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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독서 모임을
유지하는 자신감
청주 ‘청주독서모임’
모이는 곳
충북 청주시 ‘우리문고’ 3층 스터디룸
모이는 사람들
성인이면 누구나
추천 도서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 펴냄
『나귀 가죽』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문학동네 펴냄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사순옥 옮김, 홍신문화사 펴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까치 펴냄
독서동아리를 오랜 시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나눌 이야기가 예상될 만큼 익숙해지고, 회원 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회원 수가 줄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9년째 운영되는 독서동아리가 있다기에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8월 21일 오후 5시, 청주시 우리문고 3층에서 『노자와 루소 그 잔상들』의 저자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의 강연 후 그 동아리 회원들을 만났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안전수칙을 준수하면서 전체 인터뷰를 하고, 자세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하다.
책을 읽는 그 자체, 기본에 충실한 모임
‘청주독서모임’은 2012년 3월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음DAUM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은 먼저 카페에 가입하고 모임에 참석하는데 직업, 나이, 이름 같은 개인 정보는 처음부터 밝히지 않는다. 회원들은 “모임에서 닉네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토론하고 좀 더 편안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닉네임은 신입회원이 처음 참석할 때 사적인 질문 때문에 거북스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장치 같았다. 사실 모임에 계속 나오다 보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연락처도 알게 되니, 닉네임만 밝히는 건 그다지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매월 한 번 모이는 날에 이들은 독자로서의 만남 그 자체를 즐겼다. 그 시간만큼은 책에 온전히 집중해서 자기 생각을 나누고 상대방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독서동아리 회원이라면 보통 책을 다 읽고 모임에 나오는데, 종종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생긴다. ‘청주독서모임’에는 책을 다 읽어야 발언권을 준다는 참석 조건이 있다. 지성아범 대표는 “3~4년쯤 지나니 카페에 가입하지 않는 회원이 참석하거나 책을 읽어오지 않는 회원이 생겼다. 책을 읽지 않은 회원이 상식선에서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니 모임 진행을 조율하기가 어려웠다.”라고 참석 조건이 생긴 과정을 설명했다.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참석 조건으로 정함으로써 이야기가 곁길로 빠지지 않고 책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할 수 있었다. 그간 성실하게 모던 회원들은 내년이면 독서동아리가 10주년을 맞는다고 기뻐했다.
책 선정의 특별함
책 선정은 독서 모임의 분위기와 운영에 중요한 향을 미치는데, 회원들은 대체로 책 선정에 만족함을 나타냈다. Celine 회원은 “이 모임이 아니면 읽을 엄두를 안 냈을 니체의 『아침놀』 같은 철학 도서에 도전했다.”라고 밝혔고, 야간비행 회원은 “1년 동안 읽었던 책들을 쭉 훑어보면 연결고리가 기가 막힌다. 언제나 믿고 읽는 지성아범의 선정 도서”라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 책 선정은 주로 지성아범 대표가 했다는데, 그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다.
“첫째 도서 가격, 둘째 페이지 수분량, 셋째 앞서 읽었던 책과의 관련성, 넷째 평점인기, 다섯째 내 자녀에게도 물려줄 만한 책인가를 고려합니다.”
그는 “4월에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읽은 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다양한 생각이 오고 가서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4월 16일은 세월호가 침몰한 날인데, 카뮈의 『페스트』에서 페스트가 발발한 날이기도 하다. 다른 사건이지만 같은 날에 거대한 참사, 재앙이 발생하여 가족과 헤어지는 슬픔을 겪고 위기를 열심히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우리의 현실을 마주했다. 그는 사회 이슈와 문학과의 연관성을 놓치지 않았다. 회원들은 책 속에 그려진 사회상에서 인간을 자세히 바라보고,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해 토론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페터 비에리가 쓴 ‘삶과 존엄’ 3부작의 경우 『삶의 격』, 『자기 결정』, 『자유의 기술』을 한 번에 몰아서 읽지 않고 다른 책 사이사이에 선정하여, 한 해에 마치도록 계획했다고 알려주었다. 회원들이 비슷한 주제의 독서로 지치지 않도록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도 중요해 보다. 짱비 회원, 향기를 심는 사람 회원은 한병철 작가의 『피로사회』, 『심리정치』, 『투명사회』, 『타자의 추방』이 기억에 남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회원들도 가장 열심히 토론했다고 동의했다. 이 책들이 얇아서 쉽게 봤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고 어려웠다며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특히 『투명사회』를 읽고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으면 감시하는 소재에서 보이는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고, 작품 자체가 재미있다며 추천했다.
이들은 그동안 나눈 대화를 통해 나와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책을 읽고 나누는 즐거움에 푹 빠져 여기까지 함께 온 사람들이다. 지성아범 대표는 카페에 독서동아리 대표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렸고, 주간독서 회원은 회원 평균 연령대가 높아졌다고 염려했으며, Celine 회원은 안팎살림을 도맡아 했다. 이렇듯 여러 회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청주독서모임’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차 있어서 앞으로도 동아리가 잘 운영되는 데에는 방해될 것이 없어 보다. 그 자신감으로 10주년 행사도 거하게 할 것이고 고민도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 인터뷰 및 글. 임경민 독서동아리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