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기쁨에 싫증 난 한 마리의 벌레이다.
그는 자기의 이기적인 냉혹함 속에서…잠의 동굴을 찾고,
우애와 보편적인 사랑을 버린다.
순수한 정신의 날개를 접고,
과학의 뿌리로부터 절연된 채
어두운 장소를 찾는다.
그리하여 황금의 담벼락에 둘러싸인 그는 한 개 씨앗처럼 땅속으로 파묻혀버린다.
Man is a worm wearied with joy; he seeks the caves of sleep
Among the flowers of Beulah in his selfish cold repose,
Forsaking brotherhood & universal love in selfish day,
Folding the pure wings of his mind, seeking the place dark,
Abstracted from the roots of science. Then enclosed around
In walls of gold we cast him like a seed into the earth,
Till times & space have passed over him.
(FZ IX, 624-9)
위의 인용구는, 사람 사이의 우애와 사랑의 가치를 내팽개치고 각자의 폐쇄적 공간 속에 갇혀버린 ‘근대적’ 인간 상황에 대한 가장 치열한 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이 구절이 실제로는 블레이크의 서사시의 최종 단계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원의 인간들’이 모여서 어째서 처음에 낙원이 상실되었던가를 말하는 가운데 나오는 발언이 바로 이 대목인 것이다. 그러니까 ‘전락’은 사적 이익의 배타적인 추구에 의한 것이며, 그 결과 삶의 공동체적 질서가 붕괴되었다는 강한 암시가 여기에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런 암시는 인용 대목 전체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특히 “황금의 별들에 둘러싸인 채‘라는 구절에 명확히 드러나 있다. 이 표현이 인클로저를 암시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