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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사람 그리고 책이 중심이 되는 곳
목요탕독서모임
모이는 곳
문화공간 두잇
모이는 사람들
마음이 청년이면 누구나 가능주로 30대 이상이 많음
추천 도서
①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펴냄
②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펴냄
③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펴냄
④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펴냄
⑤ 『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 이세진 옮김 / 청미 펴냄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두잇이하 ‘두잇’은 책 나눔 커뮤니티와 1인 출판사 북플, 모임 공간 두잇을 통합 운영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인문학, 문화 활동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살기 위해, 살고 싶어 ‘두잇’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는 박정일 대표는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좌절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랐다. 그런 마음으로 일타 큰스님의 이야기를 다룬 정찬주 작가의 『인연』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날 밤 꿈에 스님이 나타나 화를 내시며 ‘손을 내밀어주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두잇’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래서 ‘두잇’은 생각만 하기보다 행동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2008년에 시작한 ‘두잇’은 올해로 벌써 12년이 되었다.
“내가 책으로 치유 받았듯 다른 누군가도 책으로 소통하고 치유받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방황하고 힘들 때 책으로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는 박정일 대표.
‘인문학라떼’, ‘주말의두말리’, ‘목요탕독서모임’ 등 ‘두잇’에는 다양한 독서동아리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재치 있는 이름부터 흥미로웠던 목요탕독서모임을 방문하여 ‘두잇’과 ‘목요탕독서모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책을 중심으로, 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두잇’에서 진행하는 독서동아리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직업, 나이, 연애에 관해 묻지 않는다는 것. 이 세 가지 질문만 없어도 서로의 자존감이 낮아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독서동아리 내에서는 이름 대신 닉네임을 쓰기도 한다. 서로의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을 나누며 오롯이 책에만 집중해 책이 중심이 되는 모임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였다.
“보통 직업과 나이에 대한 정보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며 책으로 소통하고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안병훈 씨.
김종형 씨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환경, 가치관, 느낌이 달라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두잇’에서는 오롯이 책에 집중하면서 서로 다른 관점과 시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그들은 책으로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수요일엔 수영장, 목요일엔 목요탕
“목요일에 문학의 탕에 빠져보자는 뜻으로 ‘목요탕독서모임’이라고 짓게 되었어요. 간혹 수요일에 모일 때는 수영장독서모임이 되기도 합니다.(웃음)”
‘목요탕독서모임’은 문학 분야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평소 문학작품을 좋아했다는 이상철 씨는 “혼자 책을 읽을 때는 소설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자기만의 세계 같은데, 이렇게 독서동아리를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접하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은 씨는 “문학책은 보통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문학은 혼자 읽어도 되는 책이지만 모임을 통해 책속 캐릭터를 함께 추론하고 다양하게 해석하다 보면 한 권이 아니라 네다섯 권을 읽은 것처럼 다채로운 느낌이 든다”며 문학의 매력을 들려주었다.
책 선정은 모임 끝에 서로 추천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모임 전 서점에 들러 함께 고르기도 한다. 모임 때 반응이 좋았던 책은 그 작가의 다른 책 두세 권을 연달아 읽으며 탐구하기도 한다고.
그 외에도 ‘목요탕독서모임’에서는 독서동아리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연애편지』라는 소설을 읽고 서로에게 익명의 롤링페이퍼를 쓰기도 하고, 『김종욱 찾기』를 읽고 책장에 메시지를 숨겨 보물찾기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무진기행』을 읽고 문득 안개가 그리워져 순천으로 독서 기행을 떠나기도 했다고. 때마침 순천에서 힐링문화축제를 하고 있어 더 인상 깊었다는 안병훈 씨는 “3시간 동안 하염없이 축제 공연을 보기도 했고, 차를 타고 이동하며 책과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소소하지만 특별했고 함께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쉽게 코로나19로 진행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좋은 문학작품이 많으니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독서동아리와 연계하여 진행해보려는 구상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독서동아리를 좀 더 확장하여 시민들과, 사회적으로 나누고 싶다는 목요탕독서모임.
“당분간은 어려울 테니 준비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일단 지금은 현재에 충실하여 우리끼리라도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나누어 가보겠습니다.”
‘두잇’에서 만난 ‘목요탕독서모임’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문화공간 ‘두잇’도 ‘목요탕독서모임’도 각자의 목표가 있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대로만 유지되면 좋겠다”는 그들의 말 속에서, 그들은 이미 책을 통해 서로를 찾은 듯하였다. 바쁘게, 빠르게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변화도 필요하지만, 현재와 사람 그리고 책에 집중하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편안해 보였다.
★취재단 임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