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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담아 글에서 그림으로
독서동아리 ‘붃’
모이는 곳
서울 마포구 아크AC
모이는 사람들
그림 작가들
추천도서
· 100 인생 그림책 (하이케 팔러 지음,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사계절 펴냄)
·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 지음, 오현경 그림, 이야기꽃 펴냄)
· 어서 오세요 (세바스티엥 조아니에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 피너츠 (찰스 M. 슐츠 지음, 북스토리 펴냄)
·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2호선을 타고 합정역에 내려 골목을 돌아 걷다 보면 회색빛 카페가 보인다. 카페의 테라스로 나오면 울창한 나무 옆에 카페와 대비되는 하얀 문이 나타난다. 간판도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공간, 여기가 바로 ‘붃’ 회원들이 모이는 ‘아크 AC’다. 흰 벽을 비춰주는 은은한 조명과 흰 테이블이 눈에 띄는 곳이다. 오후 1시가 되자 회원들이 하나둘 모여 테이블에 둘러앉는다. 스케치북 하나씩을 들고 그려 온 그림을 꺼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넓고 비어 보이던 아크 AC가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해진다. 화요일 오후 도심 속에서 그림과 함께하는 이들, ‘붃’동아리 회원들이다.
‘붃’은 생긴 지 세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동아리다. 회원들은 작년 7월 그림책 워크숍에서 처음 만났고, 전시회가 끝난 뒤에도 함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 그림책 위주의 활동에서 탈피해 우리,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서 하게 된 이유도 있다고 한다.
이날은 4명의 회원이 모였다. 모두 여성이고, 그림 작가들이다. 같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무슨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서 모임이 끝나면 다시 만나는 날까지 서로가 궁금하다고 한다. 서로를 이어주는 그림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어
‘붃’의 2019년 모임은 한국 여성 작가의 문학 탐구로 이루어지고 있다. 회원들 모두가 한국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기 때문에 범위를 좁혀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찾고자 했고, 여성 작가들이 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연령대가 비슷한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많은 공감이 되는 만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데, 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을 비추어보고 화자의 감정 깊숙한 곳에서 머물러보는 경험이 특히 좋다고 한다.
“공동 목표가 아이를 키우는 거였던 사람들의 세계에서 살다가 나와서 그림에 관련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너무 재밌었어요.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독서모임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그림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즐거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았죠.”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인생의 그림들이 있잖아요. 작가들이 만들어놓은 단어를 엄청 잘 골라서 정수를 찌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소설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그림 작가로서, 이들이 가장 공감하고 깊숙이 빠져들 수 있는 주제는 바로 여성 작가들의 소설이었다. 연령대가 달라도 여성으로서 나누는 고민은 같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 모임 도서인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읽고 그린 그림을 보면서 나눴던 대화에서, 이들의 서로 연결된 마음을 느끼고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림과 함께하는 독서모임, 서로의 가능성을 보는 시간
‘붃’은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림 작가들의 모임이라는 특성을 살려 책을 읽고 각자 해석한 그림을 그려 와서 대화를 나눈다. 단순한 대화에서 한 단계 나아가 그림과 함께하는 토론은 회원들이 서로 응원하고 성장하는 시간이 된다.
“책을 읽으며 그림을 그리다 보니까 문학과 표현을 위한 장치들이 서로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 점을 찾는 것도 즐거워요.”
혼자 그림을 그릴 때보다 서로 고충을 나누면 훨씬 즐겁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된다고 한다. 회원들 모두 그림과 책, 그리고 ‘붃’에 대한 애정이 커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목표는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는 것
이들은 회원들만의 모임에서 한 발짝 나아가 11월 초에 전시회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모임 구성원 밖의 사람들과도 그림을 공유하고 싶다고 한다.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서 받은 지원금도 앞으로는 전시 행사와 관련해 쓸 예정이고, 모임을 이어가면서 전시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꾸준히 전시를 하기 위해 11월에 있을 전시를 마무리하면 이어서 다른 전시장도 예약해야 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쁜 이들이 모임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독서의 즐거움이다.
현재 모임 주제인 한국 여성 작가의 책을 읽고 나서는 남성 작가의 책, 고전과 인문학 등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고 한다. 회원들 모두 재밌게 꾸준히 동아리를 이어가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시장에서는 주어지지 않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더 성실하게 모임에 임하고 있다. ‘붃’이 3개월에서 6개월, 1년을 넘어 앞으로도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또 어떤 매력적인 그림들을 탄생시킬지 궁금해진다.
‘붃’ 회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림이라는 우주 속으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짧은 글과 사진에 밀려 독서와 그림을 잊어가고 있는 요즘, 쌓아둔 책을 꺼내 읽고 연필을 들어 상상력을 표현해보는 게 어떨까. 글자가 모여 글이 되는 것처럼 선 하나로부터 그림은 시작된다.
화요일 오후 합정에는 책과 그림이 함께해 더 다채로운, 무채색의 아크 AC를 색연필과 물감의 유채색으로 채우는 ‘붃’ 동아리가 있다.
★와이파이 이서연·최현지(청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