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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도서관. (사진=서울시) |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로
헌법을 다시 읽다
지난해 12월 3일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국회에서의 비상계엄 철회안 가결과 12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그 이후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심판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국가는 혼란한 상황이다. 그런 중에 시민들은 헌법에 관한 책을 찾아 읽으면서 다시금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서점가에서 ‘민주주의 도서’ 열풍과 함께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활성화되고 있는 2030 독서 모임에서도 민주주의와 사회, 정치 분야 도서를 읽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문화일보」 2024.12.20. 기사 참고]도 있다. 「MBC」 2025년 1월 9일자 보도에 따르면 헌법을 공부하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평소 서점에서 잘 안 팔린다는 ‘헌법’ 관련 책이 인기고, 학생들은 민주주의 의미를 찾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고 한다. 관련해서 도서관에서도 과연 헌법 관련 책이 얼마나 대출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전국 1,541개 공공도서관 등의 대출데이터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도서관 정보나루’에서 확인해 보니 『지금 다시, 헌법』차병직, 윤지영, 로고폴리스, 2016 경우 2024년 11월 31회이었는데 12월에는 118회로 3.8배나 증가했다. 『헌법 쉽게 읽기』김광민, 인물과사상사, 2017도 42회에서 78회로 1.9배로 늘었다. 도서관들은 이번 기회에 자관이 소장하고 있는 헌법에 관한 책들을 점검하고, 그 책들을 기반으로 시민강좌나 토론회 등을 조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도서관 정보나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책의 대출 추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는 것을 누구나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현 헌법이 민주주의 투쟁의 결과로 1987년 개정된 것이며, 구체적으로 비상계엄과 관련한 제77조와 이와 관련한 「계엄법」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비상계엄 조치 때 출판에 관한 특별한 조치가 시도된 바 있었다. 비상계엄 때 발표되었던 포고령 3호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라는 내용이었다. 「헌법」 제77조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3항고 규정한 것에 근거했을 것이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르라고 했는데, 이건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의 특별조치권)에 근거했을까 싶다. 그러나 우리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가지고 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해서도 같이 규정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권리가 있음에도 왜 비상계엄 때에 특별히 언론과 출판을 통제하려고 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나 출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까? 요즘 출판은 큰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렇게라도 출판이 중요하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위해야 할까? 출판을 대상으로 한 이번 비상계엄 조치는 출판계뿐 아니라 출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서관계에도 나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 활동은 헌법상
어떤 국민의 권리와 관련이 있을까?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도서관계도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항의하고 위헌적 조치를 시도한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그리고 비상계엄 조치 중에서 「헌법」이 보장한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출판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데, 과연 도서관 활동은 헌법의 어느 조항과 연관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헌법」은 제1장 총강제1조~제9조에 이어 제2장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10조~제39조에 걸쳐 규정하고 있다. 제3장에 국회, 제4장에 정부대통령과 행정부, 제5장에 법원 등을 배치한 것을 보면 헌법 차원에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서관 활동은 기본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 영역에 포함되어 있고, 도서관 활동의 근거가 되는 「도서관법」 등 관련 법률은 행정이나 교육 관련 일반적인 사항을 다루는 법률보통 일반법이라고 한다에 비해 도서관에 관해서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법률의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법률이 국민의 권리나 의무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 관련 법률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와 관련이 있을까?
「도서관법」의 여러 조항에서 도서관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우선 제1조(목적)에서는 이 법이 ‘도서관 지식정보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언급하고 있다. 그냥 ‘국민의 알 권리 보장’에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이해해도 될까 생각해 본다. 제2조(기본이념)에서는 ‘도서관이 국민의 정보기본권 신장과 사회의 문화발전에 기여하여 지식문화 선진국을 창조하는 데 중요한 기반시설 중 하나’이라고 정의한다. 즉 도서관은 국민의 정보기본권 신장과 사회의 문화발전에 의미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제3조(정의) 1호는 도서관을 “국민에게 필요한 도서관자료를 수집·정리·보존·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교양습득·학습활동·조사연구·평생학습·독서문화진흥 등에 기여하는 시설”로 정의한다. 도서관은 국민이 정보를 이용하거나 교양습득, 학습활동, 조사연구, 평생학습, 독서활동 등을 함에 있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도서관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 관여하는 일상 문화시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도서관은 설립 주체에 따라 국립, 공립, 사립으로 구분하고, 설립목적과 대상에 따라서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 등 포함,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전문도서관, 특수도서관병원도서관, 병영도서관, 교정시설도서관으로 구분되어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도서관법」에 근거한 도서관 활동은 상위법인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 중 어느 내용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 도서관계는 물론 시민들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본다. 다만 이하의 내용은 법률적 검토를 거친 것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생각일 뿐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헌법」 제10조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서관과 관련해 본다면? 도서관은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법」 제7조(도서관의 책무) 제2항에서 ‘도서관은 국민이 신체적·지역적·경제적·사회적 여건과 관계없이 공평한 도서관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이 헌법 조항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도서관은 영유아에서부터 노숙인 등의 이용까지 모든 국민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도 도서관 활동과 연관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이용자 개인의 사적 정보는 법률에 따라 완전하게 보장되고 있고, 특히 개인의 도서 이용 등에 관한 정보도 본인의 동의가 없다면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는 개인의 양심이나 신념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제2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와 제2항에서의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은 도서관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출판의 자유는 도서관이 책이나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데 필요한 도서관의 자유나 권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근래 도서관 장서에 대한 외부의 검열 시도가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상 출판의 자유, 그와 관련한 도서관의 자유는 국민의 알 권리나 지적 자유 보장에 필수적 조건이다. 또한 도서정가제라든가 지역서점 우선 구매 등 도서관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22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제1항이나 저작자 등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제2항한다는 규정은 도서관 활동과 관련해서 「도서관법」 제21조(도서관자료의 납본)와 제22조(온라인 자료의 수집), 「저작권법」 제31조(도서관 등에서의 복제 등) 조항이 직접 관련이 있다.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와 관련해서는 「도서관법」 제40조(학교도서관의 설치 등)에 따라 모든 학교에는 학교도서관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 별도로 「도서관진흥법」도 제정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은 학교에 도서관이 설치되어 있더라도 소재지나 학교 규모 등에 따라 학교도서관 수준, 특히 법률에 따른 전문인력사서교사나 사서 배치 상황이 다른 것이 현실이고 그러한 불평등을 해소해야 「헌법」에서 말하고 있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제31조 제5항은 국가에게 평생교육 진흥을 국민의 교육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하나의 의무로 규정한 것이다. 이 규정을 구체화한 「평생교육법」이 있다. 「도서관법」에서도 도서관이 수행하는 활동 중 하나로 평생학습을 명시하고 있으니, 평생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제34조 제1항이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나 제35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도 좋은 도서관 환경을 통해 구현되어야 할 국민의 권리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다중이용시설 등을 이용하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환경상 위해를 예방함을 목적으로 한 「실내공기질 관리법」에도 일정 규모 이상연면적 3천제곱미터 이상의 도서관이 적용되고 있다.
이렇듯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도서관 서비스 활동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여러 국민의 권리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이 도서관 서비스의 강화와 활성화에 의미있는 근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헌법에 근거한 도서관 기본이념 정비가 필요
「도서관법」 제1조(목적)나 제2조(기본이념), 제5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에서 말하는 국민의 지식정보 접근권이나 알 권리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 중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위에서도 살펴본 것과 같이 여러 권리와 도서관 활동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법」에서 보다 명확하게 헌법상 국민의 권리와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이를 규정하는 방향으로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생교육법」 제1조(목적)는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근거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도서관법」도 「헌법」을 법률의 근거로 명시하면 좋겠다.
「헌법」과 함께 중요한 여러 관련 법률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5년 발행된 『도서관법규총람. 제1권-제2권』이병목 편찬, 구미무역출판부[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검색해 보면 목차를 포함한 상세한 서지데이터를 볼 수 있다.]에 따르면 법령 중 도서관 관련 법령수는 200여 개전체의 4~5%인데, 이는 도서관이 사회성이 높아 사회의 많은 부분과 유기적 연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도서관 대부분이 공공기관으로 설립 운영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법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겠지만, 도서관이 공공성이나 공익성에 근거하고 있어 사회성이 높다는 점은 지금도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도서관법규총람』이 발행된 지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도서관 상황이나 관련 법률들도 많이 변했다. 다시 한번 「헌법」과의 관련성부터 꼼꼼히 챙기고 관련한 법률들을 살피고 도서관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 잡도록 도서관계가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민과 법률 전문가 등과도 적극 소통도 중요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예전과 같이 이번의 국가적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이라 믿는다. 그 과정에서 도서관계도 분명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과연 도서관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권리와의 관련성을 명확히 하고, 그런 관계성에 근거해 국민의 권리 구현과 확장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공공서비스로 성장해 가는 노력을 촉구한다.
[참고] 헌법과 법률 등에 대한 이해
법은 다양한 측면에서 분류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문자文字로 표현되고 일정한 문서의 형식 및 국가의 입법 절차를 거쳐서 제정되어 공포되는 법, 즉 성문법을 기본으로 국가 공동체를 운영한다… 헌법과 함께 많은 법률은 거의 전부 성문법으로 되어 있다. 불문법관습법과 판례법 등도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조리條理, 즉 사물의 당연한 원리도 보충적으로 활용한다. 「민법」 제1조는 판단의 근거로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제1조고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 ‘법령용어해설’ 참고]
우리나라 법령 체계로는 가장 최상위에 「헌법」이 있고, 헌법에 근거해서 입법기관인 국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하는 법률이 있다. 헌법에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여러 조항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에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나 법률의 하위 규범으로 행정부에 의해 제정되는 시행령법률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며, 대통령령으로 공포된다과 시행규칙법률과 시행령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며, 국무총리령이나 부령으로 공포된다이 있다. 그 외 자치법규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하는 자치에 관한 규정으로 조례, 조례규칙이 있다, 예규, 선례, 판례, 조약 등이 있다. 이처럼 헌법을 포함한 많은 법령 등이 국민의 일상에 촘촘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은 「헌법」에서 규정한 것처럼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이제 우리 모두의 삶과 일상에 관여된 법령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일상을 살아갈 때 필요한 법령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법제처에 따르면 2025년 1월 2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법령헌법, 법령, 자치법규은 모두 155,244건이라고 한다. [법제처, 법령통계 참고]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