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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만의 공간에서 책과 커피와 함께
서로
모이는 곳
서로1010 카페
모이는 사람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주민들
추천도서
· 문명, 그 길을 묻다 (안희경 지음, 이야기가있는집 펴냄)
· 세 여자 (조선희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최열, 김익중, 이원영, 한홍구, 우석균, 강양구, 소복이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지음, 에코의서재 펴냄)
·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지음, 민음사 펴냄)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삼익세라믹아파트 앞 작고 낡은 상가 2층에는 겉과 다른 아늑한 공간이 존재한다. 바로 ‘서로’ 독서모임이 이루어지는 ‘서로1010’ 카페다. 삭막했던 상가의 공기는 그들이 모이는 시간이면 밝고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공간으로 바뀐다. 독서모임을 하는 내내 그들의 밝고 호탕한 웃음소리는 상가를 가득 채웠다.
독서모임 ‘서로’는 10년의 시간을 함께한 장수 독서모임이다. 그런 만큼 회원들은 여느 독서모임보다 깊은 유대감을 자랑했다. 그들은 새로운 회원들도 환영하고 있다. 회원들만의 독서모임에서 나아가 모든 사람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고, 마음에 쌓인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목요일 오후 서로1010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독서의 꽃을 피우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들, 독서모임 ‘서로’의 회원들이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유지해 온 장수 독서모임
‘서로’의 가장 큰 강점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독서모임을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10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계절이 수십 번 바뀌었고, 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회원들 모두 입을 모아 외쳤다.
“회장님 덕분이죠!”
호탕한 웃음과 박수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긴 시간 동안 독서모임을 이끌어온 회장님 덕분에 10년 장수 독서모임이라는 타이틀과 20명이 넘는 회원이 모였다.
“지금 20명 정도의 많은 회원이 활동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회원이 2명 또는 회장님 혼자만 출석하는 날도 있었어요.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만뒀을 텐데, 중간에 접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오신 회장님이 정말 대단해요.”
마음의 안식처, 서로1010
10년 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힘들었던 점이나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장 오래 ‘서로’와 함께한 회장님께 질문했다.
“그럼요. 혼자일 때.”
초창기에는 출석하는 회원이 2명 또는 회장님 혼자인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회장님의 재치 있는 농담에 회원들의 호탕한 웃음이 또 한 번 공간을 채웠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활동했어요. 하지만 자리가 없을 때는 활동하기 어려웠어요. 저희가 카페 서로1010 공간을 갖게 된 이유도 저희끼리 모이는 공간에 대한 필요가 느껴져서였어요.”
‘서로’ 회원들에게 10년 만에 그들의 공간을 만든 것은 동아리 활동 중 가장 특별한 기억이다. 회원들은 서로1010 카페가 누군가 찾아와서 위로받고, 쉬거나 놀 수 있고, 마음을 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앞으로 카페 서로1010은 서로 독서모임이 활동할 소중한 공간이다. 특별한 장소를 마련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회원들 간의 유대감도 높다. 시간이 되는 사람이 와서 커피를 볶고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유대감과 믿음이 없다면 이렇게 서로1010을 만들고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함께하는 공간에서 ‘서로’ 회원들의 깊이 연결되어 있는 마음이 느껴졌다.
독서를 통한 믿음과 유대감으로 마음의 성장을 일구다
회원들이 들어온 시기는 모두 다르다. 활동한 지 10년 된 사람부터 아직 몇 달이 채 되지 않은 사람까지 다양하다. 물론 연령도 30대부터 60대까지, 그리고 성별도.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독서모임 서로에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무엇이 그들을 사로잡았을까.
“다양한 의견을 말할 때 이곳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혹여나 실수할까 걱정도 되고, 상대를 살펴야 하지만 이곳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이 있어요. 제 생각이 ‘틀리다’라고 말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요.”
“저는 이곳이 타향이기에 친구가 없었어요. 동네 사람들과 만나면 아이 이야기, 산 이야기 같은 대화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어요. 그런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졌죠. 그러다 서로에 왔을 때 정말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책을 읽으며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공유해 너무 좋았어요. 제 생각의 폭의 작았다면 활동하면서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성장하게 되는 거죠. 마음의 성장. 그런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오시면 좋습니다.”
모든 회원들은 공감했다. 취재하러 온 우리도 공감할 수 있었다. ‘서로’의 활동을 경험한다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회원들이 바라는 모임은 이미 실현되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소통, 믿음, 성장, 편안함 그리고 끈끈한 유대감까지 ‘서로’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장수 독서모임 ‘서로’에게 배울 점은 정말 많았다. 그들에게 후배나 신생 독서모임에 해주고 싶은 조언을 구했다.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해요. 책은 어디까지나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자주 만나세요. 책을 읽지 않았어도 모임에 참석해 자주 만나고, 소통하세요.”
일상을 함께하다
‘서로’ 독서모임은 가입 제한이 없다. 약간의 용기만 가지고 오면 된다. 회원들의 나이대도 30대부터 60대까지 폭이 넓기 때문에 나이 제한도 없다. ‘서로’ 회원들은 자유롭게 토론하고 느낀 점을 나누는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한다. 책을 읽지 않고 모임에 와서 이야기해도 모두 잘 들어주는 분위기이니 책을 읽는 게 힘들더라도 일단 나와서 함께하다 보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정을 쌓고 즐거움을 만들어준다. 신생 독서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회원들의 고충도 있을 것이다. 긴 세월을 함께한 기존 회원들 사이에 적응해야 하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독서모임 ‘서로’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회화반, 우쿨렐레반, 사진반 등 독서모임에서 파생된 많은 소모임을 진행하고 있기에 새로운 회원들이 ‘서로’와 함께 활동한다면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공감도, 이해관계도 책을 통해 치유된다. 책은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대화를 풍성하게 해준다. 책을 읽음으로써 넓은 생각을 갖고 넓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 회원들끼리 대화를 나눌 때면 보다 활발하게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한다.
카페 서로1010에서 ‘서로’ 회원들과 함께하는 시간 내내 모두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원두 향기도 빠지지 않고 독서에 즐거움을 더했다. 소통이 사라진 요즘 시대에 가족처럼, 친한 친구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서로’ 독서모임은 쉬어가는 안식처처럼 느껴졌다.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해도 모임에 나와서 나의 이야기를 하고 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서로’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독서모임이다.
★와이파이 이서연·최현지(청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