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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과 어울려 잔치하듯 가지는 모임
모꼬지
모이는 곳
울산대학교 부근
모이는 사람들
10대~40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구성원
추천 도서
①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로버트 존슨 지음 / 고혜경 옮김 / 에코의서재 펴냄
② 『환자 혁명』 조한경 지음 / 에디터 펴냄
③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 나태주 지음 / 열림원 펴냄
④ 『에이트』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펴냄
⑤ 『설민석의 삼국지 1, 2권』 설민석 지음 / 세계사 펴냄
2020년 가을 오후 8시, 울산 무거동 울산대학교 거리 주변 독서동아리 ‘모꼬지’의 모임 장소를 찾아갔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한 차례 모임을 쉬었던 터라, 이번 모임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서로 다른 책을 읽고, 연령대가 고루 분포되어 있는 모임을 찾다가 없어서 결국 지난해 모임장이 직접 독서동아리를 만들었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주변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 지금의 ‘모꼬지’가 탄생했다고. 함께 여러 분야의 책을 공유하고 다음에 꼭 읽어보겠다며 메모하는 회원들의 모습은 정말 즐거워 보였다.
반갑습니다. 말랑말랑한 사고를 길러주는 곳, ‘모꼬지’입니다
회원들에게 ‘모꼬지’는 무엇인지 정의해달라고 했다. “무한한 색안경을 얻을 수 있는 안경원”, “문화 교류의 장場인 살롱”, “계속 나가고 싶은 모임”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는데, ‘모꼬지’가 개개인이 다양함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또 모임을 이어오면서 각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물었다. “독서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 “독서에 대한 체계가 생긴 것”, “모임에서 다른 회원과 만난 것”까지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읽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소개하면서 일상 대화가 아닌 말하기의 기회가 생겼어요. 이전엔 생각하지 못했던 말하기, 요약의 방법들을 잘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공부하게 된 것이죠. 또 새로운 분야에 대한 견문이 넓어진 것 같아요.”
“변화가 있다면 독서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임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하는 책임감이 생겨서 한 달에 한 권은 꼭 읽게 되었거든요. 의지가 꺾이려 할 때도 이 책임감 덕분에 다시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고, 모임원끼리 서로 격려하며 의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대면 교류가 있는 모임이 되고 싶어
코로나19가 터지고 잠시 ‘실시간 동영상 앱’으로 모임을 진행했을 때는 어땠는지 물었다. 나쁘진 않았지만, 오프라인 모임이 익숙하다 보니 옆 사람의 반응을 볼 수 없어 불편했다고 토로하였다. 아무래도 발언의 타이밍을 맞추기가 힘들어서 자유로운 대화가 어색했고, 발표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토론은 좀 무리였다는 말도 나왔다.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현재 모임을 어떻게 이어나가고 있는지 재차 물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야외 모임을 계획했어요. 실내로 간다면 큰 창을 열어둘 수 있는 장소로 선정했고, 그조차 힘든 경우는 저희 모임만의 온라인 미션이 있습니다.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는 발제문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것을 작성해서 모임장 메일로 보내면, 모임장이 취합하여 하나의 파일로 만들어 모임원들과 공유합니다. 그럼 모임원들이 각자 작성한 것을 보고 자유롭게 피드백을 남깁니다. 피드백 남긴 것을 모임장에게 보내주면 그 피드백을 다시 공유하는 방식이지요.”
코로나19로 회원들끼리 만나기 힘들어지면서 카톡방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서로의 책장을 찍어 공유하며 상대방이 가진 책을 구경하는 활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모꼬지 도서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이 소장하지 않은 책을 사고, 서로 빌려주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독서동아리 지원금이 남아서 어떻게 활용할 지 고심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라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너지
훗날 모임에 가입하게 될 사람들에게 ‘모꼬지’의 매력을 어필해달라는 부탁에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저희 모임의 매력은 각자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와서 생각을 나눈다는 점입니다. 문학, 철학, 인문학, 심리학, 경제, 계발서, 역사서 등을 다양하게 읽어 오는데, 다른 책을 읽고 오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얘기들의 연결 고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요. 또 별로 관심이 없던 분야였는데 다른 모임원이 읽고 온 책 소개를 듣다 보면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요.”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사실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제 생각을 말하다 보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제 생각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제가 알지 못한 모습을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하게 되고요. 사실 구성원들 간의 시너지가 없다면 이런 모임도 별 의미 없이 흘러갈 수 있죠. 구성원들 덕분에 현재의 제겐 아주 만족스러운 모임입니다. 따라서 ‘모꼬지’만의 매력은 구성원 개개인의 매력과 시너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회원들은 부담 없는 분위기, 다양한 책을 읽고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동아리의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너무 의견이 다양해서 생기는 단점에 대해 묻자 궁금한 부분에 관해 이야기만 나눠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힘든 점은 없고, 때론 다름을 인정하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서로의 다양성 때문에 생기는 의견 차이는 아무래도 이 모임에선 다 무용지물인 듯하다.
그렇다면 같은 책을 읽었을 땐 어떨까. 지난 번 모임에서 『설민석의 삼국지』 시리즈를 마무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각자 인상 깊었던 인물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혜민
“ ‘마중적토 인중여포馬中赤免 人中呂布’라는 말이 있지요. 저는 여포가 가장 인상 깊어요. 남편이 가끔 저에게 여포 같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 삼국지를 시작하며 꼭 여포를 제대로 파악해보려고 했어요. 『설민석의 삼국지』에서 여포는 초선과 사랑에 빠지고, 사랑밖에 모르는 힘만 센 인물이에요. 그래서 평소 남편을 너무도 사랑하는 저를 보고 여포라고 한 걸까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매일 설거지하다 컵이니 그릇을 깨 먹는 제 모습에서 힘만 센 여포의 모습을 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연
“ 저는 유비요. 제갈공명을 찾아갈 때 중간에 말에서 내려 직접 걸어가는 군주에게 깊은 진심이 느껴졌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준오
“ 저는 관우입니다. 닮고 싶은 인물에 가장 근접하고 인간적 한계에 더 깊은 감명을 받아서요.”
민수
“ 황충이요. 70이 넘은 나이까지 전쟁터에서 활약하는 모습에서 어떻게 관리를 해야 이럴 수 있을까 싶어 너무나도 본받고 싶습니다. ‘나이가 무색하다’는 말이 너무나 무거운 말임을 깨닫는 요즘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유진
“ 저는 제갈공명이 가장 인상 깊어요. 다방면으로 지식이 많고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지혜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제가 그렇게 되긴 힘들어도 주변에 공명 같은 친구가 있으면 아주 좋을 것 같아요.”
같은 책, 같은 질문에 대해 서로가 다양하게 느끼고 경험한 걸 공유하는 나눔의 장, ‘모꼬지’의 열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취재단 사고뭉치(배온유, 김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