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가 부족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모든 면에서 흘러내리는 모래 위에 견고한 토대를 지으려 애쓰는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사회학자 에릭 클리넨버그Eric Klinenberg가 표현했듯, “취약함이 공기 중에 감도”는 느낌이다. 밀레니얼은 자신이 영원히 일하며 살 것이고, 죽을 때까지 학자금 부채를 갚지 못할 것이며 아이를 키우느라 돈을 탕진해 물려줄 재산이 없는 채로, 세계적 대재앙에 휩쓸려 죽을 거라 예측되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산다. 과장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게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정상이며 이런 종류의 감정적·신체적·재정적 불안정의 한복판에서 개개인은 가히 압도적인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교회부터 민주주의까지, 과거에 사람들을 지도하고 안정을 주었던 사회 제도 대부분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현실마저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와 우리 가족의 삶을 질서정연하게 유지하기가, 안정적인 재정 능력을 갖추기가, 미래를 대비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 까다롭다 못해 종종 서로 모순되는 기대들을 고수하도록 요청받기 때문에 한층 더 힘들다.
우리는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워라벨워크&라이프 밸런스’을 잘 잡고 있다는 분위기도 함께 풍겨야 한다. 우리는 아이에게 대단히 세심한 어머니여야 하되, 헬리콥터 부모가 되어선 안 된다. 남자들은 아내와 동등한 반려 관계로 지내면서도, 남성성을 유지해야 한다. SNS에서 자기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지만, 삶을 진정성 있게 꾸려나가야 한다. 숨 가쁘게 터져 나오는 뉴스들을 시시각각 알고 의견을 표해야 하지만, 뉴스에서 다루는 현실이 앞서 말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도 저해하게끔 놔두어선 안 된다.
우리는 사회적 지원이나 안전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일을 전부 해내려고 아등바등한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는 번아웃 세대가 된다.
― 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알에이치코리아2021 26~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