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은 둘째 치고 토양은 인류에게 몇 가지 기본 혜택을 준다. 우리는 (바다에서 자생하는 물고기와 온실에서 수경 재배하는 소량의 농산물을 제외하고) 식량의 90퍼센트 이상을 토양을 통해 생산해낸다.
가공 처리, 포장, 판매 등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든 대부분의 식량은 결국 선충, 미생물, 벌레 등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군단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이 중 상당수는 학명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콩이나 감자칩 봉지를 집어들 때는 적어도 최종 생산자가 누구인지 기억해주기 바란다. 봉지에 찍힌 유명 상표만 눈여겨보지 말고.
사정이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토양은 ‘먼지’라는 문화적 꼬리표를 단, 그래서 피하거나 씻어 내거나 콘크리트로 발라버려야 하는 뭔가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먼지’의 불편함 때문에 사람들은 너도 나도 정원에 목재나 타맥, 자갈을 빈틈없이 깔고 제초제를 양껏 뿌려댄다.
우리가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하면서 토양과 우리의 문화적 관계를 다시금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비단 미래의 식량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치 선전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측면은 탄소의 순환과 저장에 미치는 토양의 역할이다. 뿌리와 미생물 같은 토양의 살아 있는 성분을 비롯해 유기물질은 이 문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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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농사는 토양 체계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밭갈이경운耕耘는 토양을 공기에 노출시킬 뿐만 아니라 토양 구조를 망가뜨려 해체된 토양 입자가 침식에 극도로 취약하게 만든다. 토양의 응집력이 약해지는 건조기에는 바람이 토양을 낚아채 먼지 기둥을 형성하기 쉽다. 이렇게 형성된 먼지 기둥은 때로 몇천 마일이나 이동할 수도 있다. 또 다른 형태의 토양 훼손 역시 동일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004년 3월 6일 나사 위성이 놀랍게도 거대한 먼지 구름이 북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너는 모습을 포착했다. 먼지 구름은 지구 원주의 약 5분의 1에 걸쳐 뻗어 있었다. 엄청난 양의 토양이 기류를 타고 저 멀리 카리브 해까지 밀려갔다.(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