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앙의 울음 소리가 진동했다. 안 돼. 오지 마. 구앙이 대가리만큼 커다란 앙상한 갈퀴발을 산머리 동굴 쪽으로 뻗었다. 민달팽이 같은 몸뚱이가 응축되더니 구불텅거리며 엄청난 속도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온내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머릿속이 새하얬다. 눈을 질끈 감고 웅크렸다. 이대로 죽는구나!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이놈! 이놈, 구앙아!!!”
온내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고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산머리 동굴 뒤쪽 언덕 등성이에서 한 사람이 구앙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온내의 동그란 눈이 더욱 동그래졌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한 사람처럼 보인 것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녀님?! 촌장님?!”
백발에 비쩍 마른 노인이, 역시 백발에 염장 굴비처럼 쪼그라든 노인을 업고 구앙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놀랍게도 산머리 동굴로 돌진하던 구앙 역시 중간의 들판 언덕에서 멈췄다. 그것은 멈칫하더니 무녀와 촌장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혼란스러운지 잠시 머뭇거리던 구앙이 입을 쩍 벌리고 우우우웅! 고래만 한 몸뚱어리가 흔들릴 정도로 울었다. 무시무시한 소리에 온내의 피부가 짜릿했다. 그러나 괴물 쪽으로 다가가는 촌장의 발은 느려지지 않았다.
“무녀니임! 촌장니이임!”
온내는 비명을 지르며 두 사람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무서웠으면서 왜 달려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로 인해 인생이 바뀔 줄 알았더라면 동굴 앞에서 웅크린 채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았을까? 온내는 훗날 이 순간을 몇 번이고 회상했다. 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되감고 또 되감으며 이날을 기억했다.
평소의 촌장님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운차게 달려오던 노인이 갑자기 균형을 잃었다. 내리막 언덕을 달려오던 속도와 등에 업은 무녀의 무게 때문에 균형을 찾지 못하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두 노구가 언덕을 굴렀다.
― 홍우림, 『어둠이 걷힌 자리엔』 , 흐름출판2022, 188~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