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위한 책 읽기도 달리기와 비슷하다. 한동안 독서를 안 하다가 책을 집어드는 습관으로 돌아가려면 노력이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무리라고, 책이 두껍거나 문장이 유독 만연체라면 특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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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는, 일이나 공부를 위한 독서와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동일시하는 건 하루종일 근력운동을 했다고 댄스클럽에 안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거다. 그렇다, 일부 동일한 근육이 사용되긴 하지만 그 강도와 방향은 전혀 다르다.
운동 습관을 들이는 단 하나의 정답 따윈 없듯, 취미 독서에도 누구에게나 다 맞는 방법은 없다. 다만, 정신적으로 소파 붙박이에서 5킬로 달리기로 몸을 일으키는 방법, 학교를 졸업한 후 쪼그라들었을 책 읽는 순수한 즐거움에 불을 댕기는 나만의 접근법은 있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책이 아니라, 일단 좋아하는 책을 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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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독서에 취미를 들였으면 하는 마음에 십대 자녀를 도서관에 데려오는 어른들을 종종 보는데, 그건 아무 미술관에나 사람을 끌고 와서 예술을 감상하라고 강요하는 셈이 아닌가 싶다. 전시중인 그림에 정말로 마음이 끌릴 가능성이 있겠지만, 전혀 생각이 없는데 억지로 끌고 와서는 하고 싶지도 않은 걸 하라고 강요한다고 화를 낼 가능성도 그에 못잖게 다분하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부모 자신이 어릴 때 보던 책이나 ‘고전’여기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을 안 그래도 기분이 ‘언짢으신’ 청소년 앞에 수북이 쌓아놓는다. 순전히 그 책들이 본인의 자녀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도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숙제로 내주는 것만큼 신속하고 확실하게 취미를 죽이는 방법은 없다.
그런 부모님들께, 청소년 자녀들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읽어야 한다고 느껴지면 읽지 마시라. 그 길은 지루함과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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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좋아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책을 읽으세요.
이게 바로 내가 어느 여자애한테 대여해줄 뱀파이어 로맨스소설의 바코드를 스캔하고 있을 때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오만과 편견』을 움켜쥐고 있던 그애 어머니에게 열심히 설명하려 했던 내용이다. 여자애는 도서관에 들어온 후, 아니 엄마 손에 떠밀려 들어와 ‘고전’ 서가로 밀어붙여진 후 처음으로 웃고 있었다.
― 앨리 모건, 『사서 일기』, 엄일녀 옮김, 엄일녀 지음, 문학동네2023, 149~1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