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은 사회에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 「새전북신문」 2025년 2월 12일자에 실린 독립출판 출판사 ‘프로파간다’ 김광철 대표와의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김광철 대표는 인터뷰에서 경직된 한국 사회에서 독립출판의 의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독립출판의 장점은 우리를 옥죄고 있는 상업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서 출판의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거예요. 그저는 출판사 단위에서 독립출판을 하는 거지만 개인 단위나 모임 단위에서 독립출판은 정말 많이 있어야 돼요. 출판이란 단순히 책을 내는 게 아니고 우리 사회를 향해 발언을 하는 거잖아요. 상업 출판만 있다면 그 발언권이 너무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거죠. 그래서 독립출판은 발언권의 민주적인 확산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발화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도서관에서도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길!
사회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독립출판물이 늘어나고 있다. 독립출판 활동의 증가하면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독립서점도 늘어나고 있고, 무엇보다도 독립출판의 형태로 자신의 책을 출간하는 저자는 물론 이들에 주목하고 책을 찾는 독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한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의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는 물론 생각과 사상, 의견 등을 모든 사람들이 두루 공평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활용하도록 할 책무가 있는 민주사회 시민의 공론장인 도서관은 더 폭넓게 다양한 목소리가 담아내는 한 방법으로서의 독립출판물에 담긴 사회적 발언을 더 적극 관여하고 도서관 장서로 확보하고 활용하도록 방안을 찾아 노력해야 한다.
독립출판이나 독립서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관련한 출판물 증가, 이에 따른 시민들이 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만나보길 원하는 요구가 적지 않은 상황이 도서관들도 독립출판에 대한 실질적 활동을 촉발하고 늘려가고 있다.
2015년 2월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독립출판/열람실”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회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제작된 독립출판물 400여 종, 600여 권이 출품했다. 이는 도서관과 독립출판계가 만나는 첫 번째 자리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정준민 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독립출판은 최소의 독자만으로도 출판이 가능한 메커니즘을 갖지만 독립출판의 입장에선 최소한의 독자마저 찾기 쉽지 않다”며 “그것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경향신문」 2015.3.24. 기사 참고]
필자는 2017년 3월 「월드라이브러리」국립중앙도서관 웹진에 ‘독립책방과 도서관은 만나야 한다’라는 글에서 “더 많은 도서관이 독립출판물을 확보하고, 독립책방과 만나며 더 풍부한 서비스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먼저 지역대표도서관이 앞장서 해당 지역이나 주요 이슈에 관한 독립출판물의 수집을 시작해야 한다. 대학도서관도 독립출판물을 폭넓게 수집하여 심도 있고 전문적인 학술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란다. 자료를 수집할 때에는 기존의 구매방식보다 전문적인 독립책방을 통해 입수하는 편이 좋다. 자료수집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을 기록하고 출판할 수 있도록 독립출판 활동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쓴 바 있다. 지금도 큰 방향성에서는 생각이 같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독립출판물을 소장하는 도서관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서울도서관은 서울자료실에 서울 관련한 독립출판물을 소장하고 있고, 구산동도서관마을도 1층 종합자료실 내에 독립출판물을 소장하고 있다. 그 외 여러 도서관이 독립출판물을 소장하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현황 파악은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자서전 쓰기 등 다양한 형태의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직접 출판 활동을 수행하기도 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독립출판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늘려 가고 있다. 중랑상봉도서관은 2024년 독립출판교육 「나만의 책을 만나는 시간」을 시행하고 7권의 독립출판 도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중랑방송」 2024.8.2. 기사 참고]
다만 도서관은 예산은 물론 관리 측면에서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반 출판물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독립출판물까지 수집하기는 쉽지 않다. 출판 사실부터 유통까지 제도권 도서관으로서는 필요한 독립출판물을 찾아 입수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도서의 형태 등도 매우 다양해 열람과 대출, 관리 등에 있어서도 일반 출판물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것도 도서관으로서는 어려운 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어려운 점들은 독립출판사나 독립서점, 창작자 등과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도서관이 의미 있는 사회적 발언, 주류 출판이나 언로를 통해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도서관 안에 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공론장이자 새로운 상상과 미래를 만들어 내는 용광로로서의 역할을 보다 다채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독립출판에 대한 이해
독립출판은 “대형 출판사가 주도하는 기존의 출판 관 행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판형, 형식으로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다루는 소규모 출판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1인 출판, 자가출판 등 여러 용어로 혼용되기도 한다.국립중앙도서관 실무용어해설집, 2019
이런 출판사가 정확하게 몇 곳이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은 듯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 「2023년 출판시장 통계 Ⅱ」에서 보면 ‘대표 외 종사자가 없는 사업체는 다른 사업체와 달리 총매출이 증가한 사업체30%가 감소한 사업체24.5%보다 많았다. 이는 독립출판과 같은 소규모 운영이 시장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현재 출판시장에서 매출 향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조사대상 사업체는 한국도서출판정보센터에 납본한 사업체 7,878개사 중에서 최종 297개사를 선정했고, 중 대표 외 없음은 110개사, 5인 미만은 126개사, 5인 이상은 57개사다.
2022년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에서 국내 독립출판 문화를 알리기 위한 두 번째 ‘책보부상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페스티벌에는 독립작가 260여 명이 참가하고, 26,500여 고객이 몰렸다고 한다. [「중앙뉴스」 2022.1.6. 기사 참고] 독립출판사들이 참여하는 자리도 여럿 있다. 2009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언리미티드 에디셔; 서울아트북페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의 독립출판 행사이다. 2024년에는 225팀 이상의 창작자가 참여해 많은 관람객과 소통했다고 한다. [「내 손안의 서울」 2024.11.20. 기사 참고] 북페어인 ‘2024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에는 약 230팀이 참여했다고 한다. 군산시 ‘군산북페어’2024년 100개팀 참가나 전주시에서의 ‘전주책쾌’2024년 89개팀 참가.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북페어’2024년 200개팀 참가 등도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독립출판은 독립서점과 밀접하게 연관, 연결되어 있다.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데에는 독립서점의 역할도 분명하다 생각한다. 독립서점에 관해서는 동네서점 관련 정보와 데이터를 가장 잘 수집해 알려주고 있는 ㈜동네서점이 2016년부터 매년 제공하는 ‘동네서점 트렌드 2023’에 따르면 2015년 97곳, 누적 휴·폐점은 4곳에서 2023년에는 884곳에 누적 휴·폐점 251곳이다. 2018년과 2019년 크게 늘어났다가 2022년부터 증가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는 있지만 2015년 이후 9년 만에 9배가량 늘어났다. 광역지자체별로 독립서점 비중을 살펴보면 서울특별시가 254곳28.7%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 인천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적은 곳은 울산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가 각각 7곳, 충청북도가 15곳이다. 물론 독립서점이 온전히 독립출판물만을 취급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독립서점 증가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시대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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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동네서점의 '동네서점 트렌드 2023' |
독립출판의 특징 중 하나는 창작자/저자와 독자가 아주 가깝거나 아예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 읽는 독자에서 쓰는 독자로의 확장이라고도 한다. 독립출판물을 제작하고 소비하는 세대 대부분은 2030 여성으로 소비층의 90% 정도가 여성이라고 한다. [「도란도란 문화놀이터」 2023.1.11. 기사 참고] 우리 사회의 독립출판물을 찾는 독자도 증가하는 것이 독립출판이나 독립서점 활성화에도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마침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백가연의 논문 “독립출판물 구매 동기에 관한 탐색적 연구”에서는 ‘소비자들은 기성출판물과 차별되는 다양한 독립출판물의 특징인 기성출판물과의 차별점친밀감, 타자를 통한 자아 탐색, 희소성이나 하위문화sub culture적 요소자아정체성 차별화, 취향 공동체를 인지하고 있고 소비와 생산의 연결 등의 인식이 구매동기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22년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의 이해와 전망』KPIPA 리포트 제4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을 보면 독립출판이나 독립서점, 독자의 확장은 이제 이 이 시대의 분명한 흐름인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독립출판 관련해서는 2018년 구선아, 장원호의 논문 「독립출판 증가현상의 사회적·심리적 요인」지역사회학, 19권 1호도 참고할 만하다.
마침 독서출판평론가 백원근은 “독립출판물 전성시대”「한국독서교육신문」 2025.2.14.라는 글에서 “독립출판은 기존 상업출판에서 담기 어려웠던 창작자의 경험과 서사, 새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통로다. 독서 및 창작 인구의 저변 확산에도 기여한다. 그렇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도 많다. 관련 단체의 부재, 통계와 아카이브의 부재, 정보 채널과 베스트셀러 목록의 부재, 추천서 및 시상 제도의 부재 등이 대표적이다. 서로 연관된 문제들인데, 공공 차원에서 독립출판 지원센터가칭를 운영하여 양질의 수확들을 상업출판으로 연결하고 사회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한다. 백원근 평론가가 제기한 과제들이 잘 개선되어 독립출판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기대한다.
[지난 기사 이후 추가할 이야기]
1. 2025년 한 해 각 도서관의 업무계획은 무엇인가?
경상북도 광역대표도서관인 경북도서관은 2025년도 비전을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광역 대표도서관 역할 수행’으로 설정하고,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 조성 ▲관계기관 협력 강화를 통한 도서관 서비스 향상 ▲맞춤형 정보 서비스 제공을 통한 지식정보 허브 역할 확대 등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경상북도 보도자료 2025.2.11. 참고]
★ 2025년 2월 17일자 「한국독서교육신문」에 기고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