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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갖는 취미는 어릴 때와 달리 빛나는 재능이나 원대한 목표보다 사소한 계기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있어 수영과 독서동아리 활동이 바로 그랬다. 어린 시절부터 특별히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던 나는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더불어 올해로 7년째 되는 수력水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독서 모임도 수영을 통해 시작하게 된 소중한 경험 중 하나이다.
‘토요북런치’라는 이름의 우리 독서 모임은 주로 격주 토요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월마다 다르지만, 평소 4~5명이 함께하는 작은 모임이다. 꾸준히 수영장에 다녔으나 인사만 하고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였던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잠시 수영과 떨어지게 되면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공통 관심사로 수영뿐만 아니라 독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독서 모임은 그렇게 시작됐다.
첫 독서 모임은 서로 읽었던 책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자신이 최근 읽은 책 중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거나 소개하고 싶은 책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 점차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평소 하지 않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만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독서동아리를 통해 여러 가지를 함께 했는데, 특히 세 가지 활동이 인상 깊다.
첫 번째는 독서 토론이다. 우리 독서동아리가 더욱더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진행된 독서 토론의 영향이 크다. 모든 회원이 직장에 다니는 우리 독서동아리는 이전에는 특별한 주제 없이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자신의 감상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이런 과정만으로도 다양한 책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나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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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통해 두세 달에 한 번씩 책을 정해 읽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영어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첫 영어책은 『82년생 김지영』의 번역서 『Kim Jiyoung, Born 1982』였다. 문화적 배경이 익숙해 읽는 부담이 적고, 이미 한국어판을 읽은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선정하였다. 나는 영화로도 제작된 이 책이 내가 경험한 한국 사회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 성별, 직종이 각각 다른 동아리원들은 나와 다른 경험을 해온 사람들이 많았다. 한창 인터넷을 달구었던 페미니즘 논란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커뮤니티나 게시판을 통해 글로는 읽을 수 있었으나 그 의견에 설득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사람 대 사람으로 직접 대면하여 생각을 들어보니 인터넷을 통해 읽었던 다른 의견들보다 더 설득력 있고, 이해되는 이견이 많았다.
우리는 여성의 경력 단절과 육아에 관해 논쟁적인 토론을 하였다. 8·90년대생 여성인 나와 몇몇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다른 의견을 경청하며 근거를 반박하는 대화는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2·30대 남성의 견해, 20대와 40대의 의견 차이, 여성 인권에 대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이야기하였다. 나는 토요북런치이 챌린지를 즐겁게 완수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득을 통해 함께 신청하였다. 8월 13일 토요일에 실시한 이 대회를 목표로 동아리원들은 몇 달간 꾸준히 모여 500m 4세트 자유형 시간을 단축하는 연습했다. 또 무더운 여름 바다에서 패들보드를 타면서 함께 바다 수영을 경험하였다. 한강 남단에서 북단으로 역영하여 반환점을 돌아오는 2Km 길이의 한강 크로스 챌린지는 두렵지만 함께 하는 도전이었기에 큰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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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가 독서를 할 때 꼭 필요하냐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독서 모임과는 관계없이 읽는 책이 많고, 독후감 작성이나 토론을 하지 않고도 그저 독서 자체만으로 즐기는 책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독서동아리 활동을 꼭 추천하고 싶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엔 다양한 경험만 한 것이 없고, 독서와 독서동아리는 직·간접적인 경험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독서와 이를 바탕으로 나누는 이야기,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직접적인 경험이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내가 발제를 하여 독서 토론을 진행하게 되었다. 손재주가 없어서 뜨개질은 중학교 때나 해봤다고 말했던 동아리원은 뜨개질로 겨울 스웨터를 하나 만들었고, 겁이 많아서 바다에서 한 번도 수영해보지 못했던 동아리원은 바다 수영에 도전하게 되었다. 빛나는 재능이 없어도, 원대한 목표가 없어도 하루하루의 독서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내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러 가지 ‘처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토요북런치’ 활동이 앞으로 어떤 성장을 줄지 기대된다.
★2022 독서동아리 수기 공모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책이 만나다」에 선정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