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깃배를 타고 떠나자고, 그가 말한다
어디로 가는데? 요한네스가 묻는다
아니 자네는 아직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구먼, 페테르가 말한다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한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위험하지는 않아,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하다는 것도 말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아픈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라는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하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환하기도 해, 하지만 이런 말은 별로 도움이 안 될 걸세,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네스가 페테르를 바라본다, 페테르가 그의 하얗게 센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미소짓고 있다, 그의 머리카락은 이제 더욱 길어져, 어깨 아래까지 내려온다, 숱이 많고 젊어진 그의 머리 주위로 금빛이 어른거린다
그래 페테르 자네로군, 페테르 자네야, 요한네스가 말한다
─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