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말하자. 심학규는 여자의 노동력에 기생해 품위를 지키고, 자신의 욕망을 좇느라 여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며, 호색에 빠져 그 희생마저 물거품으로 만들고도 여성의 성취에 무임승차해 인생을 역전한 착취적 가부장이었다. 이 일대기가 ‘미담’으로 완성되도록 만들어주는 재료는 심청의 신비로운 출신이다. 곽씨 부인의 태몽에서부터 선녀의 환생이라던 심청은 아비가 아비 노릇을 못해도 천지 귀신과 부처, 보살의 도움으로 무난히 성장한다. 원전은 심청의 미모를 열정적으로 칭송한다. “얼굴이 빼어나고 효행이 뛰어나며 행동이 침착하고 하는 일이 비범한” 심청은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는 반신반인적 존재다. 이 환상을, 「그녀의 심청」은 가장 먼저 부순다.
씻지 못해 악취가 풍긴다. 몸은 동냥질로 굽어버렸다. 상처투성이에 거친 피부, 떨어진 의복과 산발이 된 머리. 계집인지 사내인지 구분이 안 간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도둑질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심청이 처음 거리로 나왔던 유년기에 반짝 눈길을 주는 듯했던 사람들은 이제 마을에 그런 거지가 있는지도 모른다. 쓰러지기 직전의 움막에서 오매불망 심청만 기다리는 심학규의 특기는 눈을 고쳐서 과거에 급제하겠다는 흰소리다. 속세의 ‘천한’ 여자들이 싫어 불법에 귀의했다는 화주승이 심청을 바라보는 시선은 꺼림칙하다. 「그녀의 심청」에 심청을 구제할 천지신명은 없다.
― 탱알, 『다 된 만화에 페미니즘 끼얹기』, 산디2019, 272~2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