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오늘 있었던 일을 잊어버릴까. 그러면 되게 싫겠다.
어린 시절의 저는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림을 그리거나 일기를 쓰는 걸 좋아한 이유도 그런 생각과 관련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걱정했던 대로 어른이 되면서 점차 어린 시절의 나는 멀어졌습니다. 다양한 일들을 잊고 말았어요. 그 사실이 조금 쓸쓸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요, 즐거웠다는 마음만큼은 갑작스럽게 되살아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겨울, 차가운 바람이 불던 때.
최선을 다해 연을 날리던 ‘어린 나’ 자신이 멀리서 달려와 즐거웠던 마음을 말해 줍니다.
날아가! 날아가! 높이 높이 날아가!
뺨을 발갛게 물들이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작은 나. 전부 다 기억하지 못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즐거웠던 감각이 오래오래 남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놀아 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어른이 된 지금도 이따금 행복한 기분이 들어.
─ 마스다 미리, 『작은 나』, 이소담 옮김, 알에이치코리아2024, 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