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이냐 성격이냐?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이 논의는 예술 자체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둘을 저울질하면서 이야기가 우선이며 등장인물의 성격은 부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의견은 소설이 발전하면서 의견의 중심추가 반대편으로 이동할 때까지 이 논의를 주도해 왔다.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구조란 등장인물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고안된 장일뿐이며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매력적이고 단순치 않은 성격의 등장인물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오늘날에는 이 양쪽이 모두 결론 없는 논의를 되풀이하고 있다. 결론이 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와 인물의 성격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질문은 사실상 성립되지 않는다. 구조가 곧 등장인물의 성격이고 등장인물의 성격이 곧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둘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들 중 어느 것도 다른 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 논쟁이 지속되는 이유는 성격과 인물 묘사의 차이에 대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혼란 때문이다.
인물 묘사란 등장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인간의 관찰 가능한 모든 측면들을 말한다. 즉 나이, 지능 지수, 성별과 성적 경향, 말하는 스타일과 몸짓, 주거지, 자동차, 의상의 선택, 교육 정도와 직업, 개성과 예민함의 정도, 가치 체계와 태도 등 어떤 사람의 일상생활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고 했을 때 알 수 있는 인간성의 모든 측면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들을 한데 모아보면 각 개인의 독특함이 드러난다. 모든 개인들이란 고유의 유전적인 특성과 개별적으로 축적된 경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성들의 집합을 인물 묘사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성격과는 다르다.
진정한 성격은 인간이 어떤 압력에 직면해서 행하게 되는 선택을 통해 밝혀진다. 그 압력이 크면 클수록 성격은 더 깊숙이까지 드러나게 되며, 성격의 핵심적인 본성으로부터 행해지는 선택은 좀더 진정성을 띤다.
표면적인 인물 묘사의 배면에 위치하는, 외면으로 드러나는 모든 것들을 제거했을 때 나타나는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그의 인간성의 핵심에서 그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 로버트 맥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민음인2002, 156~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