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㉔
부산 ‘책나무’
내가 읽은 책이 나의 열매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독서동아리 ‘책나무’. 우리는 부산 햇살나무도서관에서 열린 어느 역사 강의에서 만나게 되었다. 헤어지기가 아쉬워 시작한 것이 어느새 6년이 되었다. ‘책나무’는 주부와 직장인이 모인 독서동아리다. 가정과 직장 등 저마다의 사정으로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고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권씩은 책을 읽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는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며 결과물을 남기는 것도 뿌듯하다. 우리는 햇살나무도서관에서 작은 역할을 맡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도서관에 놀러 오는 프로그램을 할 때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 마을 행사가 열리면 체험 부스를 열기도 한다. 책을 이용하는 다양한 놀이도 기획한다. 그림책 주인공 색칠하기, 책갈피 만들기, 커다란 책 읽어주기를 하며 아이들이 좀 더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올해 여성, 페미니스트, 성평등 관련 책을 중점적으로 읽고 있다. 동아리 구성원이자 마을 이웃으로서 아이들 학교, 마을 공동체, 직장… 우리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삶에 스며 있는 가부장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넘어갔던 생활 속 가부장제적 요소들을 세밀하게 뜯어보고 있다. 나라는 주체를 찾고 바른 성역할을 인식하려고 고민도 한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아이들에게 더욱 무궁무진한 미래로 주어지길. 최근에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지음, 창비 펴냄를 읽었다. 평상시 나의 관점에서 아무 불편함도 느낄 수 없었던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과,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나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차별에 대해서 깨닫고 차별 감수성을 체감하기도 했다.
혼자 책을 읽었다면 아마 독서는 재미로 그쳤을 것이다. 관심 분야의 책만 읽다 보면 편독을 할 수 있다. 함께 읽기를 하면 관심 없던 분야의 책도 읽게 된다. 여럿이서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책 속에 숨은 의미나 내가 놓쳤던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미흡함까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함께 읽기의 가장 큰 재미다. 한편, 나의 삶의 문제를 털어놓고 관련된 정보를 나누며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과 동아리와 도서관과 마을이 함께 커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내 삶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원래 나는 쓴소리를 잘 못 하는 사람이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이제는 조금씩 나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기특하다. 역시 독서는 우리의 정서적 고양을 위한 행위이다.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늘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는다. 동아리의 대표를 맡게 되면 더욱 그렇다. 아무리 함께 의논하고 결정한다고 해도 책임감이 생겨 활동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그래서 동아리 대표는 임기제로 돌아가면서 맡기를 추천한다.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책나무’ 독서동아리의 경우는 근황 나누기를 한다. 지난 한 달간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나누게 되면 훨씬 더 동아리에 애착이 생긴다. 책 선정도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추천하는 것이 좋다. 너무 어려운 책이 선정된 달에는 동아리 내에서 ‘곡소리’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혼자서는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을 함께 읽어보는 경험은 소중하다.
독서 모임을 하기에 앞서 함께하는 게임이 있다. 간단한 심리테스트다.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기도 쉽다. 분위기도 부드러워진다. 근황을 나누기에도 좋다. 최근에 해본 심리테스트포레스트 집중력 향상 앱 ‘나만의 씨앗심기’ 결과로 ‘책나무’ 독서동아리 구성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남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는 감성적인 단풍나무 김상미,
강한 의지로 목표를 향해 가는 소행성 덤불 동아리장 김현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줄 알며 세상을 바꾸는 데 관심이 있는 야자수 유동준,
애정이 넘치며 눈에 띄는 장미 이명자,
열정적이고 진실하며 이타심과 사랑을 지닌 카네이션 조영숙,
고귀하며 내면에서부터 빛을 뿜어내는 갯버들 김선희,
다소 냉소적인 태도와 완벽을 추구하는 등나무 황원희와 김기숙.
저마다 성격은 다르지만, 책을 좋아하고 탐하는 것만은 같은 우리 독서동아리 회원들이다. 여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함께 활동을 이어가면 좋겠다.
끝으로 ‘책나무’에서 읽고 좋았던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놀 펴냄,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황금가지 펴냄,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이민경 지음, 봄알람 펴냄이다. 우리에게 더 욕심이 있다면 햇살나무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나 지역주민에게 우리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웹자보 형태로 만들어 동아리에 새로운 사람이 찾아올 수 있도록 홍보하면 좋겠다. 시끌벅적 유쾌한 여성들의 수다 마당, 책나무에 편하게 놀러오시길.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만큼 내가 듣고 알게 될 세계도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