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⑰
대전 ‘수북수북’
수요일에 만나는 온라인 독서동아리 ‘수북수북’
처음부터 온라인 독서동아리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대전 유성구 주민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독서 모임을 시작하려던 지난 3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비대면 모임을 하자고 했던 것이 10월 말이 된 지금, 스물다섯 번째 온라인 모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북수북’이 만들어진 데 큰 역할을 해준 공동운영자가 있다. 지역사회 봉사단체에서 주민들을 위한 문화와 소통의 자리를 모색하던 중에 어느 봉사 기관에서 만나게 된 독서광 염주희. 그와 정기적으로 만나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심에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우리는 독서동아리를 통해 지역사회 주민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리고 싶었다. 홍보가 어려워 지인들을 통해 회원모집을 했다. 시작 단계에서는 우리 두 사람이 독서 모임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문학, 철학, 역사,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 열세 권의 책을 미리 선정했다. 혼자라면 읽지 않을 책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읽기 어려운 책과 읽기 쉬운 책을 교차해서 배치했다.
한 주에 한 권 시즌제 운영, 매주 독후감이 있어요
수북수북은 한 주에 한 권씩 읽는다. 이러한 독서량이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좋은 책은 너무나 많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15주 동안은 열심히 달리고 여름과 겨울에 방학을 갖는 것으로 충전을 한다.
우리 모임의 진행은 공동운영자 두 명이 교대로 맡는다. 회원 중 지원자가 있으면 한 차례씩 모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모임 일주일 전, 진행자가 리딩 가이드를 공유한다. 하루 전에는 회원들이 독후감을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책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미리 알 수 있어서 원활한 토론이 된다.
온라인 모임에는 장애물이 많았다. 회원들은 말로써만 소통이 가능했다. 비언어를 나누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신체 언어가 사라지자 서로의 느낀 점을 나누고 의견을 비교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이를 보완하고자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다. 각자의 소감을 미리 읽어 와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했다. 회원들은 정리된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기록으로 남겨둘 수도 있었다. 독후감은 유익했다.
처음 하는 온라인 독서 모임, 이런 일들이 있었다
온라인 모임 초기에는 화상회의 플랫폼 자체가 불안정했다. 하울링 현상과 소리 끊김이 지금보다 더 자주 있었다. 아예 인터넷 신호가 끊어지는 일도 있었다. 진행자의 역할이 늘어났다. 익숙지 않은 화상 모임방을 개설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과 정확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회원들은 회원들대로 힘들었다. 온라인 모임을 위해 사용법을 익혀야 했다. 매회 모두가 익숙하지 않았다. 새로 입회한 회원들을 기다리다 모임 시작이 20분 지체되는 일도 있었다. 끝까지 비디오를 끄고 참가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주로 각자의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이 없는 경우, 집안 소음이 그대로 오디오를 타고 들어왔다. 부엌 식탁에 앉아서 모임을 하는 중에 아이들이 먹을 것을 찾아 냉장고 문을 여닫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어떤 회원의 경우, 서재에서 화상 모임을 하는데 아들이 방해하지 않으려고 포복 자세로 왔다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았다고 한다.
대전 유성구를 너머 전국으로! 앞으로의 수북수북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온라인 모임을 했기에 지금은 훨씬 안정된 분위기에서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독후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전보다 넓어지면서 회원들이 참여가 더 활기차졌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시즌 1에 참석했던 60대 남성 회원 3명이 시즌 2에는 함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면 모임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소통의 창구가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할 때는 회원들이 디지털 문화에 얼마나 밀접한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평균 나이 50대 중반의 수북수북이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해 모임을 할 생각은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위기 속에서 디지털 기술이 이끄는 미래 세상을 앞당겨 경험한 셈이 되었다. 우리는 행운아였다. 시간이 갈수록 온라인 모임의 장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즌 2 모임을 시작할 때는 유성구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도 회원으로 받았다. 온라인 모임을 진행하면서 다른 지역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방식을 유지하고 싶다. 회원들의 대면 욕구는 개강과 종강 모임에서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하면서 모임 후기를 각각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에 기록했다. 여름 방학에 이 내용을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11월에 발간할 예정이다. 『화상 독서 모임 어떻게 시작할까?』이소라·염주희 지음, 월간토마토 펴냄는 독서 모임 기획, 홍보, 발족, 온라인 모임으로의 전환 등을 담고 있다. 전국의 독서동아리 운영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