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월이다. 우리에게 4월은 잔인하거나 슬픈 때다. 어릴 때에는 늘 시인 T. S. 엘리엇 시 한 구절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를 읊으면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 세상을 조금은 더 알게 되고, 그런 후에는 4월은 슬픈 달이 되었다. 4월 3일 제주 4·3을 만나고, 4월 19일에는 4·19 혁명 이야기를 늘 되새기게 된다. 지금은 다시금 몇 번이나 「대한민국헌법」을 꺼내 전문을 읽으며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에서 4월을 다시 느끼게 된다.
4월에 도서관주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4월은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이 이어진다. 4월에는 도서관주간12~18일이 있고 국제적으로 기념하는 ‘책과 저작권의 날’23일이 있다. 막 추위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봄기운과 함께 책을 펼치고 책과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여러 계기들이 있다.
도서관주간은 1964년부터 민간단체인 (사)한국도서관협회가 주도해서 추진해 온 행사다. 국민의 도서관 이용을 촉진하고 풍부하고 활발한 독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1967년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로 시행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매해 꾸준히 실시되어 2025년 올해 61회째를 맞는다.
그런데 왜 4월 12일부터 18일까지의 기간으로 정해졌을까? 도서관주간을 처음 설정한 1964년 한국도서관협회가 발표한 ‘도서관주간설정 취지문’《도서관문화》 1964년 1·2월호 57쪽에서 유추할 수 있다.
도서관주간은 책과 도서관의 봉사가 개인의 일상생활에 끼치는 중요한 영향력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도서관이 그 국가의 문화와 교육발전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널리 인식시키고 국민의 독서를 도와주는 커다란 연중행사의 한 주간이다. 또한 국민의 생활에 있어서 도서관이란 무엇인가를 일반시민에게 이해를 촉진시키는 사회적인 운동이다. 즉, 독서는 첫째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둘째 앞날을 관찰하며, 셋째 자신의 소질을 발견케 하여 보다 나은 사회를 이루는데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이번 도서관주간 행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며 미국에서는 금년도 행사를 합하여 제7회째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독서의 상징을 열쇠Reading is the Key로 표시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독서는 첫째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열쇠이며, 둘째, 보다 나은 세계로 향하는 열쇠이며, 셋째,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리고 적정한 판단을 내리게끔 돕는 열쇠이다.
(중간 생략)
한국의 도서관과 한국 주재 미군도서관들은 1964년 4월 12일~18일에 실시될 도서관주간행사에 캐나다와 전 미국도서관의 협조 하에 공동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주간설정 취지문’(《도서관문화》 1964년 1·2월호 57쪽) 일부 갈무리한 것임
미국도서관협회ALA는 1958년 처음으로 도서관주간National Library Week를 시작했다. 1964년 당시 도서관주간은 4월 12일부터 18일까지였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주재 미군도서관들과 함께 이 주간에 처음으로 도서관주간을 정해 시행한 것이 이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미국의 도서관주간 기간 동안에는 ‘도서관 일꾼의 날National Library Workers Day’과 ‘이동도서관의 날National Bookmobile Day’, ‘아웃리치의 날National Library Outreach Day’, ‘도서관을 위한 행동의 날Take Action for Libraries Day’ 등을 함께 진행하는데, 2025년 올해는 ‘책 읽을 권리독서권의 날Right to Read Day’도 있다. [미국도서관협회 도서관주간 홈페이지 참고]
2025년 올해의 도서관주간 행사
2022년 12월 8일 전면적으로 고친 「도서관법」이 시행되면서 도서관주간은 법률이 규정한 행사가 되었다. 4월 12일을 ‘도서관의 날’로 규정하고 그날로부터 일주일간을 ‘도서관주간’으로 하였다. 그래서 2023년부터는 한국도서관협회가 주최·주관하는 민간행사에서 정부가 법률에 근거해 주도해서 진행하는 행사가 되었고, 민간은 협조,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형식으로 변화했다. 올해로 3년째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2025 도서관의 날·도서관주간’으로 표기되어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법률에 따라 “2023년 첫 번째 도서관의 날을 기념하였으며 2025년 세 번째 도서관의 날을 맞이하며 1964년 이래 한국도서관협회가 주도하여 추진하였던 도서관과 독서문화 캠페인 도서관주간은 올해로 61회를 맞이하였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서관의 날·도서관주간 공식 홈페이지 참고]
2025년 ‘도서관의 날·도서관주간’의 공식 슬로건은 “꿈을 키우는 씨앗, 도서관에 묻다”로 정했다. ‘묻다’라는 단어의 이중적 의미를 활용했다. 포스터와 로고도 공개되어 있으니 도서관 등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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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도서관의 날·도서관주간 공식 포스터와 로고 |
행사를 주최하는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도서관협회는 3월 22일부터 ‘오늘도서관가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4월 10일 국제회의 “포용과 통합의 공간, 모두의 도서관”과 4월 18일 “도서관 생태계와 도서공간의 미래상; 경계를 넘는 연대와 상생”을 연다. 사전 참여신청을 접수 중이다. 4월 11일 ‘2025 미래도서관 정책 아이디어 해커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해커톤 대회는 현재 4월 6일까지 총 10개의 선정된 정책 아이디어를 대상으로 국민 대상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소통24 관련 투표 페이지 참고] 4월 12일 ‘2025 도서관의 날 기념식’이 열리고, 행사장인 국립중앙도서관 야외마당에서는 ‘LIVErary Open Garden’를 연다. 누구나 참여해서 즐길 수 있다. 행사 관련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참여 신청은 도서관의 날·도서관주간 공식 홈페이지 내 '프로그램' 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동네 공공도서관 등도 다양한 행사 진행
정부의 공식적인 행사 대부분은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기 때문에 직접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실 건 아니다. 전국 대부분 공공도서관은 도서관주간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한국도서관협회 도서관주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늘 이용하는 가까운 도서관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을 알아볼 수가 있다. 아니면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지역명과 함게 ‘도서관주간’으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울시는 도서관주간에 203개 도서관이 677개 독서문화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연합뉴스」 2025.3.31. 기사 참고]
올해 4월 도서관주간을 맞아 시민들이 공공도서관 등에서 마음껏 새로운 상상과 즐거움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 2025년 4월 1일자 「한국독서교육신문」에 기고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