열리다
“공공도서관 1300개 시대 눈앞…독서 인구는 글쎄(?)[늘어난 도서관, 줄어든 독자]”
「아시아경제」 4월 22일자 기사 제목이다. 아직 2024년 말 기준 공식적인 국가의 도서관 통계가 발표되지는 않았는데, 기사에서는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공공도서관 수는 1296개였다. 올해는 연간 평균 신설 규모약 30개의 두 배에 가까운 59개 도서관이 새로 문을 열 예정으로, 연말까지 총 1355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7년에는 도서관 수가 600개에 불과했으나, 17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이라고 한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 밝힌 2023년 말 기준 공공도서관 수가 1,271개관이니 2024년에는 25개관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는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이라고 했는데, 필자는 아직 문화체육관광부나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아무튼 2025년 올해는 공공도서관 1,300개관을 넘어설 것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2007년 이후 17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으니 그만큼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기에는 훨씬 수월해졌을 것이다. 시민들의 도서관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6,875개2023년 기준 작은도서관까지 더하면 접근성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다만 여전히 지역별로는 접근성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2022년 8월 국토연구원은 「지역 간 삶의 질 격차」를 주제로 지역 간 문화·보건·보육 분야 격차의 현황을 데이터를 통해 제시한 「균형발전 모니터링 & 이슈 Brief」 제10호를 발행하면서 낸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도서관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밝혔다.
□ (문화기반시설 접근성의 지역 간 격차 뚜렷) 도서관에 대한 접근성은 특별시·광역시에서 높게, 도 지역에서 낮게 나타나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 도서관 접근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도보 14분로 2위 부산32분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고, 접근성이 낮은 지역은 강원도보 122분, 경북113분, 전남100분 등 순으로 나타남
1관당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의 말해주는 의미는?
「아시아경제」 기사에서 주목한 것은 도서관 수 증가보다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의 수와 관련한 것이다. 1년 동안 공공도서관을 방문한 시민 수가 2024년 총 2억 2400만 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2억 8400만 명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공도서관 수는 계속 늘어나 1관당 방문자 수가 25만 명에서 17만 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한 방문자수 증가율은 2021년 55%에서 2022년 26%, 2023년 15%, 2024년은 11%로 점차 둔화되는 추세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데이터로만 보면 그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 상황을 이렇게 이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즉, 1관당 방문자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이제 조금 더 쾌적하고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과연 현재의 도서관 규모나 장서, 설비 등은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얼마나 만족스러운 수준일까? 매년 방문자수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급격한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사회 현상의 반영은 아닐까? 연령별로 방문자수는 어떤가? 고령자 방문자수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도서관을 주로 방문하던 어린이나 청소년이 꽤 많이 준 건 아닐까? 초·중·고등학생 경우에는 점점 학교도서관이 많이 생기고 활동도 좋아지면서 공공도서관 이용이 줄었다고 할 수 있지도 않을까? 입시제도나 취업 방식의 변화도 공공도서관 방문과 이용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어떤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근거로 삼을 만한 데이터를 확보하고는 있을까? 이런 다각적 분석을 통해 공공도서관 1관당 방문자수 감소나 증가율 둔화에 대한 의미를 반듯하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지금의 우리 도서관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 방문이나 이용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공간의 규모나 효용성 같은 것들이 이유가 될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많은 시민들이 방문하고 이용하기에 적절한 규모나 공간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을까? 새로운 시대, 더욱 혁신적이고 새로운 역할이 부과되고 있는 공공도서관이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느 정도의 공간 규모를 확보해야 하는 것일까? 문화체육관광부, 『2024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에서 제시한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건축 요구 사항을 지금 우리 공공도서관들이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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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4 공공도서관 건립ㆍ운영 매뉴얼』, 132쪽 |
지금 우리의 공공도서관은 과연 동시에 몇 명의 이용자가 이용하면 적절한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어떤 근거나 데이터가 있을까? 이제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하나의 공공도서관에서 한 사람의 이용자가 쾌적하고 여유있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공간, 즉 1인당 적절한 면적이 필요한 것일까? 방문자가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은 적절한가? 요즘은 책상이나 좌석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계단식 또는 좌식 공간도 꽤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용의 편리성이나 쾌적성에는 분명한 영향을 미칠 텐데, 그런 영향의 정도를 우리는 어떻게 확인하고 있는가? 또 한 사람의 이용자는 얼마의 시간 동안 도서관에 머물고 있을까? 머물고자 할까? 이런 것들을 제대로 확인하고 알아야 현재 설립 운영 중인 공공도서관마다 시간당 몇 명의 방문자가 적절한 수준인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준이 있은 후에 과연 지금 운영되고 있는 공공도서관마다 각자가 적절한 이용자 수를 산정해 운영 성과 측정이나 평가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그런 평가 기법이 만들어지고 실제 현장의 운영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공공도서관 1인당 면적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면?
종종 백화점에 가면 특정한 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선 것을 볼 수 있다. 쾌적한 쇼핑을 돕기 위한 업체의 마케팅에 고객들도 동의해서 자신의 쾌적한 쇼핑을 위해 기꺼이 줄을 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여기에는 고객을 응대할 직원의 수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필자가 도서관 현장에서 일할 때 어떤 날에는 동시에 너무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에 들어와 도저히 정상적인 서비스 제공이나 공간 운영이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 이용자가 무조건 많은 것이 좋다고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이용자가 편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1인당 면적을 면밀하게 산정해 이를 공공도서관 건립할 때나 운영할 때 반영하면 좋겠다.
국립중앙도서관이 2010년 수행한 『한국도서관기준 개정 연구』에서는 공공도서관 인구 1인당 면적기준 개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이 제안은 추후 2013년 한국도서관협회의 『한국도서관기준』 개정에 반영되었다) 지금은 시대나 도서관 상황이 많이 변했을 테니, 지금의 상황에서 적절한 면적을 산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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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립중앙도서관, 『한국도서관기준 개정 연구』(2010), 101쪽 |
『2024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은 공공도서관 유형별 건립규모체계를 제시하고 있는데, 도서관의 지역적 특성과 역할별, 규모별로 모두 9가지로 구분한다. 그러면서 각 유형별 소요공간구성과 좌석수, 수용장서수에 따른 시설면적 규모 기준을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면적으로는 크게 2,500㎡ 미만소규모분관/중규모분관, 2,500~500㎡ 미만대규모분관/거점도서관/지역중앙관, 5,000㎡ 이상대규모거점도서관/지역중앙관 등 3가지로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1300여 개 공공도서관을 이 9가지로 구분하면 각각의 영역에 포함되는 도서관 수는 얼마나 될까? 각 공공도서관마다 현재의 상황에서 매뉴얼이 제시한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현재의 방문자수나 서비스 제공이 적정한지 여부를 확인해 보면 좋겠다. 앞으로는 ‘기초생활인프라 국가적 최저기준’[국토교통부 「제2차 국가도시재생 기본방침2024~2033」 [별표 2] 참고]에서 제시한 접근성 기준으로 대상 이용자 수를 추정하고, 그에 따른 필요 면적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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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4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 14쪽 |
도서관 면적을 생각할 때 몇 가지 다른 분야의 기준이나 상황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공무원 경우는 「정부청사관리규정 시행규칙」행정안전부령 제274호, 2021.9.7. 제2조제2항 관련 ‘[별표 1] 청사취득 및 배정면적 기준’이 있다. 장관에서부터 6급 이하 직원까지 상세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중 6급 이하 일반직원은 7㎡, 과장은 10㎡, 기관장은 17㎡로 규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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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부청사관리규정 시행규칙」(행정안전부령 제274호, 2021.9.7.) 제2조제2항 관련 ‘[별표 1] 청사취득 및 배정면적 기준’ |
초·중·고등학교 학교 공간 변화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학생 1인당 평균 교지와 건물 면적은 모든 학교급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심각한 학생 수 감소 현상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교지보다는 건물 면적 증가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확충된 것으로 추정한다. [교육정책네트워크, “초·중·고등학교의 학교 면적 및 건물 현황”, (교육정책포럼 제339호 2021.9.2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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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육정책네트워크, “초·중·고등학교의 학교 면적 및 건물 현황”, (교육정책포럼 제339호 2021.9.27.) |
이런 추가적인 분석과 정보 확보를 한 연후에야 1관당 방문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 과연 도서관 운영의 성과가 미흡하다거나 유용성이 떨어지고 있는 증거인지, 아니면 이제사 시민들이 언제든 편리하게 도서관을 찾아 쾌적한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있는 것인지를 판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공공도서관 통계 수집의 목적은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도서관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개선하기 위함이다. 2024년 공공도서관 통계가 공식으로 발표되면 다각적이고 새로운 분석을 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해서 매뉴얼 기준이 아니라 아예 법률적 기준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
공공도서관 1,300관 시대의 도서관 정책은 도서관 수를 늘리는 것에서부터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도서관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특히 이제는 공공도서관 건립비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지자체로 이관된 상황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관심과 재정역량 등에 따라서 추가적인 공공도서관 건립이 더 불평등해 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나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도서관계는 지역간 도서관 접근성 불균형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도서관만의 문제가 아닌, 국토 균형 발전, 지역소멸 위기 해결책의 하나로 생각하고 보다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
★ 2025년 4월 29일자 「한국독서교육신문」에 기고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