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갈망의 글쓰기 〈심 라이프〉 중에서
세컨드라이프가 뭐냐고? 짧게 답하자면 2003년 출시되어 인터넷의 미래로서 수많은 이들의 각광을 받은 가상세계다. 길게 답하자면, 이건 혁명일 수도 있고 고려할 가치조차 없을 수도 있는 논쟁적인 풍경, 고딕풍 도시, 공들여 황폐해 보이게 만든 해변 오두막, 뱀파이어의 성채, 우림 속 사원, 공룡이 쿵쿵거리며 돌아다니는 땅, 디스코 볼이 번쩍거리는 나이트클럽,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체스 게임으로 가득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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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라이프는 페이스북이 성장하던 시기, 정체기를 맞았다. 페이스북의 성공은 경쟁 브랜드라기보다는 경쟁 모델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문제되었다. 알고 보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삶보다는 진짜 삶의 요소를 선별해 보여주는 버전인 듯했다. 사람들은 완전히 별개의 아바타가 되기보다는 가장 잘 나온 사진의 총합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어쩌면 페이스북과 세컨드라이프가 가진 매력은 그리 다르지 않다. 캠핑 여행 사진이나 브런치를 먹던 중에 떠오른 재미있는 생각같이 실제 경험이라는 재료에서 만들어졌건, 실제 경험이 닿을 수 없는 불가능성에서 왔건, 두 가지 모두 이상적인 몸, 이상적인 로맨스, 이상적인 집으로 이루어진 선별된 자아에 깃들어 살아갈 수 있다는 매력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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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의 진가를 알아가면서도, 세컨드라이프에 대해 느끼는 본능적인 불쾌감은 떨칠 수가 없었다. 공허한 그래픽, 나이트클럽, 저택, 수영장과 성채, 세상을 세상으로 느끼게 하는 온갖 티끌과 불완전함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거부감이 불편했다. 세컨드라이프를 묘사하려 시도할 때마다, 나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적어도 흥미롭게 묘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묘사를 견인하는 것은 흠결과 균열이기 때문이다. 세컨드라이프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사진엽서들 사이를 누비는 데 가까웠다. 이곳은 시각적 클리셰로 이루어진 세계였다. 그 어떤 것도 찢기거나 망가지거나 무너지지 않았으며, 무너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너짐이라는 특수한 미학을 공들여 구축한 결과물이었다.
― 레슬리 제이미슨,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반비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