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관광에 대해서
유은진
고래 관광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서 좀 더 깊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책에서 다루셨던 상업용 포경이라든가 전시용 포획과는 다르게 고래 관광은 그나마 고래와 인간과의 친화적 목적에서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래의 야생성을 해친다든가 하는 부정적 영향 때문에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기자님께서는 이런 고래 관광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연친화적인 목적에서 적절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 정도는 괜찮을지, 아니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아예 없어져야 할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요?
남종영
고래 관광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습니다. 고래를 잡아서 수족관에서 보는 것과 바다에 나가 야생 고래를 보는 경우에요. 동물원이나 수족관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 전시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종들이 있어요. 특히 고래나 돌고래 같은 경우는 하루에 20킬로미터 정도를 다니기 때문에 좁은 풀장에 가두는 것은 사람에게 평생 가만히 서 있으라는 것과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수족관 관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야생에서 고래 관찰하는 경우에도 몇 가지 논란이 있어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지요. 하와이에서는 조그만 보트를 타고 고래 가까이에 다가가기도 하고 어떤 곳은 야생 돌고래와 같이 헤엄을 치는 곳도 있어요. 그래서 고래 및 돌고래 보존 협회 WDCS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 Society에서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야생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돌고래나 고래와 수영하는 건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배를 타고 나가서 고래가 있는 곳을 돌아다니는 경우에는 정해진 항로로만 운항을 하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고래가 있다고 해서 막 쫓아다니지 말고 없다고 해서 막 찾아 다니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운이 좋으면 고래를 볼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못 본다는 거죠. WDCS가 말하는 가장 좋은 고래 관광은 배도 타지 않고 그냥 육상에서 관찰을 하는 것이에요.
아이슬란드 후사비크에 세 번 갔는데 한 번은 비가 와서 고래 관광을 못했고, 한 번은 하게 됐어요. 가이드 라인대로 같은 항로만 운항을 하고 고래가 보이더라도 규정 거리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배에는 항상 자원 연구자들이 타서 오늘 어떤 고래를 몇 시 방향에서 몇 시에 목격했는지 기록해서 연구소에 넘깁니다. 데이터를 만드는 거죠.
그곳이 그나마 모범적으로 하는 곳이고, 이번 주에 다녀왔던 스코틀랜드에서는 육상관찰을 합니다. 고래가 잘 나타나는 곳보다 조금 높은 곳에 WDCS에서 직접 운영하는 고래 관찰소를 만들어 놓았어요. 그 안에 전시관이 있어서 고래 뼈도 전시하고, 고래를 보호하자는 서명 용지도 주고, 기념품 같은 것도 팔고 있어요. 그리고 한 쪽에서는 가이드 투어를 하고 매시 정각에 자원봉사자들이 망원경으로 바다를 보면서 고래 관찰을 합니다. 그럼 사람들도 같이 나가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물어보죠. 여기에는 무슨 고래가 사냐, 얼마나 자주 보이냐,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되더군요. 저는 이번에 가서 한 번 볼 수 있었어요. 자주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옆에 이제껏 관찰한 고래를 적어두었는데 한 번도 못 보는 날도 있고, 많이 보는 날들은 대여섯 번 보는 날도 있고. 관광객들은 가서 운 좋으면 보고, 운 나쁘면 못 보는 거에요. 하지만 관찰소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을 보면 고래를 굳이 못 봐도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재미있게 즐기다 갈 수 있는 것들인 거에요. 기본적으로 망원경을 가지고 직접 시도해 보는 게 재미있는 것이지요. 보지 못했다면 그것만으로 '아, 고래가 이렇게 희귀한 존재구나' 느끼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값진 경험이에요. 오히려 돌고래를 잡아서 수족관에서 언제 어느 때든 볼 수 있게 한 것이 비생태적이죠. 생태적인 것은 자주 보이지 않는 것이니까요. 스코틀랜드의 그 관찰소가 가장 모범적인 고래 관광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설사 고래를 못 보더라도 충분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어요.
고래 방사 프로젝트
하지현
실은 제가 《고래의 노래》를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울대공원에서 제돌이와 그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돌고래 생태설명을 들으러 갔을 때 그 곳에 있는 세 마리의 돌고래를 보고는 ‘아 저 돌고래들이 제돌이와 그 친구들이구나’ 하고 속으로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제돌이와 친구들에 대한 기사와 책을 읽고 간 터라 불법포획 된 돌고래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족끼리 나들이로 온 일반관객들은 ‘아, 쟤들은 그냥 여기 사는 돌고래들이구나. 귀엽다’ 정도의 생각 밖에 없는 것 같아서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기사를 보니 최근 터키에서는 톰과 미샤라는 돌고래들이 자연 방사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현재 제돌이와 친구들의 방사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보다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알 수 있을까요?
남종영
서울시에서 (5월) 15일에 로드맵을 어느 정도 작성을 하고 있을 거에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제돌이 야생방사 시민위원회에서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위원회 이외에도 NGO도 참여하고 학계도 참여하고 서울시도 참여해서 제돌이를 어떻게 야생방사 할 지와 같은 사항들을 결정하는 과정 중에 있고요. 지금으로서는 내년 6월에 야생방사를 할 예정이라는데, 그것보다 더 빨리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삼 주 전에 서울시 담당자하고 <더 코브>라는 돌고래 다큐멘터리영화에 출연한 배우 릭 오베리와 함께 제주도를 둘러봤는데, 서울시 쪽에서도 언제 방사해야 할지,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것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고 여러 결정 사항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 생각에는 가능한 빨리 방사할 수록 성공률이 높을 것 같아요. 톰과 미샤 같은 경우에는 터키에서 한 2년 정도 훈련을 거친 뒤에 2주 전에 야생 방사가 되었는데 현재로서는 방사를 성공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톰과 미샤는 스스로 산 생선을 잡아 먹고 있고, 야생에서 잘 헤엄치며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들은 바로는 현재 톰과 미샤는 떨어져서 활동하고 있고 나중에 다시 함께 다니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그러더군요.
하지현
그렇군요. 제돌이와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수족관에 삼 년 정도 있었잖아요. 톰과 미샤의 경우보다는 장기간 수족관에 있었던 것이 자연방사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네요. 아무래도 야생방사가 가능한 기간에 대해 돌고래의 상황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을 것 같아요. 돌고래가 수족관에서 지냈던 기간 외에도 어떤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돌고래 방사의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남종영
전문가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야생방사의 성공여부를 좌우하는 가장 첫 번째 변수는 수족관에서 지냈던 시간이 아니라 바로 해당 돌고래의 성격이라고 합니다. 야생에 적응 하느냐 못하느냐는 돌고래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에요. 사람하고 똑같아요. 적극적인 애들은 잘 성공하는 거고, 소극적인 애들은 잘 적응을 못 하는 거고. 두 번째 변수가 수족관 수용기간과 야생에서 살았던 기간이에요. 야생에서 살았던 기간이 오래될수록 좋겠죠. 야생에서 살았던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을 테니까. 반대로 수족관 수용기간은 짧을수록 좋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돌이의 경우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방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빠른 시일 내에 방사가 이루어지려면 돌고래 방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변화 역시 필요한 것 같아요.
현재 세계적으로는 돌고래 방사가 굉장히 여러 차례 이루어져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서야 이슈가 되었지만, 영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이미 돌고래방사가 이루어지는 등 외국에서는 그 때부터 이미 대중적인 이슈였어요. 우리나라는 이제 와서 사회적인 논쟁을 한 번 해보는 거죠. 외국에서는 수십 차례 방사가 되었고 대부분이 성공을 했다고 여겨져요. 방사 후에도 목격된 경우가 많았거든요.
사회적으로 돌고래 방사가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방사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중요합니다. 과학적으로 증명을 하려면 이에 대한 논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돌고래방사에 대한 제대로 된 논문의 수가 턱 없이 부족합니다. 과학자들이 참여해서 실험조건을 제대로 만들고 방사한 돌고래에 GPS를 달아 추적해서 확실한 결과를 가지고 논문까지 써야 과학적으로 인정 받는 거거든요. 그런데 제돌이와 비슷한 큰 돌고래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논문이 딱 두 개 나왔어요. 하나는 미국의 템파베이에 있는 돌고래 두 마리를 야생 방사한 경우에요. 그 같은 경우에는 4, 5년 후에도 관찰이 될 정도로 성공한 연구인데, 큰 돌고래 연구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에요. GPS를 달았고 원래 살던 고향에 방사를 했고, 무리에 적응을 했고. 또 하나의 사례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방사한 것인데 이건 연구 자체가 좀 뒤죽박죽이었어요. 수족관에서 태어난 애도 방사를 했고, 같은 가족도 아닌데 섞어서 아홉 마린가 열 마린가 한꺼번에 뒤죽박죽 방사했어요. 수족관에서 태어난 개체를 방사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에요. 왜냐하면 얘네들은 한 번도 야생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개체들 같은 경우에는 적응 못하고 다시 돌아왔어요.
그런데 특정 언론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은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지금까지 2년 이상 개체에서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죠. 그런데 그건 과대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해요. 그 실패한 사례는 연구 조건이 제대로 제어된 게 아니에요. 몇 년에서 몇 년 개체로 한정 짓고, 고향에 방사하고 이런 변인을 통제해야 되는데 이러한 변인통제가 제대로 된 실험이 아니었다고 논문에서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논문을 근거로 돌고래 방사가 성공한 적이 없다고 일반화하기는 무리가 있죠. 오히려 2년 된 돌고래들이 성공을 했기 때문에 제돌이는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게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에요. 물론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겠죠 그건 개체 성격이 어떤가에 따라 다르니까.
네, 질문이 뭐였죠? 지금 계속 딴소리 하는 것 같네. (웃음)
하지현
기자님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았는데요. 돌고래 방사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실패냐 성공이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렇게 돌려보내는 과정들이 진행이 되고 확립이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웃음)
포경
하지현
조금 민감한 분야라서 여쭤보기가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포경에 관련해서 몇 가지 의견을 듣고 싶은데요. 몇 년 전에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적 있잖아요. 이걸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옹호를 했고, 외국 사람들은 어떻게 반려동물을 먹을 수가 있느냐, 이런 입장으로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 일본이나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같은 포경국에서도 내세우는 논리가 우리는 약 천여 년 전부터 포경을 해왔기 때문에 고래를 먹는 것 또한 우리의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서 이것이 개고기 사례와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종영
개고기 문제에 대해서도 제가 예전에 한겨레 21에 기사를 썼던 적이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개고기 문제에 대한 논쟁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민족문화프레임이 주가 됐었어요. 문화 상대주의론에 입각해서 우리 민족은 개고기를 옛날부터 먹어왔다, 이건 하나의 민족문화다, 그런데 왜 상관하느냐.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이것도 충분히 근거 있는 주장이라고 봐요. 그런데 그 속에서 우리가 감안하지 못했던 건 생명체에 대한 존중이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개고기문화에 대해서 두 개의 프레임이 공존하고 있어요. 민족문화프레임과 생명체존중 프레임이죠. 예전에는 민족문화프레임이 다수여서 개고기 먹지 말라고 하면 거의 민족의 반역자 취급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두 개의 프레임이 싸우고 있는 정도가 됐다고 봐요.
고래도 마찬가지에요. 고래를 계속 먹어왔다면 민족문화프레임에서 볼 수도 있는 거죠. 그 문화가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방향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관계 속에서 이뤄졌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죠. 근데 고래는 그게 아니에요. 에스키모 같은 경우에는 포경이 500년 전 정도부터 시작됐어요. 굉장히 오래된 걸로 생각되지만 실은 생각보다 얼마 안 됐어요. 에스키모들은 북극고래 한 마리를 겨우겨우 잡아요. 사냥 과정에서 사람도 많이 죽고요. 이들의 사냥은 생태계를 파괴할 정도는 아니었던 거죠. 바다 생태계 내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가 다른 걸 잡아먹고 인간이 그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를 아주 가끔씩 잡아먹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되었어요. 근데 근대 포경이 시작되면서 그런 균형이 깨진 거에요. 갑자기 막 잡아들이면서 고래가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하고 말았어요. 우리가 자연을 이용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포획한 게 아니라 지속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포획을 했기 때문에 이미 몇 종의 고래는 멸종했고, 지금도 멸종 위험에 빠져 있는 거죠. 생태계의 균형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고래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그 균형이 깨진다면, 분명히 자제를 해야 하겠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고래포경이 한국의 민족문화라고 하는데 쭉 찾아보면 자료가 빈약해요. 우린 민족주의프레임이 아주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냥 한 번 그렇게 이야기하면 반기를 들 수가 없는데 사실 쭉 보면 그다지 아주 신뢰성이 높은 주장은 아니에요. 반구대 암각화가 있기 때문에 이것이 고대부터의 문화라고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에요. 반구대 암각화 이후에는 역사적 공백이 너무 크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고래를 먹는 문화가 옛날부터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요. 일제시대 때부터 생긴 거에요. 그럼 일본의 민족 문화가 고래를 먹는 거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일본인들도 본격적으로 포경을 한 건 16세기, 17세기 이 정도에요. 예전에는 포경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좌초한 고래를 이용하는 수준이거나 아주 가까운 연안에서 돌고래를 잡는 정도의 수준이었어요.
에스키모가 먼 바다에서 큰 고래를 잡았지만 500년 정도의 그다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행해 왔기 때문에 아주 큰 흐름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에스키모는 먹을 게 없었기 때문에 고래를 먹은 건데, 한반도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굳이 고래를 먹지 않아도 먹을 게 많아요. 육상에 다니는 동물을 잡아 먹어도 되고 그게 아니라면 바다 연안의 생선을 잡아 먹어도 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학자들이 추정하는 게 “아니, 돌고래나 고래를 왜 잡아먹었겠느냐? 굳이 이유가 없다, 생선들 많은데 왜 굳이 그걸 잡아먹으려고 애를 썼을까, 잡았다면 어떤 제의적인, 제례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하는 견해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민족주의 프레임이 거대해서 이러한 주장들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측면이 있죠.
하지현
네. 지금포경 모라토리엄이 선언된 배경이 더 이상 포경이 계속 된다면 고래라는 종자체의 존속이 불가능해진다는 합의에 따른 것인데 그와 관련해서 포경이 가능할 정도의 개체수는 어느 정도냐 하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단은 어느 정도가 충분한 수냐의 문제를 떠나서 개체 수가 충분히 회복이 된다면 포경을 재개하자는 주장이 거세질 것 같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떤 논리로 방어를 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고래 보호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남종영
만약 고래의 개체 수가 충분히 회복된다면 그 때 가서 다시 토론을 해볼 필요가 있겠죠. 우리가 진짜 고래가 필요하냐, 이런 논쟁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기본적으로 고래는 바다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기 때문에 별로 없는 개체들이에요. 피라미드의 제일 위에 있기 때문에 조금만 잡아도 금방 멸종이 될 종이에요. 그래서 일단 이용하기에는 좀 위험성이 크고, 그리고 지금은 고래를 잡아도 별로 쓸 데가 없어요.
하지현
그럼 지금 포경국들은 그냥 오로지 고기를 소비기 위해서만 고래를 잡는 건가요?
남종영
그렇죠. 고기만을 위해서 잡는데 그것도 안 팔리고 있어요. 이건 일본도 마찬가지에요. 고래고기가 안 팔리니까 학교 급식용으로 줬는데 수은 농도가 높아서 문제가 됐죠. 고래는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라서 물고기를 잡아먹을수록 체내에 계속 중금속이 축적돼요. 사람 중에 중금속 농도가 높은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요? 에스키모들이에요. 고래를 먹기 때문에 그렇죠. 밑바닥 물고기부터 축적되어서 고래가 가장 높고 그 고래를 먹기 때문에 에스키모가 중금속 농도가 가장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래고기를 굳이 먹을 필요가 없어요. 제 생각에 포경 이슈는 이미 끝난 것이라고 봐요. 그나마 일본 같은 경우에는 과거의 구 산업들이 아직 영향력 있으니까 그나마 잡는 거고,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도 구 산업이 존속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까지 그 세력들이 힘이 있으니까 고래를 잡는 거죠. 오히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새로운 이슈는 고래를 수족관에 전시해야 되느냐 마느냐 하는 전시용 포획에 관한 것입니다.
장애리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포경을 쉬쉬하면서도 하고 있던 것 같던데요. 보통 시장에 나오는 고래 고기는 말하기로는 혼획 되어서 들어온 거라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몰래 잡아놓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견해가 있더라고요. 그런 세태에 대해서 지금 정부는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제재를 가하고 있나요?
하지현
제가 바닷가에 가면 어시장 같은데 가보는데 ‘고래 고기 팝니다’ 이런 간판이 갈 때마다 있고. 그렇게 걸어놓은 식당이 꽤 많더라고요. 사실 그렇게까지 자주 고래가 그물에 걸리거나 좌초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틀림없이 몰래 잡고 있는 거 같은데 실상은 어떻고 우리는 이걸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남종영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포경규제협약에 가입을 했기 때문에 고래를 잡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혼획이나 좌초된 것만 인정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직접 유전자 검색을 해보고 그러면 전체적인 상황은 혼획된 것 외에 불법 포획된 고래가 상당수 유통된다는 게 암묵적인 사실이에요.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요. 해양경찰청이 지속적으로 단속을 하긴 하는데 아주 일제 소탕을 하겠다는 자세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해양경찰청이 단속을 했을 때 엄청 큰 불법포획단들이 잡혔는데 그 때 기사를 한 번 찾아보면 나올 거에요, 1년에 잡은 밍크고래가 100마린가 70마린가 엄청 많더군요. 그 정도에요, 그 정도. 사실상 지금 울산의 고래 고깃집에는 불법 포획된 밍크 고래가 유통이 되죠. 혼획된 고래고기는 이용하기가 힘들어요. 왜냐하면 그물을 쳐 놓고 발견이 늦으면 다 썩어서 고기를 쓸 수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상당수 불법 포획된 게 거래가 되고 있을 거에요.
정부의 정책적 방향은 포경을 허가하는 쪽입니다. 그래서 지금 과학포경부터 개시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입장을 정부가 공개적으로 말하면 바로 외교적인 문제로 번지기 때문에 그러고 있지는 않죠. 하지만 재개의 기회를 틈틈이 찾고 있습니다. 일본 쪽에 서서 일본이 어떻게 하나 눈치 보면서 적당히 재개를 하려는 방향으로 잡고 있는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하더라도 포경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많지 않다고 봐요. 고래 고기를 전국민이 먹는 것도 아니고 울산에 고래 관광 갔다가 한 두 번 먹는 건데, 그 산업이 커 봤자 얼마나 클 것이며 잉여가치를 내 봤자 얼마나 내겠어요. 고래 고기 전문점 수십 곳 정도만 장사를 하는 거지, 우리가 참치 먹듯 고래고기를 먹진 않을 거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포경산업은 지는 산업이에요. 그 와중에 물론 고래 고기를 가지고 나중에 큰 자원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이미 세계가 포경에서 등을 돌렸고, 남은 것은 일본,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정도뿐이죠.
그리고 요즘은 포경의 반환경적인 이미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를 크게 창출할만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요. 정부가 한정된 예산이나 한정된 인력을 투자를 해야 된다면 제 생각에 포경보다는 다른 쪽에 투자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고 봅니다.
고래와 관련된 여러 이슈들은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이야기들일지도 모른다. 아직 고래는 보통 사람들에겐 바닷속 미지의 생물이자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문제 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고래에 대해서 우리가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고래가 어떤 생물이고 어떻게 살아 가고 있으며 고래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고래의 노래》는 우리가 고래에 대해서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입장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