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근본적인 해결’을 하는 것을 어려워해요. 근본적인 원인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바꾸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문제의 근원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대신 오히려 자신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약한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해요. 프란츠 파농이라는 학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수평 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프란츠 파농은 20세기에 살았던 알제리 사람이에요. 학자이자 의사이며 알제리가 프랑스의 식민지였을 때 독립 투쟁을 이끈 지도자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파농은 알제리 민족 해방 운동을 하면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어요.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 지친 알제리 사람들은 쌓이고 쌓인 분노를 이따금 폭발시켰는데 그 분노가 향한 곳은 프랑스가 아니라 바로 알제리였던 거예요! 알제리 사람들은 같은 민족, 그중에서도 자신보다 약한 가족, 형제, 친구, 동료, 이웃에게 분노하곤 했어요. 《5분》이라는 책에 소개된 글에서 파농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열여섯 시간 노동이 끝나고 지친 남자는 자리에 쓰러져 눕지만, 옆집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남자는 밀가루라도 조금 얻으러 가게에 갔지만, 이미 수백 프랑의 외상을 한 상태라 가게 주인에게 거절당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증오심이 솟구치고 당장이라도 상점 주인을 죽일 듯한 살의가 번뜩인다. 식민지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싸운다. 그들은 서로를 은폐 막이로 이용하며, 민족의 적을 보지 못하도록 가리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