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참여자들에게 청소년기에 찾아온 2차 성징은 다른 이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본인이 깨달았던,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을 현저하게 느끼게 되는 계기였다. 이들은 이미 어딘가 ‘달랐지만’, 몸의 2차 성징으로 인해 더욱 ‘달라졌고’, 따라서 이 차이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한 채 현실로 소환되었다. ‘나는 누구’라는 말을 찾기 위해 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도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쉽지 않았다. 이처럼 자신의 성별을 둘러싼 경합과 불협화음을 조율하고, ‘무엇이 아닌’ 나를 넘어 ‘나는 누구다’라는 감정을 형성하고 스스로 명명하는 행위는, 연구 참여자들이 트렌스젠더로 자신을 정체화해 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트렌스젠더로 학교에서 살아남기
한국의 학교는 초등학교 입학식에서부터 학생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해 줄을 세우고, 따로 번호를 매긴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남학교와 여학교, 성별에 따른 교복 등의 구분과 규율이 더욱 강해진다. 성별을 기준 삼아 학생들을 구분하고, ‘여자다운’, ‘남자다운’ 몸과 태도를 가르치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이분법적 성역할과 성별 규범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이러한 학교 환경은 특히 성별 규범에 맞지 않는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적대적인 공간일 수 있다. 학교의 물리적 공간과 제도는 남성과 여성만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 위에 만들어졌고, 연구에 참여한 이들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에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작게는 남녀를 따로 줄세우는 관행부터 성별에 따른 다른 교복 착용과 화장실 사용, 수련회나 수학여행에서의 숙박까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이런 일상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는 끊임없이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떠올리게 하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 김승섭·박주영·이혜민·이호림·최보경, 『오롯한 당신』, 숨쉬는책공장2018 6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