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단순히 악의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선의가 실수로 이어지기도 하고, 자기방어가 살인이라는 결과를 맺을 수도 있다. 가해자의 악의 뿐 아니라 피해자의 악의가 범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범죄물을 읽는다. 이해할 수 없는 악의의 정체가 궁금해서,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가 이루어지고 또 그것을 해결하는 천재적인 두뇌플레이를 보고 싶어서, 그 안에서는 언제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서사 안에서 안전한 쾌락을 느끼고 싶어서. 하지만 ‘내가 파는 장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 알고는 있어야 한다.
부디 바라건대, 이 글을 쓰는 나나 읽는 여러분의 삶은 평온하기를. 그리고 이 세상도, 약간은 평온해지기를. 인간들이 서로 때리거나 죽이지 않아도, 환경오염 덕에 조만간 다 함께 망할 듯하니 더더욱. 어쩐지 결론이 토정비결 점괘같이 되고 말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서로의 안녕을 있는 힘껏 빌어주어도, 월간지 사회면에는 범죄가 넘쳐나리라. 잊지 말아야 하는 한 가지, 사건 뒤에 사람 있어요.