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정신질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가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에 온갖 이론들이 난무한다. ‘우리가 점점 더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되어가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압박과 요구 때문이다’, ‘현대적 식생활로 뇌 내의 화학적 균형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보다 한층 더 스트레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등등. 하지만 나를 비롯해 이 분야를 연구해온 사람들에게 명백한 사실은 다른 요소들이 미치는 영향과 별개로 자연과의 단절이 문제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작가 리처드 루브Richard Louv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건강 문제를 겪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루브는 이를 자연 결핍 장애라고 부른다. 채집 수렵 생활을 하던 우리의 조상들은 하루 중 상당 시간을 물가나 숲속에서 보냈다. 최초의 농부들이 정착하여 땅을 경작하면서 인간의 삶은 물줄기와 숲,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 등 여러 환경요소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인간은 그렇게 진화해왔다. 새로운 환경과 생활방식에 옮겨져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빼앗긴 것이 인간에게 아무런 악영향도 끼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우리가 집이나 사무실, 도시환경을 떠나 숲과 초목과 야생이 존재하는 장소로 옮겨 갈 때면 내면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생리학적·신경학적 변화가 발생한다. 이와 연관된 과학은 아직 발전단계지만, 자연 풍광의 이로운 효과로 정신질환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내가 겪은 놀라운 효력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우울증 진단의 대책으로 자연 산책이라는 관념이 더욱 널리 퍼지기를 소망한다. 자연 속을 걷는 일이 특이하거나 괴짜 같은 행동으로 여겨지지 않기를. 인간은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근본적 필요성이 일반적인 정신의학과 표준 심리치료법을 보충하는 효과적인 접근방식으로 간주되기를 바란다.(253~2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