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⑳
목포 ‘일곱빛깔’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중략)
유달산 잔디 위에 놀던 옛날도
동백꽃 쓸어안고 울던 옛날도♪
이난영의 노래 「목포는 항구다」에서처럼 유달산의 사계가 흐르고, 바다에 내려앉은 노을빛이 아름다운 서해의 항구 도시 목포. 공선옥의 소설 『영란』뿔 출판사, 2010에 그려진 것처럼 푸근한 항구 도시이지만 한편으로는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한과 정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목포의 작은 마을에 사는 40, 50, 60대의 멋진 주부 열 명이 뭉쳤다. 오직 책과 사람이 좋다는 이유로.
3년 전, 작은도서관 사서 선생님의 권유로 주부독서동아리 ‘일곱빛깔’은 시작되었다. 각기 다른 색이 모여 아름다운 색의 조합을 이루는 무지개처럼 함께 빛나자는 뜻을 담아 동아리 이름을 정했다. 거창한 목표를 잡고 시작했다기보다는 그저 책이 좋아서 함께 읽는 재미를 느끼자고 했다. 아내, 엄마, 며느리, 딸로만 살았던 시간 속에서 ‘나’를 잊었던 우리들. 중년이 되고서야 비로소 지난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후반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서로에게 의지하며 책을 통해 소통하자고 했다.
‘일곱빛깔’은 매월 책 한 권을 선정해서 읽는다. 회원들이 추천하는 책들 중에서 단톡방 투표로 선정하기도 하고, 간혹 베스트셀러를 읽기도 한다. 어릴 적 읽었던 『빨간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 같은 고전 명작을 다시 읽으며 같은 책도 읽는 나이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호실로 가다』도리스 레싱 지음, 문예출판사를 읽고, 평범한 삶을 사는 주인공의 내면을 보면서 우리들의 내면까지 열어 보기도 했다. 결혼 전 ‘나’로 재능을 발휘하며 살다가 결혼 후에는 ‘나’를 잃어버린 주인공 수전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웃고 울기도 하면서 작은 틀 안에 갇혀 있던 생각의 아집을 내려놓았다. 책을 통해 우리는 나날이 삶의 지혜를 배우는 중이다. 홀로 하는 독서는 자칫 편독이 심해질 수 있다. 우리는 각 회원들이 추천하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으며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채사장 지음, 2019이라는 책을 읽고는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커가는 일상의 행복감에 ‘일곱빛깔’ 회원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져만 간다. 단순히 독서만 하는 모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도 함께하게 됐다. 복지관 도자기 체험으로 나만의 접시를 만들고, 공원 벤치에서 사포질해 만든 나무쟁반과 가죽공방에서 만든 가죽 필통에 좋아하는 볼펜을 담기도 했다. 향긋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체험을 하던 중 노년기에 할머니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던 회원은 바리스타 시험에 도전해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국민독서경진대회에 독후감을 내 수상까지 한 회원들도 있고, 그게 자극이 되어 이듬해에는 더 많은 회원이 글을 써보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동아리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도서관이 휴관하고 여럿이 모이는 모임을 할 수 없어서 모임을 쉬는 달도 있었지만, 공원이나 찻집에서 만나기도 했다. 독서동아리지원사업을 통해 임성미 작가의 ‘담요와 책만 있다면’ 북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지 못했지만 우리 회원들만 작가님과 중년의 행복한 책 읽기를 말하면서 작가님의 식견과 선한 품성이 주는 영향으로 동아리의 품격이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이 어려울 때, 우리는 윤보영 시인의 시집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2020을 릴레이 필사하기도 했다. 시집과 공책과 펜이 든 가방을 전달받으면 하고 싶은 만큼 필사를 했다. 캘리그라피를 배운 회원들의 멋진 글씨와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간혹 연로하신 친정엄마의 필사 시가 담기기도 했고, 어느 회원의 남편과 고등학생 딸의 필사 시가 쓰여 있기도 했다. 시를 필사하면서 시가 주는 평온함으로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했다는 회원들은 9개월 만에 필사 시집 한 권을 멋지게 완성했다.
든든한 맏언니 숙자, 동아리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하고 있는 총무 영희, 멋진 커리어를 자랑하면서 책 정보를 알려주는 경란, 미소 천사 경희, 야무지고 똑똑한 애리, 정이 많은 종미, 우리들을 만나서 행복하다는 영애와 은영, 멋진 역사 선생님 선옥. 끝으로 동아리를 이끄는 경희까지. 우리 열 명이 함께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멋진 주부 열 명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파할 예정이다. ‘일곱빛깔’의 행복 레시피는 중년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하며 주위를 환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