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 이거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제도를 보완하고 정책을 개발하고 사람을 더 뽑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될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관계를 바꿈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놓치는 것은 아닌지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해요. 그건 지역 커뮤니티일 수도 있고, 그냥 사람들과의 관계성일 수도 있어요. 관계망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제도의 혜택을 받는 취약계층에 어떤 박탈감이나 낙인을 주는 게 아니라, 주도성을 줄 수도 있는 거거든요.
앞에서 공무원들을 비판했지만, 저는 사실 한국이 상당히 훌륭한 공공 체계를 갖고 있다고 봐요. 근데 공무원들이 너무 바쁘기도 하고 한 명 한 명의 취약계층을 관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고, 분명히 사각지대가 많이 존재한다는 말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제도 자체가 취약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탈락시키도록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제도라는 거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제도의 사각지대를 누가 메꿔야 하느냐. 저는 그게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돌볼 것이냐, 타인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고 봐요.
― 조기현, 홍종원,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한겨레출판2024, 1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