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문화의 씨앗이 뿌려진 꽃밭
― 나를 알아가는 글의 힘
당진 ‘당진그림책꽃밭’
모이는 곳
충남 당진시 ‘당진그림책꽃밭’
모이는 사람들
성인
추천 도서
『콩쥐 팥쥐』 정현지 그림, 김중철 엮음, 웅진주니어 펴냄
『아무개 씨의 수상한 저녁』 요안나 콘세이요 지음, 최지원 옮김, 단추 펴냄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유타 바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북극곰 펴냄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글, 곽수진 그림, 이지은 옮김, 언제나북스 펴냄
『살아 있다는 건』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오카모토 요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비룡소 펴냄
선선한 바람이 불고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길가를 따라 찾아간 곳은 그림책 책방 ‘당진그림책꽃밭’이었다. 다홍색 지붕과 주황색 벽이 인상적인 집 안으로 들어가니 동아리 ‘당진그림책꽃밭’ 회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처음 본 낯선 이에게 어색함도 없이 노련하게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먼저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읽고 손수 써온 글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은 주인공 동구가 보낸 하루를 통해 각자의 삶을 반추하면서 자신이 가장 듣고 싶은 말에 관해 쓴 을 낭독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진솔하게 읽는 목소리에서 따스함이 묻어났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쓴 글에서는 꾹꾹 눌러놨던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듣는 사람의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솜씨가 훌륭해서, 낭독하는 목소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솔직하게 드러내는 감정에 공감해서다. 혹 읽는 이가 목이 메어 멈칫하면 같이 눈물 흘리고, 읽는 이가 웃으면 같이 미소 지으며 서로를 격려해주었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당진그림책꽃밭’은 그림책을 읽고 마음을 풀어내는 글을 써서 낭독하는 모임이다. 유은정 회원은 “쓰기는 생각을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쓰기 전에 나를 깊이 탐색하고 지난 시간을 추억하면서 글을 쓰는 동안 내 감정이 정리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희망도 생기고 긍정적인 마음도 얻는다.”라며 쓰기가 삶에 좋은 향을 미친다고 했다.
‘당진그림책꽃밭’의 책방지기인 김미자 회원은 “쓰기 모임을 서울에서 8년 했고 여기서 2년째 하는데, 사람들은 쓰기를 무서워한다. 그만큼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두려운 거다. 그래도 여기 모인 회원들은 글을 쓰려고 애쓰니 예뻐 보인다.”라며 동아리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이들은 쓰기를 통해 꾸준히 내면과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쓸 때 울고, 모임에 와서 읽을 때 다시 운다.”라고 말한 김미자 회원은 이런 마음의 화학작용이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어떤 마음이든 같이 나누며 나쁜 감정을 떠나보냈고, 그 자리에 좋은 감정을 채워 희망의 꽃을 피웠다. “글을 쓰며 느꼈던 내적 갈등과 감정은 글을 낭독하는 순간 정리되어 마음이 한결 평온해지고 가벼워진다.”라는 윤영순 회원의 이야기를 들으니 독서치유가 떠올랐다. 이 동아리 안에서는 읽고 쓰고 말하기를 통해 불편했던 마음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작업이 자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글에 온전히 마음을 담으니 다들 집중해서 들어주었고, 그들은 서로에게 큰 선물 같은 존재로 함께 성장하는 벗이었다.
함께 나누는 기쁨
2020년 3월, 회원들은 ‘당진그림책꽃밭’의 블로그에서 쓰기 모임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명 두 명 모여들었다. 쓰기만 하면 재미없고 심각할 수 있으니 한 번씩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만남을 가졌다. 그림책을 낭독하거나 그림책 관련 미술 활동, 노래 부르기, 옛이야기 말하기, 그림책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회원들을 다독이고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며 맏언니 역할을 담당하는 김미자 회원은 고故 권정생 작가의 문학사상을 좋아한다며 『사과나무밭 달님』을 추천해주었다. 이 그림책을 통해 ‘그래도 살아라’라는 깨달음을 얻고 회원들이 감동하여 다양한 글을 썼다고 한다. 유은정 회원은 “그림책에서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받아 보잘것없는 걸 대단하게 보기도 하고, 세상을 좋게 만드는 방법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에서 화가 난 동구를 이해하고 『사과나무밭 달님』에서 엄마 안강댁을 보살펴주는 아들 필준이를 통해 사랑과 희생을 배웠다. 그들은 독서동아리 활동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를 되새겼다. 또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일상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었다. 회원 중 세 명은 자녀의 나이가 같아서 공동육아를 하는데, 한동네에 사는 몽골 이주민 친구까지 챙겨서 같이 활동한다고 했다. 회원들이 조금씩 회비를 걷어 몽골에서 이주한 그 가족을 돕기도 했다. 비록 그들의 힘은 미약하지만 작은 실천으로 마음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 퍽 아름다워 보였다.
이선우 회원은 “우리 동아리의 원동력은 개성”이라며, “각자 개성이 뚜렷해 안 맞을 것 같지만 따로 놀지 않고 잘 융화된다.”라고 자랑했다. 그녀의 말처럼 개성 강한 이들이 모여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고, 무엇보다 지역 사회에 아름다운 꽃씨를 뿌리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고 챙겼던 기쁨은 다른 사람을 돕고 나누는 기쁨으로 확장되어, 각자의 마음에 품은 꽃씨로 함께 개성 넘치는 꽃밭을 만든 것이다. 유은정 회원이 ‘당진그림책 꽃밭’은 2021년 겨울까지 1기 운영을 마치고 이후 어떻게 할지 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2년간 열심히 그림책을 읽고 쓰는 활동을 했으니 잠시 쉬는 것도 괜찮다. 그동안 회원들의 마음에 읽고 쓰고 나누는 독서 문화의 씨앗을 심어 놓았으니 이제 어떤 꽃이 필지 기다려진다.
★인터뷰 및 글. 임경민 독서동아리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