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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담은 도서관에서
그림책으로 마을을 품은 엄마들
광주 ‘북마미’
모이는 곳
광주시 북구 꿈틀어린이작은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추천 도서
『푸른빛의소녀가』 박노해 지음, 느린걸음 펴냄
『민들레는민들레』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이야기꽃 펴냄
『대추한알』 장석주 글, 유리 그림, 이야기꽃 펴냄
『나는고양이라고!』 사노 요코 글, 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바다의기도』 할레드 호세이니 글, 댄 윌리엄스 그림, 스푼북 펴냄
한 달에 한 번 근처 공원으로 나가 마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동아리가 있다. 그림책 읽는 엄마 모임 ‘북마미’. 10월 14일, ‘북마미’를 만나러 광주시 북구 신용동에 있는 ‘꿈틀어린이작은도서관’을 찾았다. 포근하고 아늑한 도서관은 8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도서관으로 들어가니 색색의 탁자를 두고 둥그렇게 둘러앉은 ‘북마미’ 회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꿈과 꿈이 모여 탄생한 ‘북마미’
먼저 그림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에서 모이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꿈틀 어린이작은도서관’은 ‘광주소명교회’가 마을 아이들, 주민들과 함께하고자 만든 열린 공간이다. 도서관장을 맡은 장경희 회원은 평소 그림책 읽는 모임을 꾸리는 게 꿈이었다. 도서관을 돕던 김혜선 회원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면서 물꼬가 터졌다. 여기에 함께 책 읽어주기를 하던 ‘신용초’ 독서회원을 비롯해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2018년 ‘북마미’가 결성된 것이다.
‘북마미’는 그림책 보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돌아가면서 발제를 준비하고, 틈나는 대로 유튜브 시청, 작가와의 만남, 전시회 관람을 했다. 동아리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장경희 회원의 공이 컸다. 모임이 좀 뜸하다 싶으면 “도서관에 한 번 들르세요. 신간 그림책이 들어왔어요”라며 회원들에게 연락해 도서관을 찾게 한 것. 서로 격려하고 이끌어주며 꾸준히 그림책을 읽은 덕분에 모임이 정착됐고, 그림책 토론도 풍부해졌다. ‘북마미’는 현재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모인다. 읽은 책 중에서 추천도서 5권을 뽑아달라고 하니 7권을 내놓는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많아서 5권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라는 말에 이들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는지, 그림책 한 권, 한 권을 어떤 마음으로 읽을지 짐작이 되었다.
시너지가 생기고 루틴이 되다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되어서 힘들 때, ‘북마미’ 육아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김혜선 회원은 “동아리 덕분에 육아도 독서도 시너지가 커졌다”라고 한다. 그림책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시야도 넓어졌다는 것. 김은희 회원은 작가의 초기 작품과 현재 작품, 작가의 삶과 작품을 연결해서 읽는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송명숙 회원은 지쳐있을 때 그림과 글을 보면 서정이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치유하게 된다고 밝혔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서로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는 ‘북마미’는 도서관에 모여 그림책을 읽는 일이 일상생활의 루틴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즐거운 에피소드도 있다. 『별별남녀』를 읽을 때 회원들의 해석이 모두 다른 장면이 있었다. 궁금함에 ‘이야기꽃 출판사’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가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 김장성 작가를 초대하게 되었다. 『민들레는 민들레』 그림책 강의도 듣고, 『별별남녀』의 궁금증도 푼 시간이었다. 새벽 일찍 모여 KTX를 타고 광주를 탈출(!)해 서울에서 열리는 「앤서니 브라운」 전시회를 보러 갔던 ‘책소풍’도 행복한 추억이다.
마을 공원에서 ‘책수레’를 끄는 사람들
모임을 하던 어느 날,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마을에서 함께 해보자, 나가서 놀아보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달에 한 번은 마을 공원으로 나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자는 것.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그림책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픈 마음이 절로 우러나온 것이다. 잘 될까? 아이들이 모일까? 반신반의하다가 ‘책읽는사회’ 지원 동아리로 선정되면서 용기를 냈다. ‘책수레’ 등장! 공원에 배너를 세우고, 의자를 깔고, 엄선한 그림책을 마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아이들이 그림책에 집중하고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이제 ‘북마미’는 그림책 퀴즈, 책 선물은 기본이고, 주제에 맞는 독후 활동을 기획해서 점점 더 무거워지는 ‘책수레’를 끌고 마을로 향한다.
“주변에 든든한 언니,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돼요. 안전한 마을 공동체가 있다는 것도 좋아요. ‘북마미’가 없었다면 내 삶과 내 가족만 바라봤을 텐데,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어요.”
함께 읽는 그림책만큼 좋은 건 없다
인터뷰가 끝나고 서경희 회원이 고혜진 작가의 『행복한 여우』를 읽어 주었다. 붉은 여우가 흰 여우가 되는 과정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정성스럽게 읽어주는 회원과 그림책에 푹 빠진 회원들을 보며, 그림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읽어주는 이의 온기와 더불어 작품에 담긴 삶의 철학과 지혜를 나눠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읽는 그림책, 서로가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 시간을 그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함께하려는 꿈과 꿈이 모여 교회는 어린이도서관을, 어린이도서관은 ‘북마미’를, ‘북마미’는 마을 아이들의 미래를 낳는다. “나를 키운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라는 빌 게이츠의 말처럼, 마을의 아이가 자라 언젠가 “나를 키운 것은 ‘북마미’의 ‘책수레’와 ‘꿈틀어린이작은도서관’이었다.”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본다. 도서관과 그림책, 엄마와 아이, ‘북마미’와 마을. 서로 연결하고 확장하며 성장하는 ‘북마미’를 힘껏 응원한다.
★인터뷰 및 글. 안영숙 독서동아리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