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인 남종영, 작가로서 책을 낸다는 것
유은진
기자로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깊게 연구하고 책까지 내시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남기자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환경문제에 대해 작가로서 책을 통해 전달하는 것과 기자로서 기사를 통해 전달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이렇게 책을 내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남종영
기사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절제된 문장으로 써야 하고, 될 수 있으면 의견을 표현해서는 안 되고, 시의성 있는 것만을 써야 되는 등 제약 조건이 몹시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정작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못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리고 기사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100퍼센트라면 이 중에서 고르고 고르고 정제해서 한 10퍼센트 정도를 쓰는 거거든요. 저는 기자로서 지난 10여년 동안 아주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아서 남들이 쉽게 가보지 못하는 남극도 가고 북극도 다녀왔는데 그걸 기사로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어떤 경험을 한 이상 이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기도 했고요, 또 정리를 해야 저한테도 도움이 되니까요. 기왕 정리할 때 글과 사진이라는 수단을 통해 책으로 정리하면 더 좋을 것 같았고, 내가 경험했던 걸 다른 사람들하고 나눌 수 있는 것도 좋고 게다가 인세도 나오니 좋고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책을 쓰게 됐어요. 그리고 책 쓰는 게 기사 쓰는 것보다 재미있었어요.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야 이야기 하는 거지만 막상 책 쓰는 과정은 그리 쉽지는 않았어요. 직업이 있기 때문에 일하지 않는 시간에 틈틈이 해야 해서 몇 년 동안 주말에 거의 못 쉬었어요. 《북극곰은 걷고 싶다》라는 책을 쓸 때에도 한 2년 동안 썼는데 그 때에도 거의 못 쉬었고, 끝내자마자 이 책 《고래의 노래》를 쓰느라 계속 주말에 못 쉬었죠. 그런 점은 안 좋은 점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현
그럼 혹시 고래 이외에 다른 문제에 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부분이 있거나 혹시 또 휴일을 반납하시고 라도 책을 쓰려고 준비하고 계신 게 있나요?
남종영
아직 쓰고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한반도에 있는 멸종 위기 야생 동물들을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어요. 기사도 될 수 있으면 그쪽으로 주제를 잡으려고 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호기심과 더불어서 자료가 있을 때마다 수집을 하고 있습니다. 호랑이에서부터 시작해서 반달가슴곰이라든지 멸종 위기의 국내 야생 동물이 많이 있는데, 이런 동물 일곱 여덟 종 정도를 한 번 정리를 해보고 싶어요, 《북극곰은 걷고 싶다》처럼.
또 다른 하나는 제돌이에 대한 거에요. 제돌이는 이슈가 된 시점부터 같이 한 작업이라 기자로서 기사도 쓰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제가 다뤘던 이슈이기 때문에 직접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제가 많은 도움을 줬어요. 전문가를 연결시켜 준다든가. 또 우리나라에 여기에 대해서 아는 전문가가 없어서 하다 보니까 제가 전문가더라고요. 그런 상황이 돼 버렸어요. 그래서 제돌이가 바다에 나갈 때까지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고, 바다에 나간 뒤에는 그 동안 제돌이를 쭉 지켜봤던 경험을 정리를 해서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리
자연과학에 대한 주제는 전문 과학자나 해당 전공이 아닌 이상 간혹 이해하기 어렵거나 다루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경우 남 기자님께서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남종영
그래서 기자라는 점이 좋은 게, 모를 때 물어보면 되는 직업이라는 거에요. 그냥 전문가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 되고, 모른다고 해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런 점이 직업적인 이점이죠. 자연과학을 다루는 책을 쓰면서, 기자라는 직업이 전문가와 쉽게 연락할 수 있고, 현장에 쉽게 갈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남방큰돌고래, 제주도 고래 연구소에서 조사를 하는데 일반인이 동행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이루어지기가 어렵겠지만 기자는 ‘이 부분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기사를 쓰고 싶다.’ 라고 하면 흔쾌히 같이 동행시켜주고 조사도 할 수 있는 점이 참 좋죠.
장애리
《북극곰은 걷고 싶다》 책 뒤쪽에 여행지 같은 것을 정리하셨잖아요. 그런 곳들은 일반인이 갈 수 있는 곳인가요?
남종영
네. 일반인들도 관광객으로 갈 수 있는 곳이에요. 제가 여행 담당 기자를 한 2년정도 하면서 해외출장 다녀올 때 정리한 내용이에요. 사실 방송사에 해외출장을 갈 경우에 주로 현지의 코디네이터를 이용 해요. 예를 들어 알래스카를 간다고 하면 알래스카 한인회에 연락을 해서 코디네이터에게 부탁하면 코디네이터가 다 일정을 짜 주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방식을 이용하지 않고, 제가 직접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책을 뒤져서 직접 전문가들에 연락하는 방식을 취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알래스카에는 어떻게 가고 에스키모 마을에 가려면 무슨 항공편을 타야 되고 값은 얼마이고, 그런 걸 다 알 수 있게 되었어요. 해외 출장이 곧 여행이었기 때문에 관광객으로서 어떻게 접근을 해야 되는지 그런 여행 팁들을 정리할 수 있었죠.
남종영 기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기자가 직업이 되었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궁금해하다 보니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을 글로 써보고 싶어 작가가 되었다. 때로는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때로는 진지한 눈빛으로 고래에 대해서 얘기하는 남종영을 보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떤 고생도 마다 않는 열정적인 그가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대학생 인터뷰어로서 그를 방문한 우리에게 환경 문제에 대해서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은지 물었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하지현
아무래도 보통의 대학생들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기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환경 운동에 대해서 좀 더 알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것들이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을 위해서 혹시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남종영
대학교 때 가장 중요한 건 책을 많이 읽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저한테 도움이 되는 건 대학교 때 많은 책을... 많이 읽었나? (웃음) 대학교 때 읽은 책들이 지금도 도움이 돼요.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책 읽을 시간이 없거든요. 대학교 때는 최대한 많은 책을 읽어서 자기만의 어떤 사고의 지도, 그 틀을 짜 놓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틀을 짜 놓으면 그 짜인 틀에다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 물론 그 틀을 계속 바꾸어 나가긴 해야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교 때 여러 책을 읽고 정리를 하는 것이 그 나이 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별히 환경 쪽이라면 과학 분야의 책이나 환경과 관련된 책들이 좋은 책들이 많으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네요.
환경을 보호하는 행동은 굳이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환경단체에서 주관하는 자원봉사활동 같은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한 번 참여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또 4대강 공사 같이 큰 사건들이 있으면 기자회견이나 현장 체험과 같은 행사들이 열리는데 이런 곳을 자주 가봤으면 좋겠어요. 사회생활 하면 정말 하기 힘들거든요. 저도 환경 담당 하면서 4대 강에 대해 취재를 많이 했는데 낙동강 옆에 내성천이라는 곳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지율 스님이나 환경단체들이 소정의 실비만 받고 가끔씩 생태 투어, 에코 투어 같은 걸 진행하시던 곳인데 그런 데 가서 같이 강 길도 걸어보고 실제로 체험을 하면, 책을 읽고 생각하는 이상으로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어요. 특히 환경 분야는 환경 단체 홈페이지 같은 곳을 잘 찾아보면 다양한 체험행사들이 많으니까 대학생 때 자주 가보면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
남종영
바쁘실 텐데 책도 읽고 준비도 많이 해오시느라 고생하셨겠네요. 책 내용은 어렵지 않았어요?
유은진
전혀 어렵지 않고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어요. 앞에 백과사전 식으로 고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고래라는 종이 사실 굉장히 생소한데, 이해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오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큰 소명 의식을 가지고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결 가까워진 기분이 듭니다. 이전까지는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뭔가 거창한 목표가 있어야만 하고 이런 사람들과 저는 큰 관련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누구든 관심이 있으면 편하게 접근해도 된다는 말씀을 들어서 좋았습니다.
하지현
사실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 뭔가 투쟁가가 되어야 할 것 같은 게 있어서 어렵게 생각하고 왔는데 되게 아닌 거 같아서 안심되고 좋았어요.
남종영
동물원에 가서 동물이 좋으면, 그 정도 호기심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뭐, 재미있잖아요. (웃음)
유은진
마지막으로 비단 환경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는 것에 있어서 항상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남종영
어떤 문제든 이게 옳다 그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이 중요해요. 어떤 진영이나 사고로 극단적으로 나눠지는 것도 아니고요. 일반적으로 절대적인 진리라고 여겨지는 과학도 마찬가지에요. 환경문제는 기본적으로 과학적인 결과를 토대로 다루어지는데 이 과학적 결과도 바뀌는 거고 항상 제한적인 거잖아요. 요즘 많이 느끼는데 과학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거 같아요. 외국에서는 요즘 과학 커뮤니케이션, 과학에 대한 성찰 과 같은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이를 테면 예전에 1960년대에 입덧 방지제로 탈리도마이드가 많이 이용되었는데, 기형아가 막 태어나는 거에요. 근데 기형아가 무엇 때문에 태어나는지는 모르다가 나중에서야 탈리도마이드가 원인인 것이 밝혀졌죠. 그것처럼, 그건 아주 극단적인 예긴 하지만. 우리가 진실로 여겼던 과학이 사실은 아니었던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에 대해서 접근할 때, 우리가 아는 지식이 사실은 되게 부실하고 토대가 없을 수 있다는 겸손함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봐요. 원자력 발전소 같은 경우도 제일 처음에는 안전하다고 했잖아요. 예전에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핵 실험하고 그러면 구경꾼들이 가서 기념 사진을 찍고 했던 것들이 구글에 검색하면 다 나와요. 유명한 사람들이 직접 가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그 때는 그게 몸에 해로운 지 몰랐어요. 그것이 그 당시의 과학적 사실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걸 다 알고 있지요. 불과 3, 40년 만에 과학의 진리가 그런 식으로 막 바뀌었어요. 그렇게 과학이라는 게 얼마나 부실한 토대에 있다는 걸 안다면 오히려 중요한 것은 과학보다는 사람이 자연이나 환경을 바라보는 자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저도 환경 담당 기자를 하면서 많이 배운 거 같아요.
하지현
네. 전문 인터뷰어도 아닌 저희가 이렇게 어설프게 준비한 질문들에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히 수업의 과제 정도로 생각하고 준비를 시작했던 인터뷰였는데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고 또 저만의 입장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 것 같아요. 엄청 긴장하고 왔는데 남 기자님 덕택에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얘기를 나눴네요. 마지막으로 같이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웃음)
남종영
네. 저야말로 감사 드립니다. 어디서 어떻게 찍죠?(웃음)
유은진
여기에 놓고 타이머 맞출게요. ……… 아 됐다. (웃음)
그는 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도, 환경보호에 뛰어드는 일도 어려운 것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기자가 되고 환경 운동가가 되었듯이, 남종영 기자는 많은 책을 읽고 자신 만의 틀을 만들고 관심이 가는 곳부터 뛰어들면 그게 시작이라고 말했다. 환경문제에도 고래에도 관심이 없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고래라는 한 종에 대해서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입장을 갖게 된다면 그게 시작일 것이다. 우리에게 이 인터뷰가 그 계기가 되었듯이 《고래의 노래》가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