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친구나 연인이나 지인이나 가족 같은 관계가 가득하고, 서로 작용하며 매일 미세하게 움직인다. 항상 상호 평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균형이 무너진 일방적인 관계를 건강하지 않다고 한다. 희망도 없는데 계속 매달려봤자 무의미하다느니, 그런 친구를 뭐하러 계속 돌보느냐느니 한다. 보답을 바라지도 않는데 멋대로 불쌍하다고 하니까 지겹다. 나는 최애의 존재를 사랑하는 것 자체로 행복하고, 이것만으로 행복이 성립하니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서로서로 배려하는 관계를 최애와 맺고 싶지 않다. 아마 지금 당장 나를 봐달라거나 받아주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최애가 실제로 나를 좋게 봐줄지 알 수 없고, 나 역시 최애 곁에 계속 있을 때 즐거울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 같다. 물론 악수회에서 몇 초쯤 대화를 나누면 폭발할 정도로 흥분하지만.
― 우사미 린, 『최애, 타오르다』, 미디어창비2021, 68~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