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시작되었다. 연초에는 사람들은 늘 서로 희망 가득한 인사를 나누고, 기관이나 단체 등은 활기차게 한 해를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를 공표한다. 그런데 2025년은 그러지 못한다. 지난 해 12월 3일 대통령이 반헌법적, 위법적으로 선포하고, 국회가 즉각적으로 해제 결의를 함으로써 일단락될 것 같은 비상계엄 사태는 이어진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이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이어졌고, 내란죄 수사 등이 맞물려서 계속해서 사건이 정리되고 헌정을 회복하지 못한 채 국민을 분열시키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되면서 2025년 시작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또한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의 항공기 사고로 많은 분들이 유명을 달리한 참사로 국가적 슬픔도 더해져 2024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2025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의 주요한 한 역할을 맡고 있는 도서관계는 2025년을 어떻게 시작하고 채워갈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2025년 도서관계 과제
2024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도서관계에도 분명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빠른 헌정 질서 회복이 도서관 활동에도 매우 중요하다.
도서관계도 2024년 12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여러 단체가 공동으로 탄핵촉구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주권자로서의 입장뿐 아니라 도서관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을 위해서도 국정 안정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비상계엄사태로 촉발된 국가 위기 상황의 빠른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도서관계가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기록관리 부문은 이번에 적극적으로 현 상황과 관련한 기록물 보존은 물론 다양하게 생산되는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기록학 분야에서는 2024년 12월 4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기록과 정보·문화연구모임’을 조직하고 관련 기록을 수집,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계는 어떤 방식으로 현 상황과 이후에 어떻게 이 시대, 어떤 역할을 했다고 역사에 기록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제시했지만, 도서관계도 모여 구체적 활동을 기획하고 조직해야 한다. 2025년 가장 시급한 우선적 과제다.
도서관과 관련해서는 2024년 말 드러난 몇 가지 이슈 중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올해에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속으로 변경하려고 하는 정부의 「도서관법」 개정안 추진은 철회되거나 국회에서 부결시켜 주길 바란다. 두 번째로는 공공도서관 등록제 결과가 빨리 공개되고 등록하지 못한 공공도서관 등에 대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의 대응방안이 어떤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국민들에게 최상의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도서관 등록요건을 갖추는 것은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여야 한다. 그런데 등록시한인 2024년 12월 7일이 한 달여 지난 지금까지도 전국적인 현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 ‘정보공개’ 사이트에 올려진 인천광역시문화체육관광국 문화정책과의 ‘2024년 인천시 공립 공공도서관 등록 결과보고’2024.12.23.에 따르면 인천시와 군·구 공립 공공(작은)도서관 127개관 중 등록한 도서관은 38개관공공 27개관, 작은 11개관으로 등록률은 겨우 29.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률이 이렇게 낮아도 되는 것일까, 안타깝다. 다른 곳의 사정은 어떤지 몹시 궁금하다. 그 외 여러 지자체에서도 공공도서관 등록 결과를 알리는 문서가 생산되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문서가 비공개로 되어 있다. 과연 이런 정도의 문서도 비공개로 해야 하는 것일까 심히 궁금할 뿐이다. 도서관 등록제의 안정적이고 효과적 시행이 빠르게 자리 잡아야 한다. 세 번째로는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 문제는 2025년 내내 도서관 활동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가 재정 운용 방침이나 상황을 보면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거나 증액하는 것은 바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개별 도서관 현장은 물론 도서관계 전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추가해서 지난해 필자가 주장했던 2024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사서자격제도 개혁이 2025년에는 더 강력하게 추진되길 바란다. 도서관 3요소인 시설과 장서, 인력사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서다. 도서관 등록제에서도 우리나라 도서관 현장에서 가장 부족하고 부실한 요소가 사서 인력이다. 제대로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시민에게 더 나은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민과 함께 공공서비스로서의 도서관을 성장시켜야 할 전문인력가 도서관 현장에 배치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한 사서를 양성하는 일은 중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 적지 않은 문제 지적이 있는 현 사서양성제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일은 당장 시작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마침 도서관계 대표단체인 (사)한국도서관협회가 회장 명의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한국도서관협회가 정부와 국회, 지자체, 교육청에 요구하겠다고 한 도서관계 당면 과제는 다음과 같다.
⦁국가도서관위원회의 기능과 역할 수행을 위한 지원 확대
⦁도서관 및 독서 관련 예산 확대
⦁지자체의 도서관법 미준수사서직 관장 채용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
⦁도서관 등록제 준수를 위한 정부 및 지자체, 교육청의 적극적 지원책 마련
⦁사서직 처우개선 및 감정노동에 대한 지원책 마련
⦁도서관 지적자유 침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방안 강구
⦁학교도서관 정상화사서교사 등 정원 확대를 위한 해결책 요구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국회도서관 지역 분관 건립 촉구 등
2025년 도서관계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여하고 행동해야
국가 상황이나 도서관계 관련 정황을 보면 2025년 도서관계 전망은 그리 밝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차적으로 도서관계가 내부적으로는 물론 도서관 이용자와 시민, 관련 부문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서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도서관계는 언제나 독서나 출판, 시민사회 생태계 안에서 확실한 자기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고한 연대를 통해 함께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야 한다. 2025년은 그런 노력을 강화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일 년 전 2024년 전망을 말할 때, 바라는 바의 실현 여부는 도서관계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한 바 있다. 지금도 같다. 도서관계가 우리 사회에 대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그것을 요구하기 전에 사회가, 시민이 도서관과 사서들에게 바라는 바가 뭔가를 앞서 챙기고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마침 2025년은 해방 80주년이 되는 해다. 도서관계 선배들이 해방되자마자 곧바로 모여 새로운 해방 조국에서 도서관과 사서로서 할 일이 분명하기에 빠르게 모여 도서관계 연대체인 조선도서관협회현 한국도서관협회의 전신를 결성했다. 그래서 한국의 도서관 단체 역사도 80년이 되는 해다. 지금까지 80년 동안 꾸준히 도서관을 적극 이용하고, 도서관의 발전을 지지하고 응원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와 기쁨을 돌려드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마음과 실천으로 2025년 어두운 전망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당당히 해 나가길 바란다.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애쓰고 있으니, 곧 다시 민주적인 국가, 국민이 주인이고,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으로 하루하루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그런 회복력을 가진 국민을 믿고 다시 흐린 하늘에 각자의 응원봉 불빛이 환하게 켜길 바란다.
[지난 기사 이후 추가할 이야기]
1. 도서관계 2024년 한 해를 돌아본다
한국도서관협회도 12월 말까지 2024년 한 해 도서관계 10대 뉴스를 선정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이를 반영해 최종적으로 2025년 1월 2일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많은 지지 의견을 받은 이슈는 ‘도서 검열 논란, 계속되는 도서관 지적 자유의 위기’였다. 이를 포함한 2024년 도서관계 10대 뉴스는 다음과 같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