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스켑틱 읽기 모임’
모이는 곳 _ 대전 카이스트 등
모이는 사람들 _ 직장인, 대학생 및 대학원생
추천도서
1. 풀하우스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2. 도덕의 궤적 (마이클 셔머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3.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4.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펴냄)
5. 부분과 전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서커스 펴냄)
6.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 세종연구원 펴냄)
7.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8.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지음, 까치 펴냄)
9. 과학혁명의 구조 (토마스 쿤 지음, 까치 펴냄)
10.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21세기. 흑백논리에서 다양성으로 향하는 길 한가운데에 위치한 과도기의 시대. 지식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탐구하며 비로소 사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들. 한국의 한가운데, 대전에서 생각마저도 언제나 비판의 중립을 지키는 ‘스켑틱 읽기 모임’이다.
독서동아리를 고안했을 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도서 목록들을 생각해보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 등 대개 인문학 관련 도서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여기, 특이하게도 ‘과학 잡지’를 중점적으로 읽는 독서동아리가 있다.
“동아리를 만든 이유는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임에 많이 가봤는데 거의 문학, 예술, 철학 같은 주제로만 한정되어 있더라고요.”
주제 한정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었으나 동아리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오히려 이에 대한 아쉬움이 다른 주제를 가진 동아리를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친구가 과학 잡지 『스켑틱skeptic』을 갖고 있어서 같이 읽고 얘기 나눠봤는데 되게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이걸로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그럼 모임을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이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어요.”
『스켑틱』은 단어 뜻 그대로는 회의론자, 의심 많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저명한 무신론자 마이클 셔머가 발행한 회의주의 과학 잡지이다. 『스켑틱』을 간행하는 스켑틱 협회 편집부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 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한다.
이 잡지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잡지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뭐가 다를까?
“우리보다 많이 아는 과학자들이 쓴 거고,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니까 저희도 그런 방식객관적 수치를 근거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따라 하면서 좀 더 논리적으로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방향을 평소 해보지 못한 쪽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평소에는 감정적이고 그랬는데 좀 더 과학적인 태도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가치관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으니 책을 읽는다. 문과 계열을 졸업했거나 과학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균형을 위해서 과학 관련 서적을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과학 관련 서적의 내용은 낯설지만 그만큼 생각을 보완하는 데 매력적이다. 이 모임 역시 과학적 사고와 태도를 익히며 가치관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했다.
동아리 인터뷰 중에서 추천받은 도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그 책의 이름은 『도덕의 궤적』이다.
“도덕을 과학자가 얘기하는 거죠. 좀 더 근거 중심으로, 과학적으로 말을 하니까 재밌어요.”
전문성을 띠는 글 일지라도 사람의 손을 거치는 이상 그 속의 내용이 온전히 객관적일 수는 없는 법이다. ‘가치관을 넓히는 것’이 목표인 만큼 동아리장은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학자가 예술을 논하고, 언어학자가 기계를 논하듯 도덕을 논하는 과학자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다.
과학 잡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야기가 학술적인 면으로 치우친 것은 아니다. 멤버들은 우울증 및 자살 등의 정신질환, 식품첨가물과 같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주제 위주로 일상의 경험을 풀어내며 의견을 나누었다.
“잡지에서 다루는 주제가 엄청 많아서 이 중에서 자기가 읽었을 때 제일 재밌었던 거나 인상 깊었던 거 하나를 골라서 이야기를 하고, 왜 인상 깊었는지도 이야기하고 질문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질문은 잡담 수준인 것도 있고, 학술적인 질문들도 있고요.”
잡담 수준이라고 했지만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동아리 멤버들의 모습은 무척 진지해 보였다. 가장 재미있었거나 인상 깊었던 글을 하나 골라서 왜 인상 깊었는지 이유를 말하면 곧장 질문이 날아왔다. ‘재미있었어요’라고 하면 재미있었다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인지, 기존의 생각과 달라서 재미있었던 건지 아니면 주제가 평소에 흥미 있던 것이라 재미있었는지까지도.
동아리는 아직 초창기라 이야기 방식뿐만 아니라 진행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한다. 필요하다면 동아리 부원들이 직접 추가로 책을 선정해서 돌려 읽어보기도 하고, 과학관 견학도 해보고, 관련 영화를 선정해서 보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목표에 다가가려는 이들의 활동이 가져올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최명은, 김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