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다온어울림’
모이는 곳 _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어울림 작은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_ 주부, 직장인 등
추천도서
1. 혼불 (최명희 지음, 매안 펴냄)
2. 풀꽃 (나태주 지음, 지혜 펴냄)
3. 언어의 온도 (이기주 지음, 말글터 펴냄)
4.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펴냄)
5. 자존감 수업 (윤홍균 지음, 심플라이프 펴냄)
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건물 2층에 있는 작은도서관이 동아리 모임 장소였다. 작년에 도서관이 폐관될 위기에 처해있었다고 들었는데, 도서관의 분위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활기차고 밝아 보였다. 건물 1층부터 도서관 프로그램 안내지와 홍보물, 활동 사진들이 빼곡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기쁜 얼굴로 맞아주시는 동아리 회원분들이 보였다.
작년에 아파트 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도서관 폐관이 추진되었다고 한다. 사서 채용 및 도서 구매와 관리 비용이 드는 것에 비해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은 아파트 전체 인원 중 절반 정도로 적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독서동아리의 활동과 홍보 덕분에 폐관을 모면할 수 있었다.
오히려 폐관될 위기 속에서도 동아리는 더욱 왕성하게 활동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문제를 푸는 골든벨을 열기도 하고, 부모와 함께하는 ‘추억의 옛날 책 읽기’에 대한 행사를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영화 감상, 도서 벼룩시장, 독서캠프 그리고 어르신들을 위한 세금 상담까지 도서관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입주자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뿐만 아니라 어르신을 위한 세금 상담은 좋은 소통의 계기였다.
이와 같은 다양하고 자발적인 활동과 소통을 통해 도서관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도서관 폐관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간발의 차이로 폐관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고, 예전보다 활기차고 다양한 사람들이 올 수 있는 도서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폐관이라는 위기가 도서관과 독서동아리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동아리 회원들에게 독서란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지만 하나 공통된 점은 바로 소통에 대한 부분이었다.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항상 비슷한 분야에 그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분야도 간접적으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나 사회 이슈나 정치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은 남편과 부부관계도 더 좋아진 것은 덤이었습니다.”
독서가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심사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로 인해 관계도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말이라는 것이 쉽게 내뱉을 수 있어서 상대방에게 쉽게 상처 주고 반대로 쉽게 상처받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리고 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되었고 말을 하기 전에 먼저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죠.”
말로 인해 쉽게 상처받은 경험들은 한 번씩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도 그렇게 쉽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이 이야기를 듣고 상처만 받았던 나의 모습뿐만 아니라 상처를 주는 모습도 떠오르며 반성할 수 있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고 서로 그 시선들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조금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취재 당일 모임 주제 도서는 최명희 작가의 『혼불』이었다. 소설에는 종갓집의 며느리로 들어와 과부가 되어 살아가는 청암부인과 그의 양자인 이기채, 그리고 이기채의 아들인 이강모 등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회원분이 말했던 것처럼 인물에 대해서 모두 각기 다른 시선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도서관의 폐관이 동아리의 유무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동아리의 활동을 도서관 운영의 영역까지 확장 시켰다는 점이 놀라웠다. 독서를 통해서 소통하는 방법과 힘을 기른 덕분에 지금의 동아리와 도서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김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