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들은 이따금 나에게 역사가는 역사를 쓸 때 어떻게 작업하느냐고 묻는다. 역사가는 자신의 작업을 뚜렷이 구별되는 두 가지 단계나 기간으로 나눈다는 것이 가장 상식적인 생각인 것 같다. 우선 역사가는 자신의 사료들을 읽고 그의 노트를 사실들로 채우는 데에 오랜 준비시간을 보낸다: 그리고나서 이 일이 끝난 다음에는 그의 사료들을 치워놓고 노트를 꺼내 든 채 처음부터 끝가지 책을 쓴다. 이런 모습은 나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으며 그럴듯해 보이지도 않는다. 내 자신의 경우를 보면, 나는 주요한 사료라고 생각되는 것들 중에서 몇 가지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너무나 좀이 쑤셔 - 반드시 처음부터가 아니더라도, 어느 부분이든 상관없이 - 쓰기 시작한다. 그런 후에는 읽기와 쓰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읽기를 계속하는 동안 쓰기는 추가되고 삭제되며 재구성되고 취소된다. 읽기는 쓰기에 의해서 인도되고 지시되며 풍부해진다: 쓰면 쓸수록 나는 내가 찾고 있는 것을 더 맣이 알게 되고, 내가 찾고 있는 것의 의미와 연관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