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나는 물질과 남편, 두 아이와 유리,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에 집중했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저승에 들어가고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이승으로 돌아온다. 우리 해녀들은 달과 조수의 지배를 받지만 또한 세 가지로 이루어진 여러 집합의 영향을 받는다. 제주에는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고, 도둑과 대문과 거지가 없다. 우리의 농사 체계는 돼지들이 우리의 배설물을 먹고, 돼지의 배설물은 우리 밭의 비료로 쓰이다가, 결국에는 잡아먹히는 삼 단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에 대해 자주 말하지는 않지만, 또한 제주는 세 가지 재앙 — 바람과 홍수와 가뭄 — 의 섬으로도 알려져 있다. 바람이 항상, 영원히 분다.
이제 우리에게는 세 가지 재앙의 새로운 집합이 생겼다. 첫 번째로, 또 다른 콜레라 전염병이 발병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를 잃게 돼서 마음이 아팠다. 마지막 시간 동안 할머니를 돌볼 수 없었기 때문에 훨씬 더 마음이 아팠다. 미자도 숙모와 삼촌을 잃었다. 두 번째로, 가을 작황이 극도로 형편없었다. 우리를 먹여살려줬던 작물들 — 기장, 보리, 고구마 — 이 턱없이 모자랐다. 곡식 자루를 타러 미국 배급소로 가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배급을 맡은 예전 친일협력자들이 이 식량을 훔쳐내서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45일 이내에 쌀값이 두 배로 뛰어서 새해 명절 때 말고는 쌀을 전혀 살 수 없는 형편이 됐다. 동시에 전기 요금이 — 전기가 들어오는 몇 군데 안 되는 섬 지역에서는 — 다섯 배로 뛰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사람들이 다른 주요 농산물들 없이 지내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일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남북 분단 이후 북에서 온 피난민들로 제주 인구는 두 배가 됐지만 미국인들은 우리의 예전 점령자들과 무역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것은 해녀 가정에 식량을 살 돈이 한 푼도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해초와 밀기울을 섞어 먹으며 지내야 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다른 집들은 평소 돼지에게 먹였던 감자전분박감자찌꺼기으로 연명했다.
─ 리사 시, 『해녀들의 섬』, 이미선 옮김, 북레시피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