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평범한 삶을 원한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매일 출퇴근 버스에서 치이고 회사에서 깨져가며 아등바등 살아가는데도 평범한 삶은 점점 요원해짐을 한탄하고 자포자기한다. 기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란 굉장히 어렵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평범이란 평균중간이고 평범한 삶이란 곧 중산층의 삶인데, 앞서 보았듯 중산층의 기준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기준선을 넘어서야만 비로소 평범한 평균적인 삶이라고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평범의 요지는 간명해 가족을 꾸리고 아파트를 사는 것을 가리킨다.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이 정도 수준의 삶을 원하지만, 평범한 삶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된 사회에서성공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 되었기에 사람들은 최소한의 욕구와 욕망에도 가닿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지닌 욕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는가?
대부분 개인의 욕구와 욕망은 사회가 주입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이 정도 학교는 나와서 이 정도 직장 정도는 다녀주어야 하고, 이 정도 연봉은 받아야 한다는 기준선이 곧 그 사회에 속한 개인 본연의 욕망을 대체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주입된 사회적 욕구는 숫자로 환산 가능한 외적 가치로만 이루어져 있다. 자신만의 욕구와 욕망을 탐색하고 성찰해 남들과 다른 고유한 삶을 사는 대신, 남들이 정해준 기준을 좇느라 인생을 허비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사회에서 진로를 이탈해 외롭게 다른 길로 향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변 대부분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이후에도 자신의 삶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 채 남과 견주지 않고 ‘현타’에 시달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결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항상 비교하며 나에게 부족한 점을 늘 의식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인생으로 내몰린다.
이런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남들을 따라잡기 위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임의진, 『숫자 사회』, 웨일북스2023, 75~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