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해오름 독서회’
모이는 곳 _ 강원 양양군 양양교육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_ 직장인, 주부, 자영업(30~70대 양양군 지역주민)
추천도서
1. 두 사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사계절 펴냄)
2.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홍익출판사 펴냄)
3.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은행나무 펴냄)
4. 서머셋 모옴 단편집 (서머셋 모옴 지음, 청목 펴냄)
강원도 양양군은 동으로는 푸른 동해가, 서로는 태백산맥이 북에서 남으로 뻗어 있는 지역이다. 산과 바다가 아름다운 전경을 이루는 양양군은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동해안을 따라 솟아오르는 일출의 모습에 옛 선조들도 마음이 동했는지, 양양군의 지명은 ‘해가 떠오른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양양군에 위치한 ‘해오름 독서회’도 이러한 희망적인 의미를 담아 동아리명을 선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아리명에 걸맞게 ‘해오름 독서회’는 해가 지평을 환하게 밝히는 시간에 시작된다.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다양한 동아리 회원들은 목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모두 떠오르는 해를 지나 양양교육도서관에 모인다.
‘해오름 독서회’는 2010년 양양교육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만든 동아리로 올해 햇수로 8년 차 동아리다. 하지만 동아리가 처음 설립되었을 땐 현재와 다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2010년 당시 동아리는 아이를 가진 주부들의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자라자 회원들이 하나씩 나가기 시작했고, 부족해진 동아리 회원 수를 충원하고자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회원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동아리에 초창기 회원은 없지만 5년 정도 참여한 회원부터 신입회원까지 자유롭게 마을 주민들이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회원 중에는 도시 생활을 마치고 농촌으로 내려온 중년의 회원과 자식을 모두 키우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노년의 회원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이자 남은 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를 고민하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들이 읽는 책의 종류는 다른 동아리들과 사뭇 다르다. ‘해오름 독서회’ 회원들은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자신의 잇속을 위해 책을 읽지 않는다. 과거 나를 사랑해준 가족을 생각하고, 남겨진 시간에 정신적인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책을 읽는다. ‘해오름 독서회’ 회원들이 이제까지 읽어온 책들의 주제는 ‘가족’, ‘사랑’, ‘삶과 철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희탁 씨는 “젊었을 때는 육체가 건강하니까 정신적인 활동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아픈 곳이 한두 군데 생기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몸이 편한 것을 1순위라 여기고, 육체에 한정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오정자 회원은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읽고 난 후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집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책을 읽으며 부모님이 주신 크디큰 사랑을 다시금 느끼고 그 사랑을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한 스스로 만든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하기 위해 독서 모임에 참여해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해오름 독서회’는 초창기에 각자 자신이 읽은 책을 발표하는 방법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하지만 토론의 활성화를 위해 작년부터는 주제도서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주제도서의 경우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2권을 선정해 양양교육도서관을 통해 구매한 후 회원들이 2주 동안 책을 돌려 읽고 모임에 참여한다. 동아리 대표 김순희 씨는 “주제도서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생각을 교류할 수 있고, 말하기 능력도 기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책을 정독한 회원들은 모임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과 소감 등을 발표한다. 이번 모임에서 함께 읽은 것은 『칼자국』이라는 어머니의 삶에 관한 책이었다. 회원들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기도 하고, 어머니의 인생사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형식은 제각각이지만 책을 읽으며 상기된 기억과 감정을 자신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담아내는 회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어머니를 ‘부잣집 막내딸’, ‘박속 같은 어머니’, ‘자식 바라기’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하는 모습은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듯하다.
‘해오름 동아리’ 회원들이 읽는 책들은 모두 그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책이라는 하나의 매개를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작년부터 동아리 회원들은 함께 읽고 이야기했던 행적들을 남기기 위해 문집을 발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표 김순희 씨는 독서 결과물을 정리하고 개인 작품도 발표하면서 독서 활동을 글쓰기로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해오름 독서회’ 회원들은 독서동아리를 통해 모였지만 그 이전에 한 마을의 이웃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서로에게 한 걸음 가까워진 이웃들은 함께 문학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올해는 서울 종로구청 문학 둘레길을 선정해 윤동주 문학관부터 이상의 집터까지 함께 거닐었다. 도서관 앞 현산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떨어지는 봄꽃을 맞으며 야외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구수가 적은 지역적 특성으로 고정적인 회원이 적다는 것이 ‘해오름 독서회’의 한 가지 아쉬움이었는데, 양양교육도서관의 환경개선 공사가 끝날 때쯤에는 ‘해오름 독서회’와 함께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아지길 소망해본다.
‘해오름 독서회’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현대인들은 가까운 미래를 위해 현재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가지만, 먼 미래에 끝없이 펼쳐질 광활한 시간과 죽음을 상상하는 데는 조금의 시간도 할애하지 않는 것 같다. 가까운 미래만을 생각하지 않고, 끝없이 멀리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 책을 통해 과거의 시간을 정리하며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바를 생각하는 회원들의 자세를 따르고 싶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육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