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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3회 북스타트 주간 ─ 올해의 테마 '꽃' |
아무리 생각해도 그림책은 이상한 책입니다. 이를테면, 책벌레의 기쁨이 멋진 책을 발견하거나 마주쳐 ‘혼자만의 시간 속으로 숨어들기’라고 할 때, 혹은 그 책을 되도록 자신만 알기를 바라면서 ‘시시때때 들추고 뒤적이기’라고 할 때 — 그림책은 그처럼 1인의 기쁨에 고즈넉이 머물도록 가만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뒤표지를 덮는 순간, 벌써 누군가 읽어줄 사람을 떠올리게 되고, 선물할 사람을 메모하게 되거든요. 누군가에게 이 멋진 이야기와 글과 그림을 읽어주고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게 만듭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세상에, 이런 책이 있었구나!’ 눈이 휘둥그레졌던 그날부터 줄곧 대문을 열고 나가 누군가를 불러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모임에도 그림책을 들고 나가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렇게 멋진 걸 나만 누리는 건 죄악이니까요!’라는 기묘한 병증이 생긴 이후 30여 년 내내 이 내향성 인간을 비롯해 그림책에 매혹된 이들은 끊임없이 이렇게 외치고 있는 참입니다. “아이와 함께 뭔가 근사한 걸 함께 경험하고 싶지요? 그게 바로 여기 있어요!” “누구에게나 올바르고 무해한 태도를 날마다 쉼 없이 견지하는 게 힘들지요? 바로 이걸 보시면 됩니다!” “뭔가 멋진 걸 좀 갖고 싶지요? 지금 바로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을 꺼내 들기만 해도 손을 내저으며 꽁무니를 빼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림책을 선물하면 얼굴을 붉히는 이들도 있어요. 아이들을 유치한 존재로 여기면서 그와 관련된 모든 문화와 자신을 절연시키도록 학습된 이들, 간신히 유치한 교구를 접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그림책은 물성적으로 기피해야 할 이물스러운 것이니까요. ‘나한테 감히 아이 것을 들이밀다니!’
그러니 우리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그림책을 들고 광장으로 뛰어나가는 충동에 시달리는 이들’ 대 ‘한사코 그림책을 피해 달아나는 이들’이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못지않게 장엄한 함의를 품고 천정에 그려지곤 합니다. ‘내일은 어떤 그림책을 껴안고 달려 나가게 될까?’ 중얼거리며 잠들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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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민들레』(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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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김병하 지음) |
꽃은 자연의 ‘선물’ 그 자체, ‘꽃’을 주제 또는 소재로 다룬 그림책은 방어적 잠재 독자를 무장 해제시키는 효력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꽃의 시작’이라고 할 만한 민들레가 등장하는 그림책들 『민들레는 민들레』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미안해』김병하 지음, 『모두 다 꽃이야』류형선 글, 이명애 그림 같은 작품은 다락 같은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좋아서 그림책 예술 강사의 주제 그림책 리스트 첫 자리에 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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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 나온 코끼리』(황K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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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미친 김군』(김동성 지음) |
갖가지 들꽃이 그득히 펼쳐지는 『오소리네 집 꽃밭』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으로 탐탐耽耽한 진리적 성찰을, 황동규 시에서 얻은 영감으로 태어난 『꽃에서 나온 코끼리』황K 지음로 꽃 수술에서 코끼리를 떠올리는 우주적 감수성을, 『꽃에 미친 김군』김동성 지음으로 남다른 취향의 몰입지경을, 다양한 스타일의 꽃 그림으로 공유했다면 그림책 예술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고 짐작해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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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시간』(황상미 지음) |
꽃과 씨앗과 잎사귀로 옷을 만드는 재봉사 이야기가 펼쳐지는 『숲 속 재봉사』최향랑 지음 연작의 입체 콜라주, 장면 장면을 독자가 필름지를 대고 움직이면서 능동적으로 장면을 감상하는 『꽃들의 시간』황상미 지음의 옴브로 시네마 기법 같은 새로운 미감을 반기게 될 겁니다.
그림책을 안고 달리지 않더라도, 모쪼록 창밖 꽃 필 때 꽃 그림책 함께 읽는 일을 놓치지 않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