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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낭독하며 성장의 여정을 떠나다
낭랑공독
모이는 곳
용인시 여성회관
모이는 사람들
수지플로어 독서동아리를 함께했던 회원, 회원들의 지인
추천도서
· 알기 쉽게 풀어 쓴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아름다운날 펴냄)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퀴디데스 지음, 숲 펴냄)
·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지음, 민음사 펴냄)
· 안티고네 (소포클레스 지음, 범우사 펴냄)
‘옛 서적을 읽는 것으로 우리는 지금의 시대에서 멀리 날아갈 수 있으며, 완전히 낯선 외국의 세계로 갈 수 있다. 그런 뒤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현대의 전체적인 모습이 지금까지보다 더욱 선명히 보인다. 이렇게 우리는 새로운 시점을 가지고 새로운 방법으로 현대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신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통해 한 이야기다. 니체는 옛 서적을 읽음으로써 현재를 투명하게 통찰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이렇듯 고전은 선조들의 지혜와 사유 방식을 담고 있어 현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삶의 자양분이 되어준다. 고전을 통해 성장의 여정을 떠나고자 하는 독서동아리가 있다.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카페 그린나래에서 고전 낭독 동아리 ‘낭랑공독’을 만났다.
함께 읽고 나누는 즐거움
‘낭랑공독’은 2017년 낭독에 관한 책을 읽은 간현진 대표가 독서동아리 ‘수지플로어’를 함께한 미란 회원에게 고전을 낭독하자고 권유하면서 시작되었다. 오래전부터 고전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혼자 읽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함께 읽자고 선뜻 이야기하기도 어려워 미뤄왔다고 한다. 하지만 미란 회원이 흔쾌히 함께 읽겠다고 하면서 단 2명이 각자의 집을 오가며 고전 독서를 시작했다. 현재는 수지플로어의 회원 일부와 지인들이 더해져 10명 안팎의 엄마들이 함께 고전을 낭독하고 있다.
‘낭랑공독’은 역사 발전 과정을 따라 그리스 고전을 낭독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3년간 꾸준히 함께 읽어온 만큼 이들이 쌓아온 자양분은 깊고 단단하다. 한 회원은 “처음에는 낭독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어요. 지금은 배경지식이 많아져 이야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그간의 변화를 상기했다. 이어서 한 회원은 “고전을 읽으면서 폭넓은 관점을 갖게 되었어요. 초창기에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좁은 관점과 비교 돼요”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읽어온 책과 더불어 지적인 성장에 발판을 달아준 것은 학문에 대한 회원들의 순수한 열정이다. 한 회원은 “사람들이 학구열이 뛰어나서 이해가 어려운 부분에 대해 미리 조사해 와요, 관련 연표부터 고지도, 인물 관계도까지 다양한 사진 자료를 준비해요”라고 말하며 회원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회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한 회원은 “옛 고전을 읽으면서 현재 문제와 연결해 설명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모임에서 다뤘던 내용을 요약해 카페에 올려주시는 분도 계세요. 이렇게 노력하는 분들을 보면서 제가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덧붙였다.
‘낭랑공독’ 회원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의 성장에 보탬이 되고 있다. 작은 가르침에 감사하고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나누며 즐거움을 맛본다. ‘낭랑공독’의 가장 큰 수혜자라 자칭하는 한 회원은 “저는 지도를 정말 좋아하지만, 이 지도를 가지고 소통하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고전을 함께 읽으면서 지도가 쓰임을 찾게 되었고, 지도를 통해 소통할 수 있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낭랑공독’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은 회원들 각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낭독이 주는 즐거움과 감동
낭독을 하다 보면 눈으로만 읽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글에 담긴 작가의 의도와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희망과 격려, 그 속에 녹아든 감동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에 깊이 다가갈 수 있다. 한 회원은 “혼자 읽어야 했다면 힘들었을 텐데 함께 읽기 때문에 꾸준히 읽을 수 있던 것 같아요. 읽으면서 궁금한 점을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라고 말했다.
올해 ‘낭랑공독’에게 낭독 외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고 한다. 그것은 연극이나 낭독극을 보는 것이다. 회원들은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함께 연극 「킬 미 나우」를 관람하기도 했다. 그리스 미술사를 읽은 회원들은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한 「그리스 보물 전」에 다녀오기도 했다. ‘낭랑공독’의 회원들은 고전과 관련된 문화 체험을 하는 것도 좋지만 미래에는 회원들과 함께 직접 로마, 그리스를 투어하며 배움의 여정을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간현진 대표는 독서동아리 지원금으로 회원들과 풍성한 문화 활동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고전,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
간현진 대표는 ‘낭랑공독’의 내년 목표로 낭독극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연습 시간, 장소 등 여건이 좋지 않아 시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낭랑공독’의 진행 상황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이들에게도 고전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어 낭독극을 준비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 독서동아리 경기권 워크숍을 방문한 간현진 대표는 회원들과 글쓰기를 보강하는 것도 2020년의 새로운 목표라고 한다.
“저는 낭독이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호흡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절박할 때가 있거든요. 절박할 때 저를 채워주는 것이 낭독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말미에 한 회원이 말했다. ‘낭랑공독’의 회원들에게 고전은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다. 경제적 가치, 물질은 사라질 수 있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철학과 문학은 살아 있는 한 지워질 수 없다는 점에서 단단하고 듬직한 기둥이다. 이들은 단단한 기둥과 넓게 뻗은 뿌리를 자양분 삼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넓고 곧게 뻗은 뿌리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길 기대해본다.
★육소연(청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