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설계 도면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 생긴 공원은 크지 않았다.

이 안에 길을 잃고 헤맸던 적이 있어.

공원이 무척 클 거라 생각했다.

이쯤에서 길을 잃었겠다.

방을 떠난 이후에 방을 실감한다.

우린 그때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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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말고 어둠만 오라

오늘은 늦게 들어올 거야. 먼저 자고 있어.

항상 이부자리가 펼쳐져 있는 안방에서는 옅은 기름 냄새가 났다. 펼쳐놓은 옷가지에도 밴 기름 냄새. 계절에 맞는 옷이 없네. 요 위로 펼쳐놓은 옷들은 전부 검은색이나 회색이었는데. 이불에 누워 사진을 넘겨 본다. 사람 앞에서 사람이 담긴 영상을 재생하고 되감기. 보름 내내 우산 펼 일이 없다가 마지막 날에 비가 내렸지. 숙소를 옮기지 않고 한 도시에서 지내는 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마지막 날에 비가 내린 게 맞아? 우산을 든 사진이 하나도 없다. 사진을 넘긴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환한 얼굴로 가득했다.

셔츠는 젖을 것이다. 등에 주름이 잡힐 것이고 겉옷은 습기를 머금고…… 따뜻함은 얇을 것이고. 서늘한 건물 안에선 내가 실내에 있단 것을 계속 상기하게 되던데. 여기가 우산 아래란 사실을 얼마나 자주 생각하니. 이 아래에서 비를 피한 어깨가 무수하다. 사진을 넘긴다.

여기 기억나? 진열장 앞에서 케이크를 고르지 못해 한참을 서 있었던 거. 나무라던 그의 목소리는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사실 첫눈에 무엇을 고를지 결정했었다. 너무 일찍 고르면 빨리 밖으로 나가야 하잖아. 나는 밤을 좋아했는데 잠을 자야 해서 밤이 싫어지더라.

오늘 밤 잠에 들지 않는다면 네가 집에 들어오는 얼굴을 볼 수 있을 텐데. 바깥에서 네가 짓는 표정을 보지 못해 나는 너에게 저항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떤 등으로 울고 있었습니까. 사진을 넘길수록 상상에 잠긴다. 네가 외출을 준비를 하는 동안 내가 눈을 떼지 못한 건 나의 자라나는 모습이었다. 현관문이 닫히고 더 넘겨 볼 사진이 없었다.

늦지 않게 오세요.

늦더라도 오세요. 

(본문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