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책으로 만나는 우리들의 소확행'
모이는 곳 _ 부산시 남천동 프레젠트, 대연동 카페 텍 등
모이는 사람들 _ 여성 사회복지사
추천도서
1. 기다리는 행복 (이해인 지음, 샘터 펴냄)
2.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3.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알마 펴냄)
4.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부키 펴냄)
5. 이야기를 걷다 (조갑상 지음, 산지니 펴냄)
대한민국 헌법 34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국가는 여성과 노인, 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펼 의무를 진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와 사회의 의무를 일선에서 행하는 이가 바로 사회복지사다. 기본적으로 사회복지 관련 정책과 행정적 업무부터 청소년, 노인,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개인적 문제를 파악하고 현장에서 직접 클라이언트와 만나 문제해결을 돕고 지원하기도 한다. 업무의 범위도 방대하고 다양한 클라이언트, 특히 매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감정노동도 심하고 과도한 업무로 소진상태에 이르는 사회복지
사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산 독서 모임 ‘책으로 만나는 우리들의 소확행이하, 소확행’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소진 그리고 가정과 사회에서 역할 갈등에서 어려움을 겪던 여성 사회복지사들이 책을 통해 소통하고 고민을 해소하고자 결성되었다. ‘소확행’의 대표 서성자 씨는 “업무적으로만 이야기를 나누다 독서 모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며 “같은 분야에 일하는 여성들이 모여 공감대가 높아 더 즐겁고 뜻깊게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 수준에 그게 뭐가 재밌니? 유치하기만 하지.”
“재밌어. 엄청 재밌어. 지금 내 뜻대로 되는 게 이거 하나 밖에 없거든”
아내는 여전히 초등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고, 나는 아내가 그보다 더 재밌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거밖에 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꼭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김지영 씨도 그랬으면 좋겠다.
_『82년생 김지영』 중에서
3년 가까이 ‘소확행’이 진행되면서, 모임원들에게 가장 인상 깊고, 열띤 반응이 있었던 때가 바로 최근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윤경화 씨는 “주인공 김지영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보여 책을 읽으면서도, 토론하면서도 많은 공감을 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나기도 했다. 보통 책 한 권으로 한 번 모임을 하는데 한 번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그 다음 모임까지 이어나갈 정도였다”며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문숙희 씨도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많이 공감했지만 토론을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책을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자가, 그리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모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적 특성 속에서 타인의 삶을 돌보고 살피다 보니 정작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사회와 가정,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만 쌓이고 해소되지는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소확행’의 가장 큰 효과는 ‘소통을 통한 힐링’이다.
2주에 1번, ‘소확행’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는 유숙 씨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얻는 것도 크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의 시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비빌 언덕이 많지 않은데 ‘소확행’을 통해 성장하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사회복지 관련 책으로 모임을 진행하다가 일에 지쳐있는데 일로 이어가기보다 서로의 마음을 비춰주고, 각자의 마음도 회복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책 선정도 바뀌게 되었다. 최근에는 사회복지센터 원장님의 추천으로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선정했는데, 오는 9월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주제가 ‘마지막 순간’이어서 책과 공연을 연계하는 등 색다른 시도도 해보려 하고 있다.
모두가 모임하는 날을 기다릴 만큼 참석률도 높고, 매번 책이 정해지면 서평을 작성해 공유하는데 본인이 사정으로 참석이 어렵더라도 꼭 서평을 모임에서 공유해달라고 할 정도로 모두 소확행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높다. 거기다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이 더해져 모임이 더 풍성해지고 체계를 점점 만들어나가게 되었다고.
“지원사업 선정 후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책임감도 커지고, 더 잘 운영하고 꾸려나가야겠다는 또 다른 다짐을 하게 되는 좋은 시발점이 되었다”며 “독서 모임 문화가 많이 확산하여 책으로 어울릴 수 있는 습관과 계기를 만들어나가는데 함께 하고 싶다”고 서성자 대표가 앞으로의 포부도 들려주었다.
누군가의 삶과 마음에 빛이 되어 주는 그녀들에게 ‘소확행’이 따스한 햇살이었다. 업무를 통해 인연이 시작되었지만 이제 ‘소확행’을 통해 소중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된 것 같다는 그녀들이 앞으로도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임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