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저는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알게 된 거예요. 이사벨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엘레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러자 이사벨이 하던 말을 계속한다. 생각하는 것과 아는 것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은 보통 그 두 가지를 그냥 혼동하도록 내버려두죠. 검사 결과지를 보면서 양성 반응이 나온 걸 알았을 때, 내 몸속에 들어 있는 게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만 했어요. 엘레나는 땀이 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축축한 손수건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이사벨이 그녀에게 말한다. 의사들은 파킨슨병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정확한 언어로, 그래프와 차트 등을 동원해서 수차례에 걸쳐 부인에게 말해줄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부인은 병이 부인 몸에 들어오고 나서야 그게 무엇인지 실제로 알게 됐겠죠. 고통, 죄책감, 수치심, 굴욕감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상상조차 못 해요. 그런 건 살면서 겪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법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삶은 우리 자신에 대한 가장 큰 시험인 셈이에요. 이사벨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 밖을 내다본다. 엘레나도 밖을 볼 수 있다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움튼 나무를 볼 수 있겠지만 그럴 수 없다. 그저 창문 너머 이사벨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엘레나는 알고 있다』, 지영, 비채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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