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㉗
서재만들기
2019년 나는 충북대학교 교육학과 대학원을 다녔다. 수업을 들으며 아쉬웠던 것은 현장감이었다. 함께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연구직이나 행정직이었다. 교단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겪었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같이 책을 읽자고 제안했다. 책 선정은 전공 교수님에게 부탁했다. 학과 수업에서 이론서를 충분히 접하니 인문·교양서를 중심으로 읽자고 했다. 삶과 연관된 교육을 접하는 기회를 갖고 여러 활동을 서로 제안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대부분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기에 바쁠 때를 대비하여 자유 독서와 지정 독서를 격주로 하자고 했다. 하지만 청주, 세종, 진천, 충주를 오고 가야 하는 구성원들의 물리적 상황과 코로나19 때문에 독서동아리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함께 책을 읽으면서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만남을 지속하고 싶었다. 나의 생활권이라고 할 수 있는 진천에 독서동아리를 만들면 조금이라도 이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까? 주변을 둘러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남편이 있었다. 동화로 등단하고 여러 작품을 쓴 상신초 선생님, 역사를 전공하여 관련 도서를 많이 알고 있는 은여울중 선생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육전문가까지. 이렇게 해서 충북 진천군에 ‘서재만들기’ 독서동아리가 탄생했다.
‘서재만들기’가 처음 읽은 책은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홍인재, 2017이었다. 2019년 교수님이 추천해준 책이었다. 학교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여 동아리원들에게 함께 읽자고 권한 책이었다. 미국의 문맹률보다 한국의 문맹률이 낮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오히려 문해율文解率, 글에 담긴 정보를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의 비율은 한국이 낮다고 한다. 뉴스를 보면서 오해하거나, 깊은 대화를 회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더군다나 나는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국어 해독解讀도 어려워하는 아이들과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학교 속의 문맹자들』엄훈, 2012을 읽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읽기 수준 진단검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아이들의 읽기 수준이 어떻게 향상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문해율이라는 주제로 밀도 있게 읽다 보니 조금 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직지』김진명, 2019를 읽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이 책 역시 한글과 맞닿아 있었다. 이번에는 한글의 역사였다. 직지심체요절과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를 조선의 주자소鑄字所와 연결한 상상력이 놀라웠다. 한글의 우수성을 좀 더 세밀하게 알게 된 책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 감흥을 지속하고 싶었다. 마침 뮤지컬 「세종 1446」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립한글박물관과 함께 둘러보자. 진천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진천으로 이동 시간이 있어 박물관까지 가보지는 못했지만 한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와 더불어 ‘한글’과 ‘한글 문해 교육’까지 일관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뻤다. ‘읽기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독서동아리를 더욱 활성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이런 경험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혼자 읽기 어려울 때 같이 읽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서로 도와가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독서동아리를 꾸렸다.
2020년도에 ‘사제동행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3개의 팀을 꾸렸다. 각 팀은 ‘청소년 민주의식’ ‘대한민국에서 큰딸로 산다는 것’ ‘교사가 되는 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적게는 1권에서 많게는 4권을 함께 읽었다. 코로나19로 대면 토론이 어려웠지만, 릴레이 독서 기법을 활용했다. 각자가 가진 책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책을 바꾸어 읽기도 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활용하여 결과물을 만드는 논의도 했다. 아이들과 나는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주변의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보자, 혹은 그 과정을 겪어 보자’가 우리의 목표였다. 이는 2021년도에도 이어졌다. ‘다문화 교육’ ‘여성 인권 2기’ ‘학교 공간 재구성’ 등의 주제로 4개의 팀을 꾸렸다.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나의 독립된 공간을 갖기 위해 방구석에 서재를 만들었다. 나의 방구석 서재는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풍성해졌다. 아이들의 서재도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서재만들기’ 구성원들은 학부모이자 교육자다. 초·중·고, 학교도 학급도 다르고 저마다 가르치는 교과도 관심 분야도 평소 독서 습관도 모두 다르다. 학생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을 더 실천적으로 노력하는 입장에서 책을 대해보자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비대면으로 이어가려고 여러 노력을 했다. 소규모로 만나도 보고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이나 같은 교육계 동료들과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한 것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밴드에 기록을 시작했다. 서로의 글에 댓글을 달면서 생각을 더 이어가기도 하고 확장할 수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같은 고민으로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기 위해 미션 인증, 읽고 있는 책 소개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활동들을 엮어 문집으로 만들고도 싶다.
‘서재만들기’를 만들고 활동한 초창기,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떻게 만날지 고민한 것이 마치 어제 일 같다. 벌써 무더운 여름이 가고 낙엽처럼 가을도 지고 코끝이 시린 겨울이 왔다. 방학 동안 두 권의 책을 함께 마무리하고, 청주 ‘꿈꾸는책방’에도 다녀오고 『박만순의 기억전쟁』박만순, 2021과 『골령골의 기억전쟁』박만순, 2020을 읽었다. 저자와의 만남을 기획하고 책나눔 행사도 열어볼까 한다. 책보다 유튜브와 더 친해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교사들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은 의견을 나누는 경험을 하자고 다짐한다. 바빠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고 읽은 책은 늘 나누고 소통하고자 하는 욕심 많은 교육자들의 독서동아리 ‘서재만들기’. 지금처럼 편안하게 서로 이해하며 소소하게 계속해서 모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