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조선귀신연구회(조귀연)'
모이는 곳 _ 서울 마포구 대흥로
모이는 사람들 _ 동화작가
추천도서
1. 요재지이 (포송령 지음, 민음사 펴냄)
2. 금오신화 (김시습 지음, 민음사 펴냄)
3. 현대 일본의 요괴문화론 (박전열 외 지음, 제이앤씨 펴냄)
4. 산해경 (장재서 지음, 민음사 펴냄)
5. 항설백물어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비채 펴냄)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법한 귀신 이야기. 돌이켜보면, 귀신이 진짜 존재한다고 믿었던 시기에 귀신과 관련한 다양한 추억들이 남아있다. 꿈에 나올까 무서워 엄마 품속에서 잠들었던 일,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할머니를 말똥말똥 쳐다보면서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던 일, 친구들과 귀신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깜짝 놀라게 하며 장난쳤던 일 등등. 귀신은 어릴 적 우리에게 두려움과 판타지의 대상인 동시에 친근한 존재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 귀신 이야기는 어떻게 형성되었던 것일까? 여기, 우리 역사 속에서 전해 내려오는 다양한 민담과 설화를 공부하며 귀신을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의 이름은 ‘조선 귀신 연구회이하 조귀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귀신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는지 이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았다.
10명 남짓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조귀연’은 어린이 동화 작가들이 모여 만든 독서동아리다. 특히 ‘귀신’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모이게 된 이유는 아이들을 위한 공포물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소통의 장이 모임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역사 사료에 기록되어 있는 귀신 이야기를 같이 공부하고 있으며 6번째 만남까지는 비교적 역사자료가 풍부한 조선 시대의 귀신들을 위주로 다루고, 그 뒤로는 한국, 중국, 일본의 귀신과 요괴에 대한 서적을 읽으며 각 나라에 존재하는 귀신 이야기들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서적을 통해서만 귀신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아닌 강릉단오제와 같이 우리나라의 구전 설화와 신화를 직접 체험해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귀신을 연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모임은 중국의 귀신과 요괴 이야기를 담은 『요재지이』에서 각자 읽어온 분야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와 인상 깊었던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귀신 이야기라면 섬뜩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예상하지만 ‘조귀연’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다들 자신의 인생이야기인 양 흥미진진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귀신 이야기가 곧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이루지 못한 부분들을 귀신에 빗대어 표현하지만 결국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죠.”
귀신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 한恨을 품은 귀신의 복수 이야기, 인간을 도와주는 착한 귀신 이야기 등 다양한 귀신들의 모습에서 사랑, 권력, 명예, 한恨, 권선징악勸善懲惡과 같은 주제들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귀신 이야기는 인간의 삶을 환상 속에서 표현함으로써 고달픈 삶의 이야기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조귀연’ 회원들은 말한다.
우리의 삶을 비추는 귀신 이야기가 과연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귀연’ 화원들이 귀신 공포물 장르로 선택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했다. 먼저 귀신 이야기는 현실 세계가 아닌 상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하므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와는 다른 소재를 접해봄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간접적인 공포를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현실의 공포를 이길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조귀연’ 회원들이 말하는 ‘조귀연’은 어떤 모임일까. 아마 지식보다는 지혜를 이야기하는 모임이 아닐까 싶다. 귀신 이야기가 단순히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닌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인 만큼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눈에 보이는 지식보다는 귀신 이야기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혜를 추구하는 ‘조귀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귀신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한다고 ‘조귀연’ 회원들은 말한다. 유럽문화로 대표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구미호와 처녀 귀신과 같이 우리나라의 귀신들을 콘텐츠로 재생산한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측면에 있어서 다양성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귀신 이야기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생각들이 오가는 ‘조귀연’에서 더 넓은 지혜로움이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작성자: 청년취재단 김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