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나는 1973년부터 1985년까지 12년의 세월을 최대한 잊어버리려고 애썼다. 내 과거에서 그 부분은 도려내고 싶었다. 그것은 자기 창조의 행위로, 그렇게 해서 의식적으로 기억하기로 한 것으로만 이뤄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엄마와 내가 미시시피를 떠난 직후의 연도를 끝으로 설정하고, 상실의 순간 ─ 엄마의 죽음 ─ 을 시작으로 달력에 표시했다.
그 두 해는 당시 내 책상 위에 놔뒀던 한 쌍의 북엔드와 같았다. 두 개의 작은 구체 모양으로 세피아색 세계지도가 찍혀 있는 그 북엔드들이 내가 좋아하는 책 몇 권 ― 『폭풍의 언덕』 『위대한 개츠비』 『팔월의 빛』 ― 을 양쪽에서 받치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망각하려는 시도 속에서 나는 두 개의 북엔드 사이의 거리를 무너뜨렸다. 내 행복한 유년기의 세계가 끝나는 해를 갑자기 엄마 없는 아이가 된 신세계의 해 바로 옆으로 힘껏 밀어붙인 것이다. 나란히 서 있는 1973년과 1985년 사이엔 그 어떤 책도 없고, 내가 차마 기억할 수 없는 이야기가 쓰인 그 어떤 페이지도 없었다. 하지만 의식적인 망각에는 위험이 깃들어 있다. 너무 많은 걸 잊어버리려 하다간 그걸 통째로 잃어버릴 수 있다. 내게 가장 필요할 때 엄마를 다시 떠올리기가 더 힘들어졌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잊어버린 것들, 우리가 묻어버리거나 억누르려고 애쓰는 것들로 이뤄진 존재이기도 하다. 어떤 망각은 필요하고, 극히 고통스러운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고 망각이 작동하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트라우마의 일부는 우리의 몸속에 계속 살아 있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내가 과거를 묻어버리려고 애를 쓰고 있을 때조차도, 그 잃어버린 세월에서 자꾸 돌아와 멋대로 되살아나는 순간들이 있다. 그 기억들은 ─ 어떤 기억들은 거슬리고, 어떤 기억들은 사랑스러운데 ─ 지금의 나에게 좀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길에 있는 표지판처럼. 이제는 그 길을 볼 수 있다.
― 나타샤 트레스웨이, 『메모리얼 드라이브 - 딸의 회상록』 , 박산호 옮김, 은행나무2022, 7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