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의 탄생에 관한 신화
내가 다시 물었다네. “에로스는 어떠한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태어났는지요?”
“이야기하자면 매우 길지만,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아프로디테의 생일날, 여러 신들이 그 여신의 생일 축하 잔치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 신들 중에는 메티스의 아들인 포로스도 있었답니다. 신들이 식사를 마칠 무렵, 나누어주는 음식 – 사실 그러한 잔치에는 음식 보시가 많이 이루어졌지요 –을 얻어먹기 위하여, 페니아가 도착하여 대문 앞에 와 있었답니다 – 제우스의 정원에서 몸이 천근만근이 된 상태로 잠들어 있었답니다. 페니아는 자신의 ‘무책성無策性’을 해결하기 위해, 포로스 신으로부터 아이를 하나 만들어낼 계획을 짭니다. 그리고는 그의 옆에서 동침을 하였고 그 결과 에로스를 분만하게 되었답니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동반자이자 그녀에게 봉사하는 시동이 되었답니다. 사실 그는 아름다운 존재인 아프로디테의 생일 축하연을 계기로 태어났기 때문에, 본성상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자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이렇듯 에로스는 포로스와 페니아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되었답니다. 첫째로 그는 언제나 결핍 상태에 놓여 있어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부드러움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답니다. 그러한 것과는 정반대로 그는 조야하고 더럽고 맨발로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며, 언제나 땅바닥 위에서 덮을 것도 없이 드러누워 있습니다. 또 남의 집 대문 앞이건 길가이건 가리지 않고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자는데, 그것은 그가 어머니의 본성을 이어받아 언제나 결핍과 함께하기 때문이랍니다. 반면에 그는 다른 한편으로 아버지의 성격도 이어받아 아름답고 훌륭한 것을 획득하기 위해 계책을 잘 꾸며내기도 한답니다. 그는 용감하기 때문에 진취적이고 전력투구하는 빼어난 사냥꾼이고, 끊임없이 계략들을 짜냄으로써 현명한 지혜를 얻고 새로운 수단을 개척해내며, 평생 동안 지혜를 탐구하며 삽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단한 협잡꾼이자, 마술사이며 소피스트이기도 하답니다. 그는 본성상 불사적인 존재도 가사적인 존재도 아닙니다. 그는 단 하루 동안에도, 어떤 대는 꽃처럼 피어올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죽어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질 덕분에 방법만 찾아내면 다시 살아나지요. 그에게는 방법과 수단을 찾아내는 능력이 밑에서부터 끊임없이 솟아오르기 때문에, 한 번도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에 처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번도 풍족한 상태에 있는 법이 없지요.
그는 다른 한편으로 앎과 무지의 중간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혜에 관한 일반적 사정은 다음과 같지요. 즉 신들 가운데 어떤 누구도 지혜를 탐구하거나 지자知者가 되기를 원하지 않고 – 왜냐하면 신은 이미 지자이므로 -. 지식을 소유한 자라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지혜를 탐구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무지한 자들도 또한 지혜를 탐구하거나 지자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지라는 것이 실제로는 전혀 아름답지도 훌륭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충분히 아름답고 훌륭하며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불행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자신은 불완전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원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렇다면 디오티마여! 지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지자도 아니고 무지한 자도 아니라면, 그들은 도대체 무어란 말입니까?”
“그러한 사람들은 지자와 무지한 자들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고, 에로스도 그러한 중간자들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어린아이에게도 자명한 일이지요. 사실 지혜란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있는 것이고 에로스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에로스는 필연적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자일 수밖에 없고, 지혜를 사랑하는 한 그는 지자와 무지한 자의 중간자가 되는 셈이지요. 에로스가 그러한 성질을 지니게 된 원인은 그의 탄생에서 찾을 수 있답니다. 사실 그는 지혜롭고 모든 수단을 잘 쓸 줄 아는 아버지와 지혜롭지 못하고 어떠한 수단도 잘 알지 못하는 어머니로부터 태어났으니까요. 친애하는 소크라테스여! 바로 그러한 것이 이 정령 즉 에로스의 본성이랍니다. 그러니 당신이 에로스에 대해 품고 있었던 생각과 전혀 다르다고 해서 전혀 놀라워할 필요는 없답니다. 당신의 말을 근거로 추론해보건대, 당신은 에로스가 사랑을 받는 대상이지 사랑을 하는 주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내가 생각하건데, 바로 그 같은 이유 때문에 에로스는 당신에게 완벽하게 아름다운 자로 보였을 것입니다. 사실 사랑스러운 것은 정말로 아름답고 부드럽고 완벽하며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상세히 이야기하였던 바와 같이, 전혀 다른 본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